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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발자다] 의료AI시장 왕좌 노리는 ‘KT 의료AI개발TF’

 (왼쪽부터) 정성훈 의료AI개발2TF 과장, 이지현 의료AI개발1TF 대리, 이재호 의료AI개발1TF 팀장
(왼쪽부터) 정성훈 의료AI개발2TF 과장, 이지현 의료AI개발1TF 대리, 이재호 의료AI개발1TF 팀장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정밀성을 요구하는 의료 현장에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의료AI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원격의료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다. 이에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거나 채비에 나선 가운데 뜻밖의 사업자도 이 시장에 참여했다. 국내 통신사인 KT다. KT는 연내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디지털데일리>는 KT 의료AI개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나, 원격의료 플랫폼 개발 배경과 국내외 의료AI 시장의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의료와 AI는 ‘찰떡 궁합’…정형화된 데이터·코로나에 빠른 성장

그동안 의료AI 기술은 정형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해왔다. 의료데이터의 경우 이미지나 영상의 전처리(수집된 데이터들을 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가공하는 방법) 과정이 거의 필요없어 AI를 학습시키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매번 고정된 자세로 촬영되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떠올리면 쉽다.

그 결과 오늘날 AI는 진료-치료-관리 등 모든 의료단계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AI는 원격플랫폼을 통해 만성질환자의 건강을 상시 체크하고, 상태에 맞는 약과 영양제를 처방한다. 수술이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종양을 찾아내는 것도 AI의 몫이다.

정성훈 의료AI개발2TF 과장은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AI는 이미 수술이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AI 기반의 세그멘테이션 기술을 활용해 미세한 크기의 결절도 손쉽게 마킹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렇듯 의료AI 기술은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생활 가까이 적용될 정도로 발전한 가운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의료부담이 급증하자 그동안 금지해온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부터다.

이지현 의료AI개발1TF 대리는 “국내 의료 스타트업 중 한 곳은 이미 원격으로 진료해 약을 처방해주고 있다. 기존에는 법에 가로막혀 원격진료도 불가능했지만, 코로나19로 풀리면서 관련 시장의 필요성 또한 대두됐다"며 향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통신사의 탈출구 ‘의료AI’…글로벌 경진대회서 1등

KT는 일찍이 의료AI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0년부터 10여년간 의료 사업을 꾸준히 영위해온 가운데, 2020년에는 디지털·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미래가치추진실에 TF팀을 신설했다.

무엇보다 통신이 규제산업이다보니, KT가 보유한 경쟁력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다. 통신서비스 가입자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에, 부가서비스 가입자의 데이터까지 합한다면 그 양은 방대하다. 자연스레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AI사업에 눈을 돌렸다.

이재호 의료AI개발1TF 팀장은 ”통신사업을 영위하면서 쌓인 AI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의료를 점찍었다“며 ”의료는 지난 20년간 유망사업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뛰어든 시장이지만, KT가 보유한 의료AI 기술은 타사와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KT는 자사의 수준을 확인하고자 나간 글로벌 의료AI 경진대회 ‘SARAS-MESAD’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대회는 영상처리학계에서 권위 있는 국제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에서 개최하는 대회인 만큼, 수상이력은 의료AI 기술의 수준을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로 쓰인다.

이재호 의료AI개발1TF 팀장은 “기존 대부분의 의료AI가 ‘합성곱 신경망’(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알고리즘에 기반해 학습됐다면, 우리는 제공한 이미지를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알고리즘에 기반해 분석했다. 트랜스포머가 영상 처리에 한두번씩 사용되고 있던 시점에 선제적으로 채택한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CNN보다 정확도가 잘 나온데다가 최신 트랜드를 빠르게 파악해 실전에 적용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플랫폼으로 베트남 진출, 韓 시장 어려운 이유는


현재 KT 의료AI개발TF팀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크게 2가지다. 영상판독AI와 원격의료 플랫폼이다. 영상판독AI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동시에, 원격진료 플랫폼 내 서비스 가운데 AI를 접목할 만한 부분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TF팀은 연내 베트남에서 ICT 사업을 위한 의료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내년 초 원격의료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원격의료 플랫폼에서는 AI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플랫폼을 통해 원격 진료는 물론, 약과 영양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우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비롯해 베트남 의료IT기업, 베트남 건강기능식품 기업, 베트남 제약기업과의 협력체계를 구축 중이다.

베트남 진출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TF팀은 규제의 허들이 낮은 점을 꼽았다. 국내에선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원격진료를 비롯해 약 처방·배송 등이 모두 가능하다. 해외 의료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도 TF팀이 베트남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다.

이재호 의료AI개발1TF 팀장은 ”베트남의 경우 고령화가 시작되고 있는 데다가 암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둘의 공통점은 모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지속케어가 가능한 원격의료 플랫폼 시장의 성장률이 굉장히 높을 걸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시장을 타겟으로 원격의료와 접목할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은 최근 선진국의 의료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산시키기 위해 외국 자본에 문호를 개방하고 영리 병원에 대한 설립 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의료AI 시장에서 KT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의료AI 시장에 아직 지배적인 사업자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KT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문화가 비슷한 주변 동남아 국가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이재호 의료AI개발1TF 팀장은 “국가마다 문화, 치료 수준 등의 차이가 크다보니 획일화된 규격의 의료기기를 가지고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시장 하나하나를 공략하는 등 여러가지 방향으로 성장 전략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의료AI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대면의료를 금지하는 등 법적인 허들도 있지만, AI 오진에 대한 책임소재가 병원과 업체로 향하는 상황에서 AI의 의료수가 역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AI업체는 판독해서 겨우 몇만원을 가져가지만 오진으로 사람이 죽으면 몇억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으로, 부담이 매우 크다는 입장이다.

물론, AI 오진에 따른 책임소재 논쟁은 국내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AI가 비교적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이 논쟁에 대한 답을 아직 내리지 못했다. 문제는 국내의 경우 해외와 비교해 AI 도입에 따른 비용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병원의 영리성을 보장하고, 유렵의 경우 신(新) 의료기술에 대한 수가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간 기술 수준의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TF팀은 강조했다.

이재호 의료AI개발1TF 팀장은 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잘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기술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국내 의료AI 시장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규제나 책임 소재에 대해서 정부가 관심을 가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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