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 지식재산 관련 법률들은 권리자의 입증곤란을 구제하기 위하여 손해액에 관한 특별한 규정들 두고 있다. 그 내용을 개략적으로나마 파악하고 있어야 지식재산 관련 분쟁에서 적절한 권리구제와 리스크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지식재산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의 손해액 산정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손해액 산정 일반법리 및 입증곤란의 문제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일반적으로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고, 그것은 기존의 이익이 상실되는 적극적 손해의 형태와 장차 얻을 수 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소극적 손해의 형태로 구분된다고 보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법리이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쉽게 말하면 가해행위로 인하여 감소한 피해자의 재산상태를 손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형재산에 대한 불법행위의 경우 위와 같은 평가방법으로 손해를 산정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차량이 파손된 경우 적극적 손해는 수리비 상당액이며, 신체 훼손으로 노동능력이 상실된 경우 소극적 손해는 일실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식재산에 대한 불법행위의 경우 위와 같은 방법으로는 손해액의 산정이 쉽지 않다. 자동차나 신체와 같은 유형재산과는 달리 무형재산인 특허발명이나 저작물을 무단으로 실시하거나 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특허권자나 저작권자의 재산상태에 어떠한 변동이 있다고 증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내 저작물을 타인이 복제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당장 내 재산상태에 어떠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지식재산의 무형적 특성 상 권리자는 손해의 입증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손해액 추정규정
이에 특허법, 저작권법 등 지식재산 관련 법률들은 특별한 손해액 추정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구체적인 규정은 각 권리의 특성 맞추어 다르게 규정되어 있으나 큰 틀은 유사하다. ① 침해자의 이익을 손해로 추정하는 규정 ②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손해로 보는 규정 ③ 법원의 재량으로 인정되는 손해액 규정이 그것이다.
① 침해자의 이익을 손해로 추정하는 규정(특허법 제128조 제4항, 상표법 제110조 제3항, 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 등)은 권리자의 막강한 무기이다. 타인이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이 확인된다면 이는 즉시 권리자의 손해로 추정되므로, 권리자는 재산상태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 없이 그 이익액을 손해액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익의 의미에 대하여 조이익설(粗利益設), 순이익설(純利益設), 한계이익설(限界利益設), 총이익설(總利益設) 등의 대립이 있는데, 법원은 근래 주로 한계이익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5다75002 판결, 특허법원 2018나1701 판결 등). 한계이익이란 판매단가에서 생산증가에 따른 변동비를 공제한 이익을 뜻한다. 즉 일반관리비 등과 같이 생산증가와 무관하게 지출되는 고정비는 이익에서 공제할 것이 아니며, 제조원가나 판매원가와 같이 생산증가에 따라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만을 공제한 이익을 의미하는 것이다.
②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주장할 수 있는 규정(특허법 제128조 제5항, 상표법 제110조 제4항,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등)은 최소한 권리자가 그 권리의 실시료, 사용료 등으로 객관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보는 규정이다(대법원 2007다76733 판결 등).
여기서의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권리의 객관적 가치, 제3자와의 이용계약이 있는 경우 계약의 내용, 같은 종류의 권리로 얻을 수 있는 실시료나 이용료, 권리의 보호기간, 침해자가 얻은 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정해진 금액을 뜻한다(대법원 2003다15006 판결, 2007다76733 판결 등). 최근 특허법과 상표법의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개정되었는데, 위 판결의 취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개정으로 보인다.
위 규정은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만큼은 최소한의 손해액으로 보장해 주려는 취지로 새겨지는바, 이를 최소한도의 손해액으로 주장하며 아울러 이를 초과하는 침해행위자의 이익에 관하여 중첩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95다49639 판결).
③ 위와 같은 손해액 추정규정으로도 손해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규정이 법원의 자유재량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여러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손해액과 관련된 여러 간접사실들에 대한 적극적인 입증활동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손해액의 구체적 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위 규정에 따라 권리자는 적어도 법원이 인정한 상당한 손해액으로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정리하면 지식재산 침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침해자의 침해행위로 인한 이익을 손해액으로 주장할 수 있고, 아울러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만큼은 최소한의 손해액으로 주장할 수 있으며, 그것의 입증이 곤란한 경우라도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한 손해액만큼은 배상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보다 손해액 입증의 유리한 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최근 특허법이나 상표법 등 일부 지식재산 법률은 고의적인 침해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특별히 가중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특허법 제128조 제8항, 상표법 제110조 제7항 등).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행위로 얻은 이익, 침해해위에 따른 벌금, 권리자와 침해자의 지위, 침해자의 피해구제 노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앞서 손해액으로 인정된 금액에서 최대 3배의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이다.
재산상태의 차이만을 손해액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악의적인 침해행위를 규제하고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손해액을 증액하는 제도인데(이러한 기능적 측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불린다), 향후 판례가 누적된 이후 구체적 기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고의의 침해행위가 문제되는 사건의 경우 이를 반드시 고려해 손해액을 가늠해 보아야 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살펴본 것과 같이 지식재산 관련 법률에서 손해액의 정함은 일반적인 불법행위와 다른 특수성이 존재하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권리구제와 리스크 관리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