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공공, 금융SI 부문을 대상으로 한 조직개편을 지난 1일자로 조용하게(?) 단행했습니다. 이미 2주전부터 삼성SDS가 공공및 대외 금융SI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이 쏟아져 나왔기때문에 정작 조직개편 당일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았습니다.
삼성SDS도 관련하여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습니다. 삼성SDS는 원래 조직개편과 관련한 내용은 원래부터 보도자료를 작성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기업이 아닌 B2B 기업 문화때문입니다.
기존 공공, 금융사업을 없애는 대신 삼성SDS는 1일자로 스마트 매뉴팩처링&타운(SMT)과 ICT아웃소싱(ICTO)사업부를 신설했습니다.
이 두 사업부로 기존 공공, 금융 사업부 인력들이 흡수되기는 했지만 일부 인력은 모바일, 클라우드 등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SMT라는 조직이 좀 생소하지만 삼성SDS가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만든 조직입니다. 여기서 SM은 제조 분야, T는 공공적 성격을 담고 있는 서비스 조직입니다. 주로 SMT조직에서 상대적으로 기존 직원들을 많이 흡수한 듯 합니다.
ICT아웃소싱(ICTO)사업부는 말 그대로 아웃소싱 서비스를 위한 조직입니다. 기존 수주했던 공공 및 삼성전자, 금융계열사의 IT서비스 유지보수가 목적입니다.
이번 조직개편의 대상이되는 회사내 직원들은 1500명 수준입니다.1만4500명에 달하는 삼성SDS 전체 직원수에 비춰봤을 때 약 10% 정도로, 회사 내부적으로 크게 동요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런데 국내 IT서비스 시장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회사를 대부분 떠난다고 가정한다면 국내 공공, 금융부문 IT서비스 인력 시장에 큰 후폭풍은 불가피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출'이라고 표현할만큼의 충격은 거의 없을 듯 합니다. 기존 공공, 금융 사업부 직원들 대부분이 삼성SDS에 잔류하기로 결정했기때문이죠.
◆공공, 금융 직원들 왜 남았을까 = 이런데는 여러 원인이 작용한 듯 합니다. 무엇보다 조직개편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시키기 위한 삼성SDS 자체의 충격흡수 프로그램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삼성SDS는 기존 공공, 금융 사업부 직원들에게 조직개편 이전부터 꾸준한 면담을 통해 부서 재배치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면담을 통해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옵션을 제시했고, 회사는 최종적으로 본인의 선택을 중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회사측에서는 해외및 ICT 사업 강화 등 회사가 직원들에게 일찌감치 사업 재편의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직원들이 마음의 준비를 갖도록 한 것도 주목할만합니다. 소문만 흉흉하다 어느날 갑자기 전광석화처럼 발표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입니다.
물론 일부 직원이 조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일반적으로 조직개편과 관련해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 감소율 수준으로 보입니다.
한편 직원들 입장에선, 어차피 대기업의 공공 IT시장 진입 제한이라는 동일한 시장환경에 놓인 상황이라 LG C&S, SK C&C 등 경쟁사로의 수평이동이 여의치 않았을 것입니다.
또 급여 수준이나 사내 복지혜택 등을 고려했을때 규모가 적은 중견 IT서비스업체로의 이동도 썩 내키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내 SI시장이 크게 침체돼있기때문에 오히려 상황을 관망해보자는 심리도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올해부터 공공및 금융 IT시장을 공략하려는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이 삼성SDS 등 대형 IT서비스 업체 출신을 선호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상했던것보다는 업체간 인력 이동은 적어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삼성SDS의 조직개편은 직원들을 막연한 불안감에 떨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해야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단순히 인력을 줄이기위한 조직개편이 아니라면 기업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훌륭한 인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조직개편을 통해 비전을 분명히 보여주고, 더구나 그것을 직원들과 진지하게 공유하는 모습은 우리 기업들이 지향해야할 바람직한 기업문화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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