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송재준 컴투스 각자 대표<사진>가 컴투스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해외로 눈을 돌려 적자로 위기에 빠진 컴투스를 구하기 위해서다.
최근 컴투스는 이주환 단독 대표 체제를 선언했다. 이주환 대표는 게임 개발과 글로벌 사업 운영, 회사 경영 전반을 담당한다. 송재준 대표는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CIO)로 자리를 옮긴다.
컴투스 내 GCIO 직책은 이번에 송 대표가 글로벌 투자에 전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처음 생겨났다. 송 대표는 컴투스·컴투스홀딩스 창업주인 송병준 이사회 의장을 보필하며 컴투스의 글로벌 미래를 고민한다.
기업의 글로벌 미래를 준비하는 창업주 본인과 가족들 행보는 IT업계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 경우 김택진 대표 부인인 윤송이 사장이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글로벌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글로벌 투자 중심의 이사회 의장 직속기구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나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도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를 창업한 인물로, 현재는 글로벌 전략에 관여하고 있다.
송 대표 경우, 송병준 의장과 형제관계로 송 의장보다 세 살 어리다. 송 의장은 2000년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을 창업하고, 2013년 경쟁사 컴투스를 인수하면서 국내 양대 모바일 게임사를 모두 이끌게 됐다. 송 대표는 대학 졸업 후 2001년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에 합류, 게임 마케팅과 개발사업 기반으로 컴투스 그룹을 다져왔다. 3년 전 컴투스 대표 자리에 오르기까지, 컴투스그룹 내에서 송 의장의 오른팔로서 많은 일을 벌여왔다. 특히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한 뒤부터 컴투스 실무를 도맡아왔다.
이 과정에서 송 대표가 투자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서머너즈워:천공의아레나’(이하 서머너즈워) 글로벌 흥행 이후부터 내부에서 투자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중심으로 컴투스는 지난 2019년 투자전략실을 설치하고, 게임 관련 기업들을 굵직하게 인수해왔다.
또한, 송 대표는 지난 2020년 컴투스 계열사인 벤처캐피탈 크릿벤처스를 설립하고 대표 자리에 올랐다. 송 대표는 크릿벤처스를 통해 네트워크 역량을 발휘하면서 운용자산을 불려왔다. 이를 통해 컴투스그룹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왔다.
당시 컴투스그룹은 게임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을 포괄하는 종합 콘텐츠그룹으로의 성장을 예고했었다. 이를 위해 전략적 투자로 관계를 맺어온 미디어 콘텐츠 기반 메타버스 기업 위지윅스튜디오를 지난 2021년 8월 컴투스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미디어 사업 물꼬를 본격적으로 텄다.
크릿벤처스 또한 송 대표를 중심으로 글로벌 유망 콘텐츠 및 웹3 관련 기업에 적극 투자를 펼치며 산업 육성은 물론 그룹 내에서의 전략적 시너지 창출에도 기여했다. 송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대표 자리에 올라 컴투스 경영을 총괄해 왔다. 컴투스는 지난해 크릿벤처스가 결성한 1015억원 규모 콘텐츠 투자 펀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 컴투스는 미디어 사업 등을 발판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연간 적자로 돌아서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신작 크로니클 마케팅 비용과 미디어콘텐츠 자회사 투자비 및 외주 용역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여전히 서머너즈워는 글로벌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서머너즈워 누적 매출은 3조원으로, 90%는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최근 ‘크로니클’ 글로벌 또한 연내 목표인 글로벌 매출 1000억원의 10분의1에 달하는 성과를 일주일 만에 거두기도 했다.
아울러, 컴투스는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 투자하며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왔다. 백년전쟁에 이어 크리티카 글로벌, 아이들루카 등 다양한 장르의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개발 및 출시하는 한편, ‘컴투버스’를 통한 가상 오피스 사업도 글로벌 타 산업군과의 협업을 늘릴 수 있다.
이에 컴투스는 플레이투오운(Play-to-Own, P2O) 게임,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송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의 게임, 콘텐츠, 블록체인, 메타버스 사업 확대와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해 글로벌 수요처를 찾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컴투스에 정통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송 대표의 이같은 결정은)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 등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사업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거두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며 “컴투스 안팎에서도 글로벌 전략을 ‘선택과 집중’하는 부분에 있어 GCIO로서의 역할이 좀 더 반영되고 커지길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