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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퇴직 임원도 소중한 자원이다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업계의 한 컨설턴트는 최근 업무차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본사 사무실을 둘러보고 왔다.

그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본사 건물 한 층에 삼성전자와 LG전자 출신 한국인 직원 수십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한국 업체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컨설턴트는 “대부분 국내 대기업 퇴직 임원들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중국 업체로 흘러들어간 것”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SI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업체인 BOE에서 삼성전자 LCD 사업부 출신 임직원 몇몇을 봤다”고 말했다. 정확하게 몇 명이 갔는지 알 길은 없으나 한 두명이 아니었다고 그는 전했다.

BOE는 최근 공격적인 경영 전략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LCD 업체다. 이 업체는 올해 초 8세대 라인을 본격 가동한 지 3개월 만에 삼성이나 LG 수준인 90%의 양산 수율을 확보했다고 밝혀 관련 업계를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스카우트가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다보니 국내 대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퇴직 임직원들이 중국 업체에서 일하는지 파악조차 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들 중국 업체로 흘러들어간 인력은 기술이나 영업 비밀을 유출하지 않겠다며 퇴직 후 1~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약서를 썼을 것이다.

그러나 LCD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이 이 기간을 채우자마자 곧장 중국 TCL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1~2년 취업 제한이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상당한 시간 동안 한국에서 쌓은 해당 분야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 업체의 기술 개발에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에게 은퇴를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국내 산업 발전에 접목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정부와 개별 기업이 기금이나 펀드를 조성해 경험을 가진 퇴직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좋을 것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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