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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고용보험③] 배달 라이더 소득 확인, 배달료 인상으로?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일자리 환경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대리운전기사와 배달기사는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명확히 구분되던 전통적 고용 구조에 포함하지 않는 대표적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들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도 새해부터 사회안전망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산업계에서 우려하는 지점과 이유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내년부터 월 80만원 이상 소득을 얻은 배달 라이더들은 고용보험에 의무가입하게 된다. 그러자 배달업계에선 비상이 걸렸다. 정확하게는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난색을 표한다. 소득 정보를 꺼리는 라이더 이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플랫폼사들이 라이더 보험료를 걷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는 역할까지 떠안게 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30일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플랫폼을 매개로 배달·운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종사자 수는 66만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2만명과 비교하면 1년만에 3배나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2.6%에 달하지만 고용보험 의무 가입대상이 아니어서 사각지대에 속해 있었다.

배달업계는 크게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주문 앱 업체들과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배달대행 플랫폼사, 그리고 배달대행 플랫폼사들과 계약을 맺은 지역 배달대행 업체들로 나뉜다. 소비자가 배달주문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배민·쿠팡이츠와 직접 계약을 맺은 라이더들이 배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역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이 배달대행 플랫폼(프로그램)을 사용해 주문을 받고 배달한다.

◆라이더 고용과 무관한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고용보험 처리=내년부턴 바로고·생각대로·부릉 등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들이 라이더 근무시간·소득 등 정보를 취합해 정부에 전달한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역할은 노동자들을 고용한 사업주가 해왔다.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지역 배달대행 지사와 라이더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급했을 뿐 사실 배달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라이더들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곳은 지역 배달대행 지사들이다.

하지만 배달대행 업체들이 워낙 파편화돼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플랫폼사들이 중개역할을 하게 됐다. 라이더와 각 지사장 소득을 파악해 보험료를 걷고 근로복지 공단에 전달하게 된 것. 단 제출된 내용과 실제 근무 내용이 일치하는지는 지역 배달대행 지사들이 맡는다. 문제는 플랫폼 업체들이 그간 라이더 고용과 무관하게 일해온 만큼 현행 프로그램으로는 라이더 보험료 정산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아직 소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조차 마련이 안 된 상황인데 고용보험을 너무 빨리 업계에 도입하는 것 같다”며 “프로그램 개발 전까지 엑셀이나 수기로 정보를 제출하라는 데 라이더가 몇만명인 경우 과정도 번거로울뿐더러 실수가 생길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배달업계 복잡한 고용구조는 물론 운영 방식에 대해 깊은 이해 없이 ‘전국민 고용보험’ 속도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근방 배달지점과 서로 주문을 공유하는 ‘공유콜’이다. A지점에서 주문 수가 너무 많아 라이더 수가 부족할 때, B지점에 속한 라이더가 A지점 공유콜을 수행하는 개념의 서비스다.

실질적으로 B지점 라이더가 배달을 처리했기 B지점에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해당 배달건에 대한 보험료는 B지점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A지점에서 발생한 주문 건이기 때문에 해당 배달건에 대한 보험료를 A지점에서 내야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A지점에선 소속 기사도 아닌 라이더 고용보험료를 대신 내주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지점들은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유콜 사용을 지양하게 되고 결국 전체 플랫폼 배송 수행 역량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라이더 이탈 심화, 배달료까지 인상될 수도=결국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궁극적으로 우려하고 있는 지점은 라이더 이탈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다. 특히 단건이 아닌 여러 건을 배달하는 배달대행 업체엔 ‘전업’으로 일하는 라이더 비중이 높다. 월 80만원 이상 소득을 금방 넘기 때문에 고용보험 의무 자격이 주어지는 라이더가 많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배달라이더 중 신용불량자·기초생활수급자·공무원 등 소득신고를 꺼리는 사람들이 다수 속해있는 만큼 고용보험 의무가입 시 상당수 ‘베테랑’ 라이더들이 다른 분야로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쿠팡이츠·배민 중심 단건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미 라이더 이탈 현상을 겪고 있다. 라이더 이탈자가 증가하면 배달료 또한 더 높아질 수 있다.

라이더가 고용보험에 가입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실업급여와 출산전후 급여다. 업계에선 라이더가 고용보험에 가입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실상 실업급여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라이더 절대다수가 남성으로, 출산전후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상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또 실업급여가 플랫폼종사자, 특히 라이더에게 꼭 필요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에선 비자발적 이직(해고)나 직전 3개월간 보수가 전년 동일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한 경우 등에 대해 실업 급여를 지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달업계는 라이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어 해고 가능성이 낮은 시장이고 라이더 자발적 선택에 따라 보수 변동 가능성이 큰 업종”이라며 “업무량과 시간을 비교적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실업급여 수급을 위해 고의적으로 보수를 줄일 수 있는 구조인데 현재로선 이런 도덕적 해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러 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예기간 없이 배달기사 고용보험 의무 적용은 추진된다. 업계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최대한 정부 기조에 발 맞추는데 동조하겠다는 의견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안 시행 초기 3개월간 과태료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이는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며 “고용보험을 적용해 나가면서 정부와 꾸준히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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