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 SAP가 전사적자원관리(ERP)의 클라우드화를 선언했다. 전통적인 구축형 SW 중심 생태계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전환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SAP는 구 ERP 버전인 R3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오는 2025년 종료하며, ECC 버전도 최대 2030년까지만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또는 잠재적 SAP 고객인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S/4 HANA’ ERP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차세대 ERP 전환이 클라우드 및 정보기술(IT)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관련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 SAP가 클라우드에 기반한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IT서비스 기업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새로운 ERP 전환 구축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고객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ERP 기업 SAP의 기존 구축형(온프레미스) ERP 버전에 대한 지원서비스 기한이 늦어도 2030년에 종료할 예정임에 따라, 클라우드 ERP 버전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SAP는 구축형 ECC 6.0 EHP6~8에 대한 지원·유지보수를 3년 후인 2027년에 종료하며, 추가비용 지불시에만 2030년까지 연장한다. EHP5 이하 버전은 내년인 2025년에 지원 기한이 만료된다. 대신 SAP는 최신 버전의 클라우드 ‘S/4 HANA’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2040년까지 유지보수를 약속하면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삼성·LG에 이어 국내 최대 기업 고객사 중 하나인 현대·기아차도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를 활용한 SAP의 차세대 ERP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남은 다른 기업들의 클라우드 ERP 도입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SAP 중 기존 버전을 사용하는 비중은 아직도 30%에 이르며, 2~5년 내에 S/4 HANA로 전환하는 사업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클라우드 ERP 전환 움직임은 단지 ERP 시장만의 이슈는 아니다. ERP를 직접 구축하는 IT서비스 기업들의 경우, 이같은 차세대 ERP 수요를 확보해 매출을 증대시킬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라는 새 시장이 열리는 이 시점에 고객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ERP 하나만 해결하고 끝날 문제도 아니다. ERP 도입은 곧 회사 전반에 대한 디지털전환(DX) 움직임과 맞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몇 IT서비스 기업들의 경우 ERP를 중심으로 아예 DX 전문조직을 별도로 갖추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차세대 ERP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이제 ERP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전환 자체가 중요해졌다”라며 “과거에 ERP는 ERP일 뿐이었다면, 지금은 각 기업에 맞는 ERP 기반의 디지털전환을 컨설팅부터 구축·운영까지 토탈 서비스로 제공해야만 기업들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IT서비스 기업들도 이런 관점에서 ERP 대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 전 계열사 ERP 시스템을 구축·운영해온 삼성SDS는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경인양행 등 대외고객 대상으로도 차세대 ERP 구축을 도운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늘어나는 클라우드 ERP 수요에 맞춰 전문인력을 강화하고,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을 포함하는 차세대 ERP 프로젝트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LG CNS도 차세대 ERP 전환을 선언한 LG그룹의 ERP 구축을 도맡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3월 독일에서 SAP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S/4 HANA를 활용해 한국 기업에 최적화된 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에 협력해 오고 있으며, 지난해 ‘ERP담당’을 ‘ERP혁신부문’으로 격상한 데 이어 올해 다시 ‘차세대ERP프로젝트부문’으로 명칭을 바꾸는 등 ERP 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
SK C&C도 SK 계열사 뿐만 아니라 농심 등 대외고객 대상으로 클라우드 ERP 구축을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생성형AI 및 클라우드 등과 함께 ERP에 적용되는 기술과 플랫폼 조직을 전담조직화해 전문성을 높였다.
현대오토에버는 현재 현대차그룹 안팎 20여 개사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ERP 구축을 마쳤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말 차세대 ERP 조직개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중소·중견 IT서비스 기업들도 SAP의 차세대 ERP 수요를 눈여겨 보고 있다.
코오롱베니트는 구축형 ERP의 EOS(End Of Service)에 따른 사업기회를 확인하고 조기에 사업화해 타사 대비 다양한 산업 및 제품에 대한 구축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코오롱 그룹 전체 S/4 HANA 전환에 성공한 바 있으며, 현재 모 화학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수주해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웅진의 IT서비스 부문에서는 웅진그룹 전 계열사에 이어 현대차그룹 계열 중 최초로 SAP의 S/4HANA를 도입한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 특히 신규 도입이 아닌 기존 데이터를 그대로 보존하는 컨버전 방식에 특화돼 있어 내부 데이터를 최적화하고 싶은 기업 니즈에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AP가 EOS를 선언하면서 SAP 기존 파트너들이 클라우드 전환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온프레미스를 유지하려는 기업들이 SAP의 대체제를 찾는 경우도 여전히 많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클라우드로 가는 추세는 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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