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가 이사진의 자진 사퇴로 혼란 수습에 나섰다. 31일 열린 KT 정기주주총회에서 찬반 대결이 예상됐던 사외이사들의 재선임 안건을 스스로 폐기했다. 뿐만 아니라 KT는 경영공백에 따른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전까지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임을 밝혔다.
◆ 재선임 도전 이사진 동반사퇴
31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41기 정기주주총회는 재선임에 도전했던 이사진의 후보 동반 사퇴로 쟁점 안건 없이 출발했다.
주총에 앞서 현직 사외이사인 강충구 고려대 교수(현 KT 이사회 의장),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는 사외이사 후보에서 모두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사외이사 후보 3인에 대한 재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들의 사퇴 결정은 KT 경영공백에 따른 책임인 동시에 KT 주요 주주의 반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대 주주 국민연금(지분 10.12%)은 전날 오후 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나머지 두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을 냈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지분 7.79%)도 표 이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로써 KT 이사회에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됐다. 다만 사외이사 정족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하는 상법 규정에 따라 3인은 차기 이사회가 구성되기까지 대행 자격(일시 이사)으로 당분간 이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밖에 윤경림 대표이사 선임 안건도 윤 대표이사 후보의 사퇴로 자동 폐기됐다. 아울러 윤 전 후보가 사퇴하면서 그가 추천했던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이 자동으로 사라져 해당 의안도 폐기됐다.
대신 이번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목적 사업 추가·자기주식에 대한 보고의무 신설·자기주식을 통한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 의무 신설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등 안건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KT는 재무제표 승인으로 배당금을 주당 1960원으로 확정해 다음달 27일 지급하기로 했다.
◆ “낙하산 반대한다” 주주들 우려
주총 의장은 구현모 대표이사 사퇴로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하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맡았다. 박 직무대행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며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강성 노조원들을 주축으로 현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성토가 이어지며 주총장은 내내 소란했다. 노조원들은 “(박종욱 직무대행이) 물러나는 게 정상 경영의 길이다” “의장도 공범이 아니냐” “감사는 그동안 뭐한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영 KT새노조위원장은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낙하산 반대 특별 결의를 제안한다”고 발언했다.
KT에 대한 정치권 개입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의 운영자인 한 주주는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해 KB국민은행 같은 타사 모범 사례를 확인해서 정관을 변경해달라”며 “민영화된 기업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압이 일어나는 것에 주주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박 직무대행은 이날 주총에서 “먼저 회사 위기상황 발생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에 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도 있듯 앞으로 성장 기반을 탄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KT는 현 위기 상황을 정상화 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전사 경영·사업 현안을 해결하는 ‘성장 지속 TF(태스크포스)’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을 수행하는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