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블랙아웃 분쟁을 빚은 CJ ENM과 딜라이브의 약속된 협상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양사가 끝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나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 갈등의 핵인 콘텐츠업계와 유료방송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딜라이브는 이달 31일까지 기본채널 프로그램사용료 수준에 대해 협상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사용료는 케이블TV와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채널을 제공하는 채널사용사업자(PP)에 지불하는 수신료로, 양사는 지난달부터 인상 수준을 놓고 의견대립을 벌여왔다.
CJ ENM은 딜라이브에 대한 프로그램사용료가 지난 5년간 동결이었던 점을 들어 20% 인상을 요구했으나, 딜라이브는 케이블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한 과도한 인상률이라 보고 반발했다. 이에 CJ ENM이 딜라이브에 tvN·OCN·엠넷 등 총 13개 채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며 사실상 블랙아웃을 예고, 갈등에 불이 붙었다.
최악의 경우 약 200만명의 딜라이브 가입자가 CJ ENM 채널을 볼 수 없게 되는 사태에 직면하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나섰다. 양측은 과기정통부와 수차례 중재 면담을 거쳐 “8월31일까지 신의성실에 입각해 프로그램사용료 수준을 원만히 합의할 수 있도록 협상하겠다”는 1차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CJ ENM과 딜라이브는 사실상 정해진 기한 마지막날까지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도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임할 수 있는 마지막 협상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이번 합의가 불발될 경우 무조건 정부 중재안에 따르기로 사전 협의했다. 이는 사실상 프로그램사용료 인상률에 대한 결정 권한이 과기정통부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양사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단 31일까지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어떤 식으로 중재할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양측 회사로부터 각각 의견을 받아 정부 중재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인 내용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정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독자적으로 진행하면 공정성 문제도 있으니 외부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라며 “원래 CJ ENM은 20% 인상, 딜라이브는 동결을 주장했지만, 중재안에서는 어느 정도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슷한 사례에 비춰볼 때 프로그램사용료 인상 자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불거진 CJ ENM과 LG유플러스 IPTV의 프로그램사용료 갈등도 이번 사태와 마찬가지로 블랙아웃이 우려됐지만 결국 합의에 이른 바 있다. 당시 양측은 수신료를 일정 수준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사용료 동결까진 아니더라도 소폭 인상으로 결론나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다만 통신사 IPTV와 달리 케이블TV의 경우 지역성·공공성 이슈도 있고 가입자 부진이나 침체된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