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만약 구글이 망사용료를 낸다고 해도, 유튜브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1%도 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결국 구글과 같은 거대 콘텐츠사업자(CP)가 자신이 부담해야 할 망 이용대가를 크리에이터에게 전가시킨다거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체 콘텐츠 유통시장에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3사가 ‘망 무임승차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의 공동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학계 전문가로 참석한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망무임승차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유튜브를 통해 K-콘텐츠 수출에 저해가 된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구글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구글(유튜브)은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안 공청회 직후,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 법안 폐지를 독려하는 여론몰이를 본격적으로 나섰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이 법안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오픈넷의 망무임승차방지법 반대를 지지하는 서명을 받아왔다. 10월 12일 현재 서명자수는 24만명을 넘겼다.
신 교수는 이날 구글 망 이용대가 지불 비용과 수익 간 규모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한 히트작(콘텐츠) 사례를 들어 구글이 얻을 광고수익과 통신사에 지불해야 할 망이용대가 규모를 비교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구글이 벌어들인 순수 광고수익 대비 망 이용대가 비중은 0.17~0.25%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이같은 계산은 4분13초(253초) 동영상 재생시간을 가진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45억 조회수(매일 123만 조회수 발생)를 기록했고, 이를 모두 풀HD급(1080p)로 제공했다고 했을 때를 가정해 도출된 것이다.
해당 콘텐츠로 인해 지난 10년간 이로 인해 유발된 트래픽 규모는 49만9449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통신사업자(ISP)와 CP사의 인터넷전용회선 요금 역시 일반사용자와 마찬가지로 사용양이 아닌 속도에 따라 계약을 한다.
이에 1Gbps 요금을 사용한다고 봤을 때 국내 대형 CP가 지불하는 요금수준을 고려해 월 300만원 가량이며, 구글이 해당 콘텐츠의 국내 유통을 위해 필요한 회선규모는 52.51Mbps로 추정돼 월 15만4000원을 지불, 10년 간 누적으로는 약 1846만원이다.
반면 구글이 해당 콘텐츠를 통해 벌어들인 광고 수익은 10년 간 최고 74억~최대 110억원 수준이다. 현재 구글과 크리에이터 간 광고수익 배분비율을 45:55로 알려진다. 크리에이터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뷰당 2~3원 규모로 봤을 때 여기에 45억뷰를 곱하고, 구글이 가져가는 수익배분율을 적용하면 최고 73억6000만원에서 110억4000만원 구모로 추정된다.
즉, 45억 조회수 히트 콘텐츠를 통해 10년 간 구글이 벌어들인 광고수익은 최소 73.6억원인데 비해 구글이 망 이용대가로 지불했어야 하는 금액은 고작 1846만원에 불가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슈퍼챗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포함돼 있지도 않다.
신 교수는 “망 이용대가는 CP가 콘텐츠 유통이라는 본연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CP(구글)이 부담해야 하는 영업비용이며, CP는 이를 통해 막대한 광고 및 이용료 수익을 수취하고 있다”며 “그런데 망이용대가를 지급할 경우 이를 크리에이터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 결국 구글이 벌어들이는 광고 및 이용료 수익의 정당성 또한 부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수익분배방식을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생태계에서의 시장지배력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 남용해 시장 왜곡이 발생하면 결국 제재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이날 간담회에선 망 사용료가 망중립성을 위반한다거나 망 사용료는 통신사의 이중청구와 같은 CP의 거짓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발표됐다.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실장은 “해외 CP가 국내에서 서비스하려면 무조건 첫 번째 만나는 ISP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시장의 룰”이라며 “현재 이를 안 내는 곳은 구글과 넷플릭스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구글과 넷플릭스는 국내 ISP로부터 유상의 역무, 즉 이들의 콘텐츠를 최종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은 일반 이용자와 CP 양쪽에서 이용대가를 받는 양면시장 구조이며, 이는 이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벌어진 1심 재판에서 국내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미국 법원 역시 이같은 양면시장 구조를 이해라고 있고, 201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프랑스 경제학자도 자신의 논문에서 인터넷은 양면시장 구조라고 저술한 바 있다.
윤상필 KTOA 실장은 “그동안 ISP는 일반이용자, CP로부터 투자재원을 조달해 인터넷망 고도화해왔고, 이러한 거래질서에서 모든 국내CP와 대부분 해외CP가 동참해왔다”며 “그런데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34.1% 차지하는 구글, 넷플릭스만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의 중요성 만큼 찬반 논의는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은 더 이상 거짓 정보를 유포하거나 이용자를 볼모로 여론을 왜곡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며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터넷 무임승차를 이대로 방치하면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