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삼성전자가 26일 우리나라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개최한다. 갤럭시 시리즈의 맏형인 ‘갤럭시S’가 2010년 3월 23일 첫 공개된 이후 무려 13년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됐다. 그간의 혁신을 거듭하면서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로 도약한 삼성전자에게는 감회가 새로운 날이기도 하다.
‘갤럭시S’…퍼스트무버 도약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한 때는 대략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트라메시징’ 또는 ‘블랙잭’으로 불린 ‘SCH-M620’ 모델은 윈도 모바일6.0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텍사스인스투르먼츠(TI) OMAP 1710 모바일AP를 두뇌로 사용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똑똑한 휴대폰 정도로 구분되는 과도기였다.
그에 앞서 2007년 1월 애플이 맥월드를 통해 최초 ‘아이폰’을 공개했다. 맥 OS X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아이폰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아이폰 쇼크’라 부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윈도모바일 6.1 OS와 마벨 PXA312 모바일AP를 기반으로 ‘전지전능’이라고 불리는 ‘옴니아’를 내놨다. 다만 결과는 참혹했다. 물론 옴니아의 실패는 삼성전자에게 전화위복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실패를 거울 삼아 보다 완성도 높은 휴대폰 개발에 매진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3월 2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ITA 2010에서 절치부심해 개발한 ‘갤럭시S’를 전격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겨냥해 아이폰 대항마로 내놓은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반 적자였다. 국내는 4월 ‘갤럭시A’를 필두로 6월 24일 SK텔레콤을 통해 ‘갤럭시S’ 첫 판매에 돌입했다. 당시 유통망을 쥐고 있던 이통사는 제조사에게 단독 모델을 공급받았기에 삼성전자-SK텔레콤 동맹을 통해 유일하게 판매가 진행됐다.
국내 갤럭시S가 도입될 당시 모든 인사들이 이를 축하했다. 신종균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하성민 전 SK텔레콤 사장뿐만 아니라 앤디 루빈 구글 대표까지 직접 한국을 찾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갤럭시S는 날개 돋힌 듯 팔렸다. 2011년 1월 1000만대 판매량을 돌파한 갤럭시S는 국내서는 200만대, 유럽에서 250만대, 북미 400만대, 기타 150만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1년후인 2012년 1월에는 누적 판매량 2500만대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2011년 2월 13일 무대를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옮겼다. 2월 13일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를 통해 후속작인 ‘갤럭시S2’를 내놨다. 향상된 최적화 환경과 전작대비 낮은 출고가, 하드웨어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갤럭시S2는 맏형인 갤럭시S를 뛰어 넘었다. 반년도 채 안돼 갤럭시S2는 1000만대 판매량을 돌파하는가 하면 2012년 6월 1일 2800만대를 기록하면서 전작을 뛰어 넘었다.
특히, 갤럭시S2는 누적 판매량 4000만대를 돌파하면서 갤럭시S 시리즈를 글로벌 스마트폰 중심축으로 데려 왔다. 그 사이 휴대폰 왕국이라 불렸던 노키아가 무너지면서, 삼성전자는 명실상부 휴대폰 시장 1위에 올라섰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각지를 옮겨 다니며 전략적으로 갤럭시S 신제품을 공개해왔다.
‘갤럭시노트’…아이덴티티를 세우다
‘갤럭시S’가 삼성전자를 퍼스트 무버로 도약시켰다면, ‘갤럭시노트’는 삼성전자의 혁신을 보여준 모델이다. 삼성전자만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세워준 밀리언셀러다.
‘갤럭시노트’로 인해 새로운 신조어가 안착하기도 했다. 폰(Phone)과 태블릿(Tablet)의 합성어인 ‘패블릿(Phablet)’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중간 크기 사이즈를 갖춘 모델을 의미한다. 초창기 스마트폰은 3-4인치, 태블릿은 7-10인치 화면을 갖췄는데, 패블릿은 그 중간인 5-6인치 모델을 가리켰다.
삼성전자는 보다 빠른 속도의 LTE가 도입되면서 화면 크기를 비약적으로 키우고 와콤과 협력해 갤럭시노트 전용 스타일러스펜인 ‘S펜’을 고안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경험(UX)과 관련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을 시도한 셈이다.
다만, 5.3인치 화면 크기의 갤럭시노트를 공개하자 시장은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치 않았다. 애플 역시도 한손에 잡히지 않는 그립감의 폰이며, S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비판을 이어갔다. ‘인류 역사 최악의 디자인’, ‘쓸모 없다’, ‘졸작’, ‘무전기처럼 듣고 말해야 한다’ 등등 그 비난의 수위가 너무나 강력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가 반전됐다. 2011년 11월 29일 국내 첫 출시된 갤럭시노트는 폭발적인 반응을 기록했다. 출시 2개월만에 글로벌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시장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북미 시장도 호응했다. 이 결과 갤럭시노트는 2012년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했다. 이 때부터 갤럭시노트는 노트 계열의 패블릿 시초로 자리매김했으며, 삼성전자의 혁신이 전세계에 통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표지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를 견제하던 각국의 제조사들도 ‘갤럭시노트’를 따라 패스트 팔로워 역할을 자처했다. 애플의 대항마로 불렸던 갤럭시S의 성공에 힘입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갤럭시노트는 이후 애플에도 영향을 미쳐 대화면 모델인 ‘아이폰6 플러스’를 끌어오는데도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갤럭시 폴드’…새로운 신시장 개척
2019년 삼성전자는 아무도 가기 꺼려하는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를 개최한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전격 공개했다.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등을 통해 10년간 쌓은 노하우를 집약시킨 폴더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건재함을 새삼 일깨우는 혁신적 제품으로 발돋움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견고한 힌지, 내부 소프트웨어(SW), 높은 난이도의 설계, 아웃폴딩이 아닌 인폴딩 구조 채택 등 당대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적인 경쟁력을 갖춰야만 제작이 가능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물론, 처음부터 갤럭시 폴드가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한 외신의 경우 갤럭시 폴드 사이에 소세지를 끼워 넣으며 이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롱이 무색한 듯 삼성전자 폴드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폴더블을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폴더블 스마트폰은 300만대 수준에 그쳤으나, 지난 2021년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약 4배 가량 더 시장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인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신제품을 내놓고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지난 5월 구글이 ‘픽셀 폴드’를 출시하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구글이 폴더블폰을 내놓겠다는 의미는 폴더블 환경에 맞춰 안드로이드 OS까지도 손을 보겠다는 의미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폴더블폰 올해 예상치는 전년대비 52% 오른 2270만대다. 앞서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점유율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 하에 신규 모델인 ‘갤럭시Z 폴드5’와 ‘갤럭시Z 플립5’의 한국 언팩은 의미가 크다. 올해는 정식으로 폴더블 시장에서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시장 확장의 순간이다. 그 시작을 삼성전자의 텃밭이기도 한 우리나라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심에 서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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