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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상식104]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 판단과 사후적 판단금지 원칙


[법무법인 민후 조윤 변호사]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학교 허준이 교수는 2022. 7. 5.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3년 전의 제가 이해하지 못했던 몇 가지 수학적 사실을 이해하지만, 3년 사이 언제 이해하게 됐는지는 모른다. 기억하는 순간은 이미 그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고 깨달은 날이다.' 새로운 사실을 언제 깨달았는지 기억하는 것은 필즈상을 수상한 학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으려는 사람과 특허를 부여할지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사실을 언제 깨달았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허요건인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 ’사후적 고찰(Hind-sight)‘이 배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발명의 진보성 판단과 사후적 판단금지 원칙

특허법에 제 29조는 특허요건에 대하여 규정되어 있는데, 제1항은 발명의 ’신규성‘에 관한 규정되어 있고 제2항은 발명의 ’진보성‘에 관하여 규정되어 있다. 즉, 발명이 신규성이 없거나 신규성이 있더라도 진보성이 없다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대부분의 특허출원에 대한 거절사유는 위 특허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는 경우이다.

특허법 제29조 제2항을 해석하면 (1) 특허출원 시점에 (2)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의 선행기술을 기초로 (3)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4)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다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용이하게 발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누구도 뚜렷하게 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어떤 발명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려는 사람(발명자와 대리인)과 그 특허를 부여할지 판단하는 사람(특허청 심사관), 특허출원이 거절되어 이를 다툴 때 판단하는 사람(특허심판원의 심판관과 법원의 법관 등)들에 의하여 가상의 인물인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이 선행기술을 토대로 특허를 받으려는 발명을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을지‘ 따져보아야 하며 이때 사후적 판단금지 원칙에 따라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동일한 화합물, 동일한 화학구조 다른 결정형태인 의약화합물 발명의 진보성 판단

그렇다면 나의 특허출원을 거절한 사람들이 사후적 고찰을 하여 내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였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쉽게도 해당 분야의 선행기술 내용과 판결문을 참고하여야 하는데 최근 의약화합물 분야의 발명인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 부정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하 ’마크롤리드 화합물 사건‘)에서 이루어진 사후적 고찰을 엿볼 수 있다.

특허법원은 마크롤리드 화합물 사건의 결정형 발명에 대해 ’최적의 재재설계를 위하여 의약화합물의 모든 결정다형체를 검토하는 것이 해당 기술분야에서 통상 행해지는 일‘이므로 ’비록 특허를 받으려는 발명이 선행발명과 다른 결정형태를 갖고 그 결정형태인 의약화합물의 효과가 현저하더라도 구성이 곤란하다고 볼 수 없다‘며 위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마크롤리드 화합물 사건의 결정형 발명에 대해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므로 진보성을 부정하는 원심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 참조).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① 선행발명 화합물의 결정다형성이 알려졌거나 예상되었는지, ② 결정형 발명에서 청구하는 특정한 결정형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나 암시, 동기 등이 선행발명이나 선행기술문헌에 나타나 있는지, ③ 결정형 발명의 특정한 결정형이 선행발명 화합물에 대한 통상적인 다형체 스크리닝을 통해 검토될 수 있는 결정다형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④ 그 특정한 결정형이 예측할 수 없는 유리한 효과를 가지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결정형 발명의 구성을 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된 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한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위 결정형 발명을 쉽게 발명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즉, 의약화합물 발명 과정에서 모든 결정다형체를 검토하는 과정이 존재하더라도 특정한 결정다형체의 효과가 현저할지는 본 발명의 명세서를 보기 전까지는 선행발명으로부터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후적 판단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해당 사건마다 종합적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다양한 판결의 입장을 살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조윤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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