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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7개월 동안 근무제 5번 바꾼 ‘카카오’

지난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조합원들이 고용 불안 해소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조합원들이 고용 불안 해소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엔데믹 이후 올해 초부터 많은 기업이 전면 원격(재택)근무를 철회했다. 어느덧 상반기가 지났지만, 변경된 근무제 방식과 세부적인 운영 방침에 대해 노사 간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도 근무제도 관련해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잦은 근무제 변동이 직원들에게 피로감과 불안을 유발한다는 내용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출근 방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카카오 본사는 근무제도에 변동사항을 추가했다. 기존 파트장에 이어 상위 조직장까지 직원들 근무 방식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는 지난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당시 카카오는 재택근무 자체가 전면 철회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직별로 그라운드 룰을 세팅해 업무 환경과 방식에 따라 각자 부서에 맞는 근무제를 취할 수 있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내부에서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근무제에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기존에는 가장 작은 조직 단위별로 업무 특성에 맞게 근무 형태를 고를 수 있게 해 근무 방식이 안정화됐다고 느꼈는데, 최근 상위 조직장이 임의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고 말했다. 직원들로서는 본사 근무제도에 대한 새로운 공지를 지난 1년7개월 동안 총 다섯 번 받은 셈이다.

카카오는 올해 오피스 퍼스트라는 방침을 도입하기에 앞서,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년 새 ▲유연근무제 2.0 ▲메타버스 근무제 ▲파일럿 근무제 ▲카카오온 근무제를 연이어 내놓았다. 서 지회장이 이끄는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올 초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방적인 근무제 변경 통보로 불안한 노동 환경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본사 직원들에게 근무제 관련 추가 공지가 이뤄진 데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오피스 퍼스트 내용에서 대대적인 개편이나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일부 조직은 총인원이 20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조직장과 논의해 근무 형태를 결정했던 것을 규정으로 명문화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규정이 추가된 것뿐이지만, 변동 사항인 것은 맞으니 노조 측과도 사전에 대화를 나눴다”면서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노조 역시 현시점에서 근무제 변경을 주요 이슈로 바라보지 않는다. 다만, 아무리 지엽적인 내용일지라도 직원들이 숙지해야 할 내용이 자주 바뀌는 것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를 제외하면 IT업계에서 직원들에 재택근무 선택지를 제공하는 기업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같은 주요 게임사들만 해도 작년 엔데믹 전환과 함께 일찍이 전면 사무실 출근 형태로 변경했다. 올해 역시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 속 업무 효율을 위해 ‘재택근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면 재택 혹은 전면 사무실 출근은 단행하는 기업들은 이런 방침에 별다른 후속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 임직원 모두가 같은 적용을 받기에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회사다. 자신이 속한 조직 규모와 담당 분야, 일이 몰리는 시기 등 상황에 따라 근무 방식에 관한 경우의 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저마다 원하는 최적의 출근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무실과 재택근무를 조합해 선택하는 혼합형 근무제를 채택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기 마련이다.

카카오가 근무제를 둘러싼 따가운 여론을 인지하면서도, 근무제 재정비를 이어가는 배경 역시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민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 자체가 코로나 시기와 함께 활발해졌다 보니 코로나가 잠잠해진 이후 근무 방침에 변화를 준 모든 기업이 직원들과 갈등을 겪었다”며 “기업과 직원들 간 긴밀한 소통이 더 중요해진 시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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