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오전 8시에 도착했는데 대기번호가 270번대였어요. 제 친구는 ‘사과 담요’ 굿즈를 부탁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다음 주에 또 같이 오려고요.”
언뜻 들으면 평범한 아이돌 팝업스토어에서 나올 법한 말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실존하는 아이돌 팬덤이 아니다. 바로 웹소설·웹툰 속 아이돌 그룹 팬이다. 팝업스토어 둘째 날에 방문한 현장은 평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아이돌 인기를 능가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공동 주최 측인 KW북스와 다온크리에이티브·카카오페이지에 따르면 첫날 방문객 규모는 1000여명으로, 수용 인원은 절반인 500여명이었다. 앞서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팝업스토어가 열리기 전날 밤부터 밖에서 줄을 선 광경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30평대 규모로 조성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하 데못죽)’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오는 24일까지 더현대서울 지하 2층 아이코닉 스퀘어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는 웹툰 캐릭터가 실제 살아있는 사람인 양 느껴지도록 곳곳에 작품 속 디테일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른바 ‘활자돌(활자 아이돌)’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웹툰인 데못죽(원작 백덕수/각색 장진/그림 소흔)은 아이돌 데뷔에 성공해야 살 수 있는 ‘박문대’라는 인물에 빙의된 주인공이 정상급 아이돌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아이돌 주식회사’를 통해 7인조 그룹 ‘테스타’가 데뷔하기까지 벌어지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크게 체험존과 포토존, 기획상품(MD)존으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팝업스토어 외벽을 둘러싼 ‘전광판 방명록’이었다. 캐릭터 7인 사진을 활용해 가벽에 지하철 전광판 형태 공간을 만들고, 누구나 포스트잇에 멤버들에 보내는 메시지를 적어 붙일 수 있게 했다.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대중화된 응원 문화를 그대로 재현한 셈이다. 실제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팬들이 광고판에 아이돌 생일이나 컴백을 축하하는 이미지를 게시하고, 포스트잇으로 그 주변에 응원 메시지를 써 붙인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멤버 캐릭터마다 빼곡히 붙어있는 포스트잇은 직접 그린 캐릭터부터 멤버에 보내는 장문의 편지까지 그 내용도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팝업스토어 방문객 대상으로 굿즈를 증정하는 ‘특성 뽑기 룰렛 이벤트’와 작품 내 자주 등장하는 상태창을 3차원(3D)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포토존인 ‘나만의 스탯창’도 이용하려면 대기 줄에 서야만 했다.
아이돌 팝업스토어답게 아이돌 주식회사 스튜디오 무대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작품 속에서 테스타가 부른 노래가 가사와 함께 나오는가 하면, 멤버들이 움직이는 영상도 재생됐다. 많은 방문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디스플레이 화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할 때면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의상 캐비닛 공간에는 각 멤버 상징 소품과 아이돌 주식회사 관련 소품을 배치해 실제 캐릭터가 사용하는 듯한 공간으로 꾸몄다. 그 외에도 실물 크기 테스타 멤버들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거울 기둥 포토존과 인생네컷 같은 현장 포토부스도 호응을 얻었다.
특히 멤버들과 인생네컷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는 예약한 뒤에도 길게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였다. 테스타 멤버들이 직접 남긴 메시지와 친필 사인이 담긴 포토존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도 현장에 방문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였다.
MD존에는 ▲향수 ▲포스터 ▲보조배터리 ▲반지 ▲인형 ▲포토카드 ▲아주사 명찰 ▲슬로건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했다. 가장 인기인 상품은 각 멤버 특징을 표현한 향수들이었다. 이날 멤버별 향수를 3개나 샀다는 심해을씨(20)는 “사실 온라인으로 이미 향수를 구매했지만, 직접 시향하고 또 사고 싶어 이곳에 왔다”며 “멤버들 얼굴만 봐도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는 활자돌 열풍 주역 데못죽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방문객들은 연예계 현실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7인7색 캐릭터들이 가진 개성이 작품 특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팝업스토어 입장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 나민정씨(23)는 “저와 친구들 모두 백덕수 작가를 ‘우리 덕수씨’라고 부를 정도로 엄청난 팬”이라며 “작품 속 멤버들에 끌릴 수밖에 없게끔 작가가 멤버들 매력을 너무 잘 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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