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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GVC④] GVC 패권 경쟁 ‘점입가경’…국제 분업 불확실성 ‘가중’

- 韓, 반도체 지원법 통과…각국, 반도체 업체 유치 당근 ‘봇물’
- 반도체 생태계 경쟁, 국제정치 종속 우려 확산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가치사슬(GVC) 혼란이 2022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각국은 자국 생태계 강화를 대응책으로 꺼냈다. 첨단 기술과 원자재 수급 등 국제 협업 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14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국가별 반도체 생산능력(캐파)은 2020년 기준 ▲대만 21.4% ▲한국 20.4% ▲일본 15.8% ▲중국 15.3% ▲북미 12.6% ▲유럽 5.7% 순이다.

대만 북미 일본 유럽은 시스템반도체 한국과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높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대만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이 북미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가 강세다. 팹리스 회사 의뢰품을 파운드리가 만든다. 일본과 유럽은 설계와 생산을 같이하는 종합반도체(IDM) 회사가 주류다. 이들이 만든 반도체는 이를 이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각국 공장으로 흩어진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는 이 구조의 약점을 환기했다.

미국은 2020년 화웨이와 미국 기술을 사용한 업체 거래를 사실상 차단했다. 화웨이는 반도체 수급 길이 막혔다.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1위 목전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은 이 제재를 중국 기업 전반으로 확대 중이다. 중국 기업과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미래가 안개 속에 빠졌다.

코로나19는 이 약점이 가진 위험을 현실화했다.

2021년 대부분의 완제품 회사는 보수적 관점에서 부품 수급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장은 다르게 움직였다. 갈곳을 잃은 돈이 ‘보복 소비(펜트업)’로 몰렸다. GVC 전체가 병목 현상에 빠졌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두드러졌다. 뒤늦게 반도체 업계가 캐파 확대에 나섰지만 수요를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반도체 품귀는 2~3년 지속할 전망이다. 각국과 기업별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각국은 GVC 강화를 천명했다. 반도체는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안보 차원의 현안이 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우리나라 국회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했다. ‘K-반도체 전략’ 발표 후 8개월 만이다.

K-반도체 전략은 세계 최고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과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확보 등이 목표다. 반도체 특별법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반도체 등에 대해 ▲투자 지원 ▲규제 완화 ▲인력 육성 등을 돕는 법안이다.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도 강화했다.

미국은 작년 6월 ‘칩스 포 아메리카 법안(CHIPS for America Act)’이 상원을 통과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투자 보조금과 세액 공제 등을 담았다. 하원에 계류 중이다.

일본은 작년 12월 반도체 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장 투자 절반을 보조한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업체 유치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EU는 2030년 반도체 캐파 점유율 20%가 목표다. 중국은 2014년부터 550억달러(약 66조원) 이상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 쏟아부었다.

문제는 각국이 관련 생태계를 강화하려 하지만 기업의 투자와 생산능력(캐파)은 무한하지 않다는 점.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한다. 각국 정부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재원도 없고 캐파도 없다. 선택의 결과에 따라 다른 시장을 잃을 위험만 증가한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갈림길에 섰다.

한편 시장과 생산, 지원이 아닌 원자재를 매개로 한 압박 조짐도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반도체 관련 소재 3종에 대해 우리나라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또 수출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전략 물자 수출 절차 등을 문제 삼았지만 기저에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보복 차원이 깔려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은 작년 12월 희토류 관련 국영기업과 연구기관을 통폐합했다. 중국희토류그룹을 신설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등의 핵심 원자재다. 대부분 국가와 기업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국영기업을 만든 것은 세계 희토류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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