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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통신물가 잡으려는 정부, 눈치보는 통신사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윤석열 정부가 민생 물가 잡기에 나선 가운데 가계통신비도 사정권에 들었습니다. 통신사들은 일단 3월 한달간 통신데이터를 더 주는 방식으로 민생안정화에 동참했는데, 정부는 더 큰 걸 원하는 모양입니다. 직접적인 통신비 인하는 아니더라도, 가령 5G 중간요금제를 확대한다거나 저렴한 어르신용 5G 요금제를 추가 출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3차 비생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민생안정 방안 중 하나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통신·금융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방안을 찾아 달라며 각료들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통신사들이 우선 내놓은 카드가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민생안정화에 동참하는 뜻에서 SK텔레콤과 KT는 만 19세 이상 자사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데이터 30GB를 제공하기로 했고, LG유플러스는 자사 고객에게 가입 요금제에 포함된 데이터 기본량과 동일한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체로 싸늘한 분위기입니다. 이미 필요한 만큼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무료 데이터 제공이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가입자들 상당수는 무제한 요금제 또는 집과 회사에서 와이파이(WiFi)를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회성 데이터 30GB 무료 제공은 생색내기라는 것이죠. 차라리 기본 요금을 할인해 주는게 통신비 경감 취지에 더 맞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러한 반응들 때문인지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모양입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는 요금제에 가입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5G 요금제 구간 다양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40~100GB 구간의 5G 중간요금제가 상반기 내에 추가로 출시될 수 있도록 통신사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통신사들에 꾸준히 5G 중간요금제 확대를 요구해왔는데, 이번엔 구체적인 목표 시점까지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통신사들은 24~3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월 5만9000원~6만1000원의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만, 여전히 40~100GB 구간은 없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생각만큼 확대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죠. 이에 정부도 계속해서 중간요금제 확대를 채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당장 추가 요금제를 출시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통신사들은 중간요금제 출시로 인해 5G 매출이 깎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참입니다. 40~100GB 구간 중간요금제는 100GB 이상 고가·고용량 요금제를 쓰던 이용자들의 다운셀링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통신사들은 5G 중간요금제 확대와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요금제 다양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지만 내심 불안감이 큰 분위기입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 통신비 문제를 공론화한 상황에서 통신3사가 정부 방침에 부응하지 않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지난해 통신3사 모두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따른 눈총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6121억원, KT는 1조6901억원, LG유플러스는 1조81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3사 합산 영업이익만 4조원을 훌쩍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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