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코로나19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까지 덮쳤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는 이날 예정된 항소심 선고기일은 다음 달 11일 오후 2시로 연기한다고 양측에 통보했다. 2심 재판부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해 재판진행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와 페이스북 2차전 쟁점은 접속경로 변경행위 관련 이용제한 여부다.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행위와 관련해 이용자 불편을 인정하면서도, 이용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결과적으로, 1심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했고 방통위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통신사와 협의 없이 2016년 12월 SK텔레콤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해, 트래픽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접속응답 속도가 4.5배 느려졌다. 당시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고의로 변경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방통위는 지난해 3월 접속경로 임의변경으로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다며,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은 의도적으로 이용자 불편을 야기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행위가 고의성이 없었다는 변론을 수용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인터넷생태계에서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CP에게만 네트워크 품질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면죄권을 준 판결이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후 방통위는 재판부가 지적한 이용제한 기준 모호성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미비점 보완에 나섰고, 국회에서도 법적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0대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는 해외사업자라도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하고 이용자 요구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돼 있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만 부여된 망 품질 의무를, 글로벌 대형 CP에게도 부여해 이용자가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글로벌 CP가 국내 통신사보다 협상력 우위에 있다는 점을 악용해 망 사용료 협상 때 서비스 안정성을 무기로 삼는 행위도 방지할 수 있다. 특정 서비스 트래픽이 망에 부하를 가져올 정도로 과도하다면, 망 사용료 협상 카드로도 활용 가능하다. 법적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행령은 현재 준비 중이다.
국회에서 관련법까지 통과시킨 만큼, 방통위와 페이스북 2심에서 승패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돌았다. 더군다나, 넷플릭스까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모두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해 소송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CP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전세계 각국과 ISP에게 선례로 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