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인 ‘프리나우(FreeNow)’ 경영권 인수 추진 과정에서 내부 정보 유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포렌식(Forensic, 수사에 쓰이는 과학적 수단·방법·기술 등을 포괄하는 개념)을 진행한 가운데, 절차적 위법성을 문제 삼은 노조가 최근 사측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회사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항의 집회에 나섰다.
18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노조)’은 이날 오후 카카오모빌리티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알파돔타워를 등지고 항의 피케팅을 했다.
스피커를 통해선 지누션 ‘전화번호’와 내귀에도청장치 ‘이메일(Email)’, 샤이니 ‘셜록’ 등 휴대전화 번호, 범인, 단서, 이메일처럼 가사에 이번 포렌식 논란과 관련된 키워드가 담긴 곡이 반복 재생됐다.
이날 노조는 피케팅에 앞서 카카오 판교아지트 내 식당에서 ‘회사로부터 서명 요청을 받으면 먼저 노조 측에 말해달라’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직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리나우 경영권 인수 추진 과정에서 투자 정보가 유출됐다고 보고, 지난해 말부터 투자 관련 업무와 대외 업무를 수행하는 소수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포렌식을 시작했다.
당초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리나우 인수를 작년 연말 마무리를 목표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프리나우 투자를 위한 검토를 진행, 같은 해 11월 초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전달인 지난해 12월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가 경영권 인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인수 원안을 부결시키면서 인수 협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회사는 인수가 무산되거나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런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에 확산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프리나우 인수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정보가 새 나간 경로를 밝히기 위해 직원 휴대전화 포렌식에 돌입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반적 수준 조사로, 위법적 요소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 생각은 다르다.
제보자들의 신고와 확보한 디지털 자료 획득·분석 동의서 내용을 토대로 법무 자문 등을 진행한 결과, 이 과정에서 법적·절차적 하자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동의서 조항 내 ▲포렌식 조사 이유 ▲목적 ▲수집하는 데이터 범위 ▲보유 기간 및 폐기 시점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는 게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일부 제보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동의서를 쓰지 않으면 감사보고서에 등재될 수 있으며, 이에 불응하면 업무 배제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휴대전화 포렌식을 요구받은 직원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스태프 부서 위주로서 업무 관련 신상이 특정되기 쉬운 만큼, 조사 대상자인 조합원들조차 공개적인 발언을 꺼리고 있어서다.
이정대 카카오모빌리티 분회장은 “회사엔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 방어를 해야 할 권리가 있는 만큼 감사는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라면서도 “직원들 역시 개인정보를 보호받아야 하는데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정대 분회장은 “지난 12일 회사에 동의서 내 불법적 요소가 있으니 이를 철회하고 조사를 중단하라는 요구와 함께 누가 왜 이 휴대전화 포렌식을 지시했는지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현재까지 별다른 답이 없다”라고 부연했다.
아직 노조는 카카오 공동체(계열사)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엔 직접적인 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카카오 그룹 전반의 경영 쇄신을 목적으로 출범한 준신위는 작년 12월 첫 회의 당일 회사 내부 비리에 대한 제보 메일 계정을 직원들에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카카오에서 직원 대상 휴대전화 포렌식이 이렇게 쉽게 이뤄진 적이 없었다”라며 “회사는 위법성이 없다고 하지만, 절차적 검토를 더 명확하게 하지 않은 부분에 아쉬움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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