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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IT생태계 2부-①] 스마트 시대 생태계 구축…상생 없이 어렵다

[창간 7주년/IT생태계 2부-①] 일방적 자금지원 탈피…윈윈 파트너십 정착돼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시간이 흐를수록 쇠약해져갔던 애플은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통해 세계 최대 IT 기업으로 도약했다. 애플의 퀀텀점프(Quantum Jump)는 표면적으로는 아이폰의 대성공이었지만 사실 핵심은 앱스토어였다.

애플이 구축한 장터에 많은 이들이 들어와 점포를 열었고, 많은 이들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장터를 찾았다. 앵그리버드라는 게임을 판매한 로비오라는 조그만 회사는 일약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결국 애플은 많은 앱 개발사의 활약으로 커다란 생태계를 조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아이폰, 아이패드를 팔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모바일 광고, 클라우드 등 새로운 성장동력도 얻을 수 있었다. 설사 애플이 중소기업, 개발자와 ‘상생’을 염두하고 앱스토어를 만들지는 않았더라도 애플과 수많은 앱 개발자 및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결국 앱스토어 성공의 의미는 과거처럼 대기업 혼자서 모든 것을 움켜쥐고, 공유와 개방, 상생을 외면하는 전략으로는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다.

스마트 시대, 상생의 룰이 바뀐다=애플은 특별히 흔한 상생전략인 개발비용을 대거나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가진 기술을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앱들이 잘 구동되도록 하드웨어만을 만들었다.

그러나 앱 개발자들은 애플에 열광했다. 그 흔한 개발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는 진정한 상생정책이었고 애플 역시 호황을 누리는 그야말로 윈윈 전략이요, 동반성장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애플은 7:3 이라는 명확한 수익배분 원칙을 통해 대중소기업의 상생이라는 숭고한 이미지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애플의 성공은 사업 아이디어가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기존의 대-중소기업간의 관계 재설정, 대기업의 관행 타파에 핵심이 있다.

대다수의 휴대폰 제조사, 이통사들은 물론 초기 아이폰도 애플이 제작한 앱만을 설치할 수 있었다. 현재와 같은 앱스토어 개념은 이후 등장했다. 그 과정에서 애플은 iOS용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를 무료로 제공했다. 60만건의 앱스토어는 협력에 대한 발상의 전환, 대기업 기술의 개방 때문에 가능했다.

거대한 IT 생태계가 구축되며 1990년대 후반 이후 자취를 감췄던 IT 벤처 붐이 전세계적으로 다시 조성되고 있다. 구글, 노키아, 에릭슨, 시스코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막대한 금액을 들여 벤처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관심으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통신벤처 붐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 시대 동반성장 어떻게?=이처럼 미래성장을 견인할 스마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생태계의 중심 축인 중소·벤처기업의 동반성장이 필수다.

지금까지의 국내에서의 동반성장 정책은 투자가 아닌 융자 위주의 자금조달이 중심이었고, 투자환경 역시 미흡했다. M&A가 중간 회수시장으로 자리잡지 못했고, 실패한 기업에 대한 제도적 차별 문제도 존재했다. 때문에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환경 조성, M&A 활성화를 통한 출구전략, 실패한 기업에 대한 재기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세워도 결국 비즈니스 접점이 이뤄지는 대기업이 어떤 정책을 세우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대의 도래로 생태계간 경쟁으로 ICT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지만 구성원간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나, 사업·투자정보 교류체계의 미흡, 외산 제품 대비 낮은 유지보수비율 등 불공정 거래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단순 자금 지원 뿐 아니라 기술과 네트워크의 공유를 통해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대기업 역시 중소기업의 덕을 볼 수 있는 방향이 돼야 말 그대로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말로만 상생 더 이상 안된다=최근 동반성장위원회는 56개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그래도 나름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기업들이지만 우수 등급을 받은 곳도 있고, 낙제점을 받은 대기업들도 있었다.

기업, 그룹차원에서 아름다운 문구와 그럴싸한 계획으로 포장해 발표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괴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기업의 동반성장 전략이 단순한 중소기업 자금지원식의 형태가 아니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덕도 봐야 진정한 동반성장이 완성될 수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뿌리내린 나쁜 '갑을문화'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IT처럼 기술 및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는 업종의 경우 폐쇄적인 기업운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과거 IT 강국의 건설의 원동력은 정부와 기업간의 협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고 시장을 선도할 만한 환경도 못된다. 그래서 대기업의 자금·경험과 중소기업의 창의력의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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