[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 캐즘(Chasm)에 따른 배터리 시장 둔화가 양극재 업계의 1분기 실적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리튬값 하락에 이어 단기적 배터리 수요마저 꺾이게 된 여파다. 이에 따라 양극재 업계가 추진하던 설비투자(CAPEX) 계획도 1~2년 가량 밀리고 있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3사는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엘앤에프는 9일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357억원, 영업손실 203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3% 급감하고 전분기 대비 3.3%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으며 전분기 대비로는 27% 상승하며 적자 폭은 800억원 가량 줄었다.
지난해 매입한 리튬 등 원재료의 재고평가손실이 올해 1분기까지도 영향을 미치며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이에 따른 1분기 판매 손실 및 재고자산평가손실은 832억원이다. 여기에 연말·연초 전후로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형 성장세도 위축된 모습이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코프로비엠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9705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전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4% 급감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흑자전환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유사한 흐름의 1분기 실적을 내놨다.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사업부(양·음극재)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817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7862억원) 대비 매출 규모는 0.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양사 역시 지난해 리튬값 급락으로 미리 확보한 재고의 평가손실이 이어진 가운데, 연말·연초 전후로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떨어진 영향을 받았다. 다만 지난해 재고평가손으로 계상된 재고자산이 1분기에 환입되면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각각 흑자전환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1분기 456억원, 포스코퓨처엠은 467억원의 재고평가손실 환입이 반영됐다.
양극재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업황이 부진하면서 2분기 내 유의미한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출하량이 회복되더라도 1분기 하락한 원재료의 부정적 래깅 효과가 남은 데다, 떨어진 공장 가동률에 따라 고정비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하반기에는 전기차 신규 차량 출시에 따른 물량 회복 추세로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원재료값 하향 안정화에 따른 고객사의 재고 축적(Restocking)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는 게 각 회사들의 설명이다.
기존 계획했던 설비투자(CAPEX)는 늦추는 모양새다. 배터리 업체의 생산능력 조절 계획에 맞춰, 캐즘 이후 성장기를 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재고자산 감축, 원가절감을 위한 프로세스 최적화 등 본원적 경쟁력에 힘쓰는 모습이다.
엘앤에프는 지난달 열린 IR설명회에서 기존 2026년 예정했던 연간 40만톤 생산 능력 확보 계획을 1년 연기한 바 있다.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도 "양적으로는 계획을 예정대로 준비하겠으나, 시장이 둔화됨에 따라 일부 (투자를) 순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시장 변화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 속도 조절과 관련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 계획된 투자 규모나 시기에 대한 특별한 조정을 하지 않은 상태고, 전방 파트너와 지속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당초 2026년 연산 45만5000톤으로 계획했던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를 5만톤을 줄인 39만5000톤으로 확정했다. 중국 공장에서 1만톤, 국내에서 4만톤의 생산능력 투자가 지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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