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주연테크 자회사 주연글로시스는 2017년 가상현실(VR) PC방을 열었다. 하지만 금방 철수했다.
VR콘텐츠 이용 요금은 한시간에 1~2만 원대로 노래방 가격과 비슷했다. ‘즐길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VR방은 왜 대중화되지 못하고 사라진걸까.
주연테크 관계자는 “머리에 씌우는 기기도 더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지만 무엇보다 PC게임은 자신의 계정을 만들어 로그인하는 ‘연속성’이 있는 반면, VR게임은 오락실 게임처럼 일회성에 그쳤다”며 “사람들을 끌만한 ‘스타크래프트’ 정도의 콘텐츠가 나타나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바이스의 성장은 콘텐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5세대(5G) 등장으로 새롭게 떠오른 VR이 나오기 전부터 PC시장의 흥망은 게임 콘텐츠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클라우드 게임이 보편화된다면 PC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약 10년 전 모바일게임이 떠오르자 PC업계가 활력을 잃었다. 스마트폰에서 즐길 막강한 콘텐츠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침체돼있던 PC시장에 다시 활력을 준 것은 또 다시 콘텐츠,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 등 화려한 그래픽과 빠른 화면전환을 요구하는 고사양 게임들이었다.
대표적으로 게이밍 모니터‧노트북은 고사양 콘텐츠를 무리 없이 이용하기 위한 디바이스 발전의 결과다. 전체 모니터 시장은 제자리걸음이지만 게이밍 모니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780만 대를 기록한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2023년 1220만 대로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클라우드게임으로 인해 콘텐츠와 디바이스의 성장 관계가 향후 완전히 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클라우드게임은 고성능 게임기 없이도 다양한 단말기에서 게임에 접속해 즐길 수 있다. 큰 용량을 차지하는 다운로드가 필요 없다. 클라우드서버에서 게임을 내려받아 스트리밍 음악이나 넷플릭스처럼 실시간으로 대용량‧고화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클라우드게임이 보편화되면 그래픽이나 메모리 사양을 뒷받쳐줄 기기들의 존재가 무색해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구글과 아마존 등은 새롭게 부상 중인 클라우드게임을 적극 공략 중이다. 구글은 ‘스타디아’로 가입형 게임서비스를 내놓고 게임시장에 진출했다. 클라우드게임이 대중화되면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 입장에선 호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게임을 제한없이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껏 끌어올린 기술력으로 만든 게임을 디바이스 제한 없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클라우드게임 도입을 조금씩 검토 중이다”라며 “다만 단순히 영상을 보는 넷플릭스와 달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 수백명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함께 어울리다보니 더 정교한 통신환경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C업계 관계자들은 클라우드 게임이 바꿔놓을 시장 환경을 우려하면서도 고사양을 뒷받침해주는 디바이스의 ‘무용성’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게이밍모니터 등 일부 제품이 성장 중이지만 고사양으로 즐길 거리가 게임 외 다른 콘텐츠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PC업계 관계자는 “고사양PC가 게임보다는 영상편집‧그래픽 작업 등으로 많이 넘어가 있는 상태”라며 “게임으로만 보면 클라우드게임이 PC업계 위협이 될 수 있고 환경 자체가 변할 수 있지만 PC를 사용하는 목적이 다양해진 만큼 사용자들이 모바일, PC, 클라우드 등 선택지가 넓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큰 화면에서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의 수요는 클라우드 게임 대중화 시대에서도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다른 PC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게임이 어느 디바이스에서도 연속성을 갖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대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그런 디바이스를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안나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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