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포커 게임에서 물패 들고 따라오는 이들의 불장난을 저지하는 방법은 무지막지하게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다.
서로 패를 모르면 블러핑이 통할 수도 있겠지만 반도체 시장에선 상대방 패를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기술이 앞서고 자본이 앞서는 삼성전자가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인 것이다. 치킨게임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옳지 않다.
PC의 수요 감소에 따른 D램 공급 과잉, 이어진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삼성전자는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물량이 넘쳐나니 상반기 2.7달러까지 올라갔던 주력 D램 모델(DDR3 1Gb 128MB 1333MHz)의 가격은 10월말 현재 1.53달러까지 뚝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앞선 공정전환에 따른 원가경쟁력 확보로 이 정도 가격에 D램을 팔더라도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2위 업체인 하이닉스도 마찬가지. 그러나 3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엘피다가 공공연하게 감산 발표를 한 것은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60나노급 D램을 털어내기 위한 전략일 수 있고 내가 하니 너희들도 감산해서 가격 높이고 같이 돈 벌어보자는 메시지를 경쟁 업체에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부사장은 건전한 PC 산업의 발전이라는 이유를 들어 “D램 가격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백기 들고 모두 함께 잘 살아보세라고 외치는 후발주자에 허튼소리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전 부사장은 상반기 주력 D램 모델의 가격이 고점을 찍었을 때 PC 총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15%까지 상승했다며 적정 수준은 5~7%라고 강조했다. 가격 하락 폭을 고려하면 전 부사장이 생각하는 주력 D램 모델의 가격은 지금이 적정 수준이거나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남고 너는 남지 않는 가격대를 유지하면 경쟁력 없는 업체는 퇴출될 수 밖에 없다. 당분간 삼성전자는 D램 공급량을 늘렸으면 늘렸지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확고한 점유율로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하늘만 바라보며 비를 기다리는 천수답(天水畓)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삼성전자가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40%를 넘었다. D램의 가격 하락으로 당분간 영업이익은 떨어지겠지만 내년 이맘때쯤 늘어난 삼성전자의 점유율과 영업이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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