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클라우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클라우드 퍼스트(First)’에서 ‘클라우드 온리(Only)’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즉, 클라우드를 우선 사용하는 것만으로서 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만 사용하도록 하는 강력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한국 정부가 클라우드 정책 레퍼런스로 삼았던 국가들도 초기엔 클라우드 도입율이 낮았다. 실제 미국 정부도 2011년 정보화 예산의 25%를 클라우드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3년 뒤인 2014년에도 2%에 불과했다.
미국 역시 조직문화와 전문성 부족, 구매절차 부재, 예산확보 어려움, 보안요구변경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후 강력한 전환 정책을 시행했다. 현재 미국 정부의 클라우드 예산은 전체 정보화 예산의 8.5%다. 이 정도 수치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이다.
2012년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서비스 조달을 위한 마켓플레이스인 ‘클라우드스토어’를 시작한 영국 정부도 첫해에는 클라우드 예산이 전체 정보화 예산의 0.095%(660만유로)에 불과했다. 이는 2014년을 기점으로 점차 늘어나 2016년 현재 10% 수준인 7억1300만유로(한화로 약 1조원)에 달한다. 현재 등록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2만5324개에 달한다. 이중 서비스의 90%가 중소기업 제품이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공공은 클라우드 발전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분야다. 클라우드 발전법 제12조와 20조에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및 이용 촉진 관련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후 미래부와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1월 발표된 클라우드 활성화 기본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8년까지 1만3064개로 추정되는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기관 수 기준 40% 이상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도록 해 1조2000억원의 시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공공분야에서의 시장 창출은 예상만큼 쉽지 않다. 당초 정부는 공공분야를 크게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세 개로 나누고, 정보자원의 중요도에 따라 G-클라우드(정부통합전산센터), 자체 클라우드 구축, 민간 클라우드 등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했을 경우, 사실상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분야는 제한적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을 제외한 44개 중앙행정기관은 현재 대전과 광주에 위치한 행자부의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정부통합전산센터 역시 지난 2012년부터 ‘G-클라우드’라는 새로운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센터는 스스로를 ‘정부 전용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센터’라고 지칭한다. 2018년에는 대구에 제3정부통합전산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79개의 행정 및 공공기관의 IT시스템을 운영할 예정이어서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예상 기관 수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충남 공주에도 백업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경쟁이 되는 구도”라고 지적했다. 물론 센터에서도 국산 소프트웨어(SW) 등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부 SW 기업에겐 유리하지만, 서비스 형태로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기업과는 대치된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시 클라우드 이용계획 제출 기관에 3점의 가점을 부가한다고 발표한 만큼, 현재로서는 보다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다.
미래부 측은 “현재는 초기 단계인 만큼 민간기업들이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나 솔루션 도입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등을 구분하지 말고 전체적인 클라우드 활용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클라우드 이용계획을 제출한 기관들을 상대로 실제로 집행을 했는지 모니터링하고 이후에는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했을때만 가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보니,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찾아내서 장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래부와 행자부는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선도프로젝트’ 11건을 선정해 추진 중이며,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을 신청한 총 53개 공공기관 가운데 31개 기관에 우선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검토 중인 공공기관으로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공항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이다.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등을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관은 ‘클라우드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컨설팅 제공을 위해 제이예스와 브이텍 두 곳을 선정했지만, 선정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NIA의 경우 최근 한글과컴퓨터, 타이컴퍼니 등 5개의 국내 소프트웨어(SW)의 웹오피스, 저장소, 소셜포털을 구축형 SaaS로 제공하는 NiCloud, 오픈소스인 클라우드파운드리 기반으로 만든 클라우드 플랫폼 파스타(PaaS-Ta)를 공공기관 및 민간에 제안하고 있다.
이밖에 영국의 클라우드 스토어를 벤치마킹한 씨앗(www.ceart.kr)를 통해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12월 2일 현재 총 110개(IaaS 39개, PaaS 3개, SaaS 68개)의 솔루션 및 서비스가 등록돼 있다. 공공기관이 안전하게 민간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 만들었다.
현재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은 업체는 KT가 유일하지만 가비아 등 2개 기업이 보안인증심사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계 기업도 보안인증 신청을 고려 중이다. 다만 인증 요건 중에 별도의 물리적인 인프라 마련 등의 일부 내용에 따라 미래부 등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미래부 SW진흥과 신상열 과장은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 공공 클라우드 전용 서비스(GovCloud)를 처음 시작한 6년 전엔 너무 수요가 없어서 계속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3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해 현재 수천개의 공공기관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도 현재는 보안우려, 인식부재 등으로 더딘 측면이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미래부 산하 49개 소속‧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클라우드우선도입담당관(CCFO ; Cloud Computing First Officer)를 지정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323개 타 주처와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 정식지표로 반영해 클라우드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가점’이지만 ‘정식지표’로 채택, 배점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 우선 적용 범위도 ICT 연구개발(R&D) 사업에서 국가 R&D 전반 및 기금사업으로 전면 확대한다. 씨앗과 나라장터를 연계하는 조달시스템 고도화 작업도 진행한다.
서 과장은 “클라우드 도입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식확산”이라며 “반드시 가야할 미래라면, 좀 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공공과 민간 클라우드가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미래부 중심의 추진 전략이 범국가적 차원으로 넓여야 한다”고 말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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