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안녕하세요? 나는 한국말 배우는 태국 사람이에요.”
최근 우리 회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SNS 서비스에 자주 등장하는 어색한 한국말들. 홍콩과 태국 소녀들이 한 명 두 명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사용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저스팟(Juspot)은 아직 영문 서비스를 내놓지도 않았는데 해외 사용자들이 앱을 내려 받아 사용한다는 점이 기쁘기도 하고 무척 놀랍기도 하다.
아무래도 ‘한류’의 영향인 듯 하다. 소녀들의 프로필에는 한국말과 자국어로 빼곡하게 좋아하는 한류 가수의 이름이 들어 차 있다. ‘한류 소녀팬’들의 활약은 실로 눈부셔 어떤 소녀는 2AM, 2PM, 미스에이 같은 스타들에게 트위터 멘션을 보내 우리 회사 앱에 초대하기도 한다. 말로만 듣던 ‘한류 열풍’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 카카오톡에도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랍권 국가 사용자들이 상당하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카카오톡을 알고 내려 받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이미 해당 국가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카카오톡은 이렇게 한국의 서울, 강남 한복판에 앉아 전세계 4000여 만 명이 함께 사용하는 앱을 만들어 냈다.
바야흐로 세계 시민의 시대다. 언어의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영미문화권의 문화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었지만 최근의 경향은 그보다 복잡다양하다.
세계의 젊은이들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향위하고 배워 나간다. 그 문화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자유롭게 교류한다. 한류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한 단면일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도 세계 시민으로 커 나가고 있다. 이러한 단면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만나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창업가들은 해외 진출에 대한 시각이 선배 창업가들에 비해 용감하고 자유롭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해외 여행이나 어학 연수를 다녀온 사례가 다반사인 이들에게 언어의 장벽은 이전보다 훨씬 낮다.
한국에서 팀을 꾸려 서비스 목업(Mock-up)을 만들고 나면, 배낭 하나 달랑 들고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현지 창업가들과 만나고 벤처 캐피털들과 미팅을 잡는다. 해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활동이나 캠페인에도 활발하게 참여한다.
필자는 2008년 9월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구글과 인수합병(M&A) 딜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이 딜에 대해 찬사를 보낸 분도 많았지만 ‘너무 이른 엑시트(Exit)다’, 혹은 ‘왜 하필 해외 기업과 인수합병이냐’ 라는 의견도 많았다.
나 역시 당연히 여러가지 고민을 했었다. 지금도 가끔 ‘그 때 조금 더 팀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점 하나는 한국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세계 최고의 기업과 커다란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우수한 팀과 서비스로 세계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
구글과의 딜 이후 2년 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세상은 또 다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2010년 9월 구글을 나와 내 인생의 네 번째 회사를 창업했다. 이번에 창업한 회사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 하나는 한국에 기반을 둔 회사로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뉴욕에 현지인을 고용해 법인을 개설했으며, 한국 사무실에도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구성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서비스를 들고 나는 다른 젊은 창업가들 처럼 배낭 하나 둘러 메고 미국 시장에 뛰어 들어가 볼 생각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창업가의 대열에 들어 서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벌써부터 ‘제 2의 인터넷 버블 사태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시각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이렇게 변화했고 계속 빠르게 바뀌어 나가고 있다. 세계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하나의 세계가 되어 가고, 우리의 젊은이들은 그 속에 녹아 들어 성장하고 세계의 인재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전과 같은 ‘제 2의 인터넷 버블 사태’에 대한 걱정은 큰 의미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걱정을 하기 보다는 박수를 쳐 주자. 우리의 젊은이들이 세계에 나가는 데에 힘을 실어 주자. 한국인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서비스들에 관심을 갖고 사용해 보고, 아낌없는 조언과 채찍질을 보내 주자.
IT 전문 미디어인 디지털데일리 창간 7주년을 맞이해, 한국의 많은 미디어들도 미래의 구글, 미래의 페이스북이 될 지도 모를 한국의 젊은 스타트업과 창업가들을 보다 많이 조명하고 응원해 주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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