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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복제된 회복’은 진짜일까? 새로운 재난 대응 필요해

봉준호 감독 새 영화 '미키 17'은 복제를 거듭하며 소모품으로 쓰이는 한 남자 미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봉준호 감독 새 영화 '미키 17'은 복제를 거듭하며 소모품으로 쓰이는 한 남자 미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미키 17’ 주인공 미키 반스의 삶은 죽음으로 가득하다. 그는 행성개척단의 일원으로, 극한의 환경에서 일하다 죽고, 다시 태어나 또다시 죽는다. 그의 존재는 말 그대로 ‘소모품(익스펜더블)’ 하나가 망가져도 금세 새것으로 대체된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복제되는 주인공은 죽을 때마다 다시 새로운 몸으로 재생되지만 본래의 자신과 동일한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거나 복제할 수 있어도, ‘본질적인 회복’과는 다른 문제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2025년 3월, 한국은 역사상 최악의 산불을 경험했다.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이번 산불로 약 4만8,38헥타르 산림이 소실되고, 6652개 시설이 불탔다. 이 과정에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45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경북 의성군에서는 가족 묘소에서 시작된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지며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9000명 이상 인력과 120대 이상 헬리콥터를 동원했지만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은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3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았으며, 강한 바람이 더해지면서 산불이 급격히 확산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형 산불이 점점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 도시 확장, 산림 관리 부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결과다.

이는 마치 미키17 주인공이 끝없이 복제되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새로운 육체로 다시 태어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될 뿐이다. 산불 역시 단순히 불길을 진화하고 나무를 다시 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형 산불은 계속해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칼럼니스트 조은희(조은희의 조은국어 소장/ 조은국어 원장)
칼럼니스트 조은희(조은희의 조은국어 소장/ 조은국어 원장)

기술은 이러한 재난 앞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드론을 활용한 산불 감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 나노기술을 적용한 토양 복원 등이 대표적인 대응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단지 자연을 ‘복구’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된다면, 근본적인 해결에는 미치지 못한다.

철학자 브루노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적이었던 적이 없다’에서 자연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연과 인간, 기술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연결된 네트워크’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산불은 자연적인 현상이자 인간과 기술이 얽힌 ‘하이브리드 문제’다.

실제로 기술은 예방과 복원 양면에서 더 정교하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 기반 산불 예측 시스템은 단순 대응이 아닌, 기후 패턴과 산림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전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자율 소방 드론과 로봇 소방관은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빠르게 진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불 자체를 방지하는 기술적, 제도적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산불 이후 복구 단계에서도 기술은 생태계 복원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나무를 다시 심는 것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 토양 건강, 장기적인 생태 안정성을 고려한 복원 전략이 필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로 황폐해진 산림이 본래의 생태적 안정을 되찾는 데에는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 ‘미키 17’에서 주인공은 반복적으로 복제되며 정체성과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는 기술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시대에, 인간과 자연이 진정으로 ‘복원’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자연을 되살리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회복인지, 아니면 표면적인 복사에 불과한지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기술은 자연과 분리된 해결책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 기술은 하나의 복합적 생태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기술을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산불은 그 경고이자, 우리가 어떤 기술적 상상력과 윤리적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 신호탄이다.

글: 칼럼니스트 조은희(조은희의 조은국어 소장/ 조은국어 원장)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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