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쉽고 재미있다는 말만큼 게이머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평가가 있을까.
지난 1일 미리 플레이 해 본 크래프톤 ‘다크앤다커모바일’은 화제성으로나, 쉽고 재미있는 게임성으로 보나 게이머들의 ‘찍먹’을 한 번쯤은 유도할 만한 작품이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다크앤다커모바일은 벌써부터 업계 관심이 집중된 ‘뜨거운 감자’다. 논란작 ‘다크앤다커’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해 개발한 게임이라서다.
원작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 넥슨은 다크앤다커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과거 넥슨에 재직했던 아이언메이스 개발진이, 내부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P3’의 애셋을 무단 반출해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는 게 넥슨 주장이다.
◆화제작 다크앤다커, 크래프톤이 손 댄 이유=이러한 상황에서 크래프톤은 지난 8월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 계약을 체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시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임우열 퍼블리싱 수석 본부장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논란작에 손을 댄 배경은 다크앤다커의 장르 잠재력이다.
익스트랙션 RPG는 던전을 탐험하면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PvE와, 이 과정에서 만난 타 이용자와 경쟁하는 PvP 요소를 모두 갖춘 PvEvP 형태를 띤 장르다. 여기에 배틀로얄처럼 활동 반경을 제한하는 자기장 시스템도 있다. 이용자는 몬스터나 이용자를 해치우거나 피하면서 던전 내 아이템을 파밍하고, 탈출 포탈을 찾아 던전을 빠져나가야 한다.
크래프톤은 자사 대표 IP ‘PUBG: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배틀로얄’ 장르의 대중화를 이끌었듯, 다크앤다커가 익스트랙션 역할수행게임(RPG) 전성기를 열 시발점이 될 작품이라고 내다봤다. ‘하는 재미’ 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 또한 있는 장르가 작품 성공을 이끈다는 믿음이 바탕이었다.
실제 다크앤다커 데모버전은 지난 2월 열린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동시접속자 수 10만 명을 넘기는 등 국내외 이용자들에게서 큰 화제를 모으며 이 장르 대명사가 됐다.
◆프로젝트AB에 다크앤다커 색깔 빌려=크래프톤에 따르면 블루홀스튜디오는 올 상반기부터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차기 IP 장르로 익스트랙션 RPG를 낙점하고, ‘프로젝트AB’라는 이름의 게임을 개발해왔다. 배틀그라운드가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대중들에게 저변을 넓힌 성공 경험에 착안해, 초기부터 모바일 게임으로 기획했다.
크래프톤은 이날 시연회에 앞서 프로젝트AB의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얼핏 보기에도 전반적인 만듦새가 뛰어나 현장을 찾은 취재진 사이에선 프로젝트AB에 큰 관심을 보인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프로젝트AB가 시장에 범람한 모방작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지난 2일 기준으로만 ‘프로젝트크롤’을 비롯해 9종에 달하는 다크앤다커 모방작이 시중에 유통됐다.
이에 크래프톤은 적극적인 신규 IP 확보를 지향하는 전략에 따라, 장르 대명사인 다크앤다커 이름을 빌려 프로젝트AB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IP 존중의 의미로 원작 느낌을 최대한 구현하면서도 내부 애셋 등은 자체 개발했다.
◆원작 명성 고스란히 모바일로=실제 다크앤다커모바일에는 원작 색깔이 가득했다. 현실 세계와 가까운 중세 로우 판타지 세계관, 어둡고 축축한 던전, 기괴한 몬스터가 그대로 구현됐다. ‘파이터’와 ‘로그’, ‘클레릭’, ‘레인저’, ‘바바리안’ 등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클래스도 원작과 동일했다.
원작의 재미도 그대로 가져왔다. 시연은 7~9인의 인원이 진행하는 솔로모드인 ‘고블린 동굴’에서 진행됐다. 1시간에 걸친 짧은 경험이었지만, 살아남아 탈출하는 단순한 게임 룰에서 오는 매력이 상당했다.
원작을 접하지 못했어도 게임 재미를 온전히 느끼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장르의 생소함에서 올 수 있는 거부감을 낮은 진입장벽을 통해 상쇄했다는 인상이었다. 사전 습득한 정보와 달리 몬스터를 해치우는 건 예상 외로 쉬웠다. 몬스터 공격 모션이 크고 타이밍 예측도 가능해서, 적절한 컨트롤만 섞어주면 근접 캐릭터로도 쉽게 처치가 가능했다.
타 이용자와의 전투 역시 큰 피지컬을 요하지 않는다. 활을 쏘는 ‘레인저’를 제외한 4종의 클래스가 모두 근접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고, 클래스 전반의 이동이나 행동도 느릿해 정면에서 마주하면 맞서거나 회피할 여유가 충분히 주어지는 편이다. 순식간에 제압당하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에 보다 직관적으로 전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타 배틀로얄 장르보다 전투 부담이 덜한 환경에서, 던전 탐험과 아이템을 획득하는 파밍의 재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다크앤다커모바일은 모바일 환경에 맞춰 던전 내 밝기를 높이고, 원작 레인저의 능력인 ‘발자국 추적’을 모든 클래스에 패시브 능력으로 적용하는 등 진입장벽을 더울 낮추려 노력했다. 맛보기 단계에서 타 이용자와 실력 격차를 느낀 뒤 홧김에 전원을 끄는 일은 적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재미가 1차원적이지는 않다. 기자를 가장 헤매게 만든 건 미로 같은 던전 구성이었다. 다층적 구조로 된 좁고 긴 복도, 곳곳에 도사리는 함정으로 된 던전은 ‘길치’인 기자에겐 지옥과도 같았다. 3인칭이지만 시야각도 넓지 않아서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려웠다. 자기장에 쫓겨 던전을 뛰어다니다가 타 기자를 마주쳐 사망하기도 했다.
자기장 안에 잘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탈출에 필요한 텔레포트를 찾기 위해서는 던전 탐험을 지속해야한다. 텔레포트는 개수도 적고 어디서 등장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또한 공유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발견하더라도 타 이용자와 마주치면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져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전투 방식이 직관적이고 쉬울 뿐이지, 상대를 제압하기도 쉽지 않다. 공격 패턴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캐릭터 특성 활용과 심리전에 능숙한 이용자만이 던전을 지배할 수 있다.
기자는 ‘로그’를 플레이했는데, 처음엔 빠른 이동속도를 믿고 일개 몬스터 대하듯 ‘바바리안’을 정면에서 상대했다가 몇 합에 제압당했다. 이후로는 던전 사각지대에 숨어 기회를 노리다 ‘은신’ 스킬을 이용해 기습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풀어나갔다. 안정적인 탈출로 확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던전 구성 파악과 더불어 높은 클래스 이해가 필요한 구조인 셈이다. 다채로운 클래스 조합이 가능해지는 다인큐 모드에선 이에 따른 전략적 재미도 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물론 배틀로얄 장르가 으레 그렇듯, 일정치의 운도 필요하다. 고블린 동굴의 경우 적은 인원으로 진행하다보니 아이템을 파밍하는 과정에서 홀로 생존하는 경우가 자주 나오기도 했다.
◆모바일 이식은 성공, 흥행은 물음표=원작 재미를 모바일에서 고스란히 옮길 수 있었던 건 ‘배틀그라운드모바일’로 개발 노하우를 다진 크래프톤이어서 가능했다.
다크앤다커모바일은 모바일 환경에 맞춰 인터페이스가 편리하게 구성됐다. 좋은 조작감과 입체적인 사운드도 돋보였다. 끊김 현상도 경험하지 못했다. 시연 버전임에도 이미 높은 완성도를 엿볼 수 있었다.
다만 모바일 플랫폼을 선택한 전략이 적합했느냐는 의문이다. 배틀그라운드모바일 이용자는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있다. 고사양 PC를 보유한 가구가 적은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익스트랙션 RPG는 마니아성이 짙은 장르로, 서구권에서 선호도가 높다. 서구권 이용자들이 주로 PC와 콘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게임 출시는 오히려 충성층의 접근성을 떨어트릴 우려가 있다. 아시아 지역에선 장르적 낯섦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한편, 다크앤다커모바일은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에서 처음으로 관람객을 만나 시험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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