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몇 년간 모바일게임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 흐름이지만 그 중 국내 시장의 성장률은 눈부시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난 2012년 8009억원 규모에서 1년 만에 2조3277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규모면에서 3배 이상(190.6%) 불어난 것이다.
201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장 규모는 2조467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시장 성장률은 한국이 전 세계 국가 중 한손에 꼽을 정도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여기에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기록적인 성공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모바일게임 시장이 보릿고개에 들어섰다. 예상보다 빨리 시장 정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를 보면 2013년부터 1000억원 안팎에서 소폭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엔 시장이 쪼그라들 전망이다. 201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선 전년대비 5.3% 줄어든 2조3369억원 시장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온라인게임이 지난 십수 년간 겪은 상황을 모바일게임이 몇 년만에 압축적으로 겪는 모양새다.
보통 이용자들은 한번에 1~2종, 많아야 3종의 모바일게임을 동시에 즐긴다. 그런데 하루에 쏟아지는 신작만 수십 종이다. 기존 인기게임들에도 이용자들이 묶여있다. 한정된 이용자층을 두고 경쟁 게임 간 뺏고 뺏기는 ‘제로섬’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 전반의 매출도 제자리걸음인 이유다.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유명 남자배우들을 기용한 광고가 줄을 잇는 것도 출시 초반 이용자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눈에 한번이라도 더 띄고자 하는 경쟁으로 보면 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게임산업 살리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반길 일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선 지난 몇 년간 게임업체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고 관련 종사자 수 역시 감소세를 보이는 것을 지적하고 강제적 셧다운제 등 규제로 인한 폐해가 언급됐다. 게임산업 고급인력 육성방안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구글, 애플 앱 마켓의 환불정책 악용 사례로 인한 게임 개발사의 피해도 국회가 개선을 촉구했다.
이제 게임업계도 스스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최근 게임 개발과 마케팅에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고 성공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다 보니 일부 업체들의 ‘과도한 결제 유도’가 문제시되기도 한다.
그 중심엔 ‘확률형(뽑기·캡슐형) 아이템’이 있다. 대박을 좆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수익모델이다. 국정감사에선 이 확률형 아이템에 사행행위 모사 요소가 들어있다고 보고 등급 상향 등 엄격한 기준 마련에 대한 주문이 나오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확률형 아이템의 도입 확대는 업계 입장에서 독배(毒杯)를 마시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익 극대화를 위한 쉬운 길로만 가다보면 결국 콘텐츠 경쟁력의 약화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수준을 지킬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에 산업 육성을 얘기하기 전에 올해 첫 삽을 뜬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 정착에 업계 스스로가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