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국내 대표 포털‧플랫폼 네이버는 여성 리더 역량이 큰 기업 중 한 곳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부터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지속 기용해 왔다.
2017년부터 5년간 네이버 전성기를 이끈 한성숙 전 대표는 검색광고와 뉴스포털을 넘어 커머스, 콘텐츠, 페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대표 플랫폼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제 네이버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단계에 섰다. 이에 네이버는 임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로 최수연 대표를 꼽았다.
지난해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최 대표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2년 아시아 대표 여성경영인’ 20인에 이름을 올리는 등 글로벌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공대생, 변호사, 워킹맘, 그리고 네이버 최연소 CEO=최수연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산업계 이목을 끌었다. 슬하에 자녀 한 명을 둔 1981년생 워킹맘인 네이버 최연소 CEO 등장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최 대표 이력을 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재다. 서울대 공대를 거쳐 연세대와 하버드 로스쿨 과정을 거친 후 네이버에 금의환향한 인물이다.
최 대표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졸업 후 2005년 네이버 전신인 NHN 신입 공채로 입사해 4년간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조직에서 근무했다.
이때 최 대표는 신입사원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NHN USA 대표를 맡았던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와 출장길에 오르는 등 함께 업무를 했었던 일화가 있다. 하지만, 약 13년이 지난 후 최 대표는 지난해 정부 주최로 열린 ‘디지털플랫폼업계 간담회’에서 네이버 대표 자격으로, 당시 카카오 대표였던 남궁 대표와 한 자리에 앉았다.
최 대표는 회사를 그만둔 후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법무법인 율촌에서 재직하며 인수합병‧기업법 분야를 담당했다. 이어 하버드 로스쿨 법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를 거쳐 다시 네이버에 재입사했다.
2019년 11월부터 네이버에서 글로벌사업 지원부서를 총괄하며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신임을 두텁게 받았다. 당시 네이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 소통을 통한 조직 쇄신, 글로벌 진출 과제를 겪고 있었다. 이에 적합한 인물은 최 대표였다는 평이다.
최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열렬한 팬레터를 임직원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사내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최 대표는 임직원에게 “대표이사로 일하는 첫 날, 제가 드리는 진심이라고 믿어달라. 네이버에게, 여러분에게 보내는 열렬한 펜레터”라며 “가파른 네이버 성장 과정에서,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경험했을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외면하지 않겠다. 많은 분들이 지적한 소통의 공백, 공감 형성의 부족, 제도와 프로세스의 미비 등 문제들은 책임지고 해결하며 확실히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전했다. ◆최수연 대표, 네이버에서 만든 변화들=이같은 의지를 보여주며 새롭게 리더십을 맡은 최 대표는 ‘커넥티드워크’ 도입 등 기업문화 개편, 법정 근로시간 한도 전 업무시스템 차단 등 기업문화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새로운 근무 형태인 ‘커넥티드워크’는 월평균 주 3회를 출근하는 타입(Type) O와 전면 재택근무를 하는 타입R로 구성됐다. 이는 네이버 임직원 의견을 반영해 내놓은 제도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최 대표는 소통 경영을 지속하며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충분한 재충전 제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팀플레이’ 강화 등 내용을 담은 사내 복지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네이버 직원들은 이틀 연속 연차를 사용할 경우 1일 휴가비 5만원을 지원하고, 3년 이상 근속 때 최대 6개월까지 무급 휴직할 수 있다. 고물가 시대지만, 네이버 임직원은 사내식당에서 중‧석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 대표는 네이버에서 시너지를 통한 글로벌 사업 확대 초석을 마련했다. 디지털트윈‧로봇 등 기술 경쟁력 해외 진출, 글로벌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를 통한 글로벌 시너지와 도약 역시 기대감을 비추고 있다.
지난 6월 오픈한 제2사옥 1784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이자,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개방 반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관계자들을 비롯한 전세계 51개국에서 2500여명이 방문한 바 있다.
또한, 최 대표는 네이버 빅딜로 꼽히는 실리콘밸리 상장사 ‘포시마크’ 인수를 이끌었다. 글로벌 C2C‧커머스 분야에서 네이버가 가진 검색, 광고, 커뮤니티, 콘텐츠 분야의 노하우를 더해 ‘멀티플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을 다질 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니시 샨드라 포시마크 대표는 최 대표에 대해 “굉장히 날카로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졌다. 수치를 비롯한 사업의 모든 디테일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점에 놀랐다”며 “상대방을 빠르게 무장해제시키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평소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잘 알려진 최 대표는 비즈니스 자리에서도 공통 주제를 잘 끌어내 관계를 개선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포시마크 경영진들과도 패션과 골프뿐 아니라, 본인이 워킹맘이기에 교육과 육아에 대해서도 공감 있게 이야기했다는 후문이다.
이제 최 대표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수익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강화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전 사업부문에서 매출 신장을 이뤄내고, ‘오픈톡’과 같은 새로운 커뮤니티 서비스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더해 올해 상반기 서치GPT를 공개하는 등 미래 기술 선점에도 공을 들인다.
최 대표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GPT에도 다양한 투자를 통해 앞으로 더욱 수익화할 수 있다”며 “네이버랩스와 클로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1784 건물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준비 중이다. 현재 사우디·일본에서 일부 프로젝트 경우 자료요청서(RFI)를 준비하는 단계로서 상용화 시작 기초 단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