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금융감독원이 29일 공개한 100억원 규모의 롯데카드 직원들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는 국내 금융권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상상이상으로 허술하다는 점에도 다시 한번 충격을 준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롯데카드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해 지난 14일 롯데카드 직원 2명과 협력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롯데카드가 지난달 4일 자사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 내용을 보고함에 따라 지난 6일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현장 검사 결과,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은 회사와 거래하는 프로모션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롯데카드가 부실한 제휴 계약으로 105억원을 이 협력업체에 지급하도록 한 뒤 업무상 배임한 혐의를 확인했다.
이들 마케팅팀 직원은 105억원 가운데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빼돌린 뒤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에 사용했고, 나머지 39억원은 협력업체 대표에게 지급했다.
다만 금감원은 해당 카드사가 사고금액 규모가 여전법규상 경영공시 대상 기준(자기자본의 2% 초과)에 미달해 공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활용…알고보면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수법
롯데카드 마케팅팀 팀장과 팀원인 사고자 2인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해당 업체를 카드상품 프로모션 협력업체로 선정한 후, 배임을 저질렀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같은 유형은 갑과 을의 관계에 있는 국내 카드사들과 마케팅 협력을 하는 업체들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수법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바꿔 말하면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비교적 손쉽게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형태의 수법이란 것이다 .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프로모션 계약내용이 불분명하고 프로모션 실적 확인수단 없이 카드발급 회원당 연비용(1인당 1.6만원)을 정액 선지급하는 구조의 이례적인 프로모션 제휴계약을 협력업체와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협력업체에 지난 2020년10월부터 2023년5월 기간중 4회에 걸쳐 총 105억원을 지급했다.
다만 금감원은 협력업체가 프로모션 계약이행에 사용한 자금은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며, 39억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검사결과 확인된 문제점… 롯데카드 허술한 내부통제
금감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인 카드 제휴서비스는 카드사 영업부서가 직접 운영 또는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사고자가 제휴서비스를 외부업체에 일괄해 위탁했다.
또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입찰 담당부서가 있음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사고자가 담당하는 마케팅팀이 입찰을 직접 진행했다. 신규협력사 추가시 역량평가 후 부문장전결이 필수임에도 미이행하고, 입찰설명회를 생략했고 입찰조건 및 평가자도 임의로 선정했다.
이와함께 제휴계약서상 서비스 내용이 추상적이고, 비용 선지급 조건임에도 협력업체에 대한 서비스 이행 확인 수단이 부실했다. 예를들어 ‘커피, 다이닝, 골프, 호텔 등 지속적인 새로운 서비스 개발’, ‘상기 서비스에 관한 할인 및 무상 제공’이라고만 기재했다. 특히 계약기간(5년)을 실제 서비스 제공기간(3년)보다 장기로 설정하는 등 카드사에 불리한 내용으로 계약 체결헀다.
금감원에 "협력업체선정·계약체결 등의 과정에서 계약서 세부조항 검토 미흡 등 관련부서의 내부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혐의사실에 대해 카드사 직원 2인 및 협력업체 대표를 특경법 위반(업무상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엄정 조치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카드사에 대해 내부통제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취약점에 대한 개선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조치하고, 전카드사 대상으로 유사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 후 그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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