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방송사업자들이 스스로 규제를 관리하는 ‘규제화된 자율규제’ 방식이 제안됐다. 규제의 비대칭이 곧 협상의 비대칭을 유발하는 가운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사업자에 자율성이 보장되는 경우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방송시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갈등이 ‘한정된 재원’과 연관성이 깊은 만큼,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용희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충권 의원실(국민의힘) 주최로 진행된 ‘TV홈쇼핑의 위기, 유료방송과 상생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TV홈쇼핑과 유료방송사 간의 지속성장 가능한 모델과 중소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유료방송과 TV홈쇼핑 모두 이용률 하락과 재원구조 악화, 시장에서의 영향력 감소를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유료방송 사업자의 성장은 수년간 정체됐다. 2023년 기준 방송사업자 중 IPTV(인터넷TV)만이 유일한 성장을 기록했지만, 그나마도 성장세는 크게 둔화됐다.
홈쇼핑 사업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유료방송과 비교해 성장 여력이 존재하지만 TV홈쇼핑의 경우 특히, 시장 내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2017년 9.7%였던 비중이 2024년 4.6%로 절반 가까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홈쇼핑 송출수수료發(발) 블랙아웃(송출중단) 사태가 발발하며, 업계엔 파열음이 났다. CJ ENM 커머스(CJ온스타일)는 지난달 5일 자정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 송출을 중단했다. 계약 갱신 협의가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급하는 것으로, 홈쇼핑사는 유료방송사의 채널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왔다. 반면 유료방송사는 홈쇼핑사가 방송 채널에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해 방송 매출을 줄이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는 양측의 갈등 상황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유료방송의 경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지나치게 낮은 상황으로 유입 재원의 한축인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홈쇼핑도 3년 연속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대한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방송은 사업자들이 상호호혜적이면서도 한정된 재원을 상호경쟁적으로 취득하는 복잡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김 교수는 방송시장 내 재원이 확대돼야 할 것으로 봤다. 사업자가 재원 확보를 통해 여유가 생겨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재원을 확대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유로방송 사업자의 자율성 확대를 언급하며 ‘규제화된 자율규제’를 강조했다.
‘규제화된 자율규제’란 규제의 목표를 사업자 스스로가 설정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 대표, 소비자 단체,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규제위원회(혹은 협회)를 설립해 제도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또 당장은 사업자에 편성 자율권을 주거나 완전무결적 요금 신고제를 보장하는 등의 최소한의 규제 완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그 뒤 협상은 사업자 자율의 영역으로 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 플랫폼들의 경우 자율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활동들에 제약이 있었다”라며 “예컨대, 이번에 홈쇼핑 사업자가 채널 공급을 중단하는 데에는 5~6개월밖에 안 걸린 반면, 유료방송 사업자의 경우 (채널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계약을 중단하는 데에만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편성 자율권이 주어진다면) 자사 플랫폼에서 선호되는 채널을 앞 번호에 배치하는 등 자유로운 편성을 통해 플랫폼은 떨어지는 협상력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학적으로도 자율성을 더 많이 보장할수록 사업자는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방송 재원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봤다. 최근 CJ온스타일과 케이블TV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협상에 필요한 기초 자료가 미비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사업자의 공시책무를 강화해 데이터에 대한 완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김 교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사례를 보면, 매출 원가에 대한 사업자 간 인식 차이가 컸다. 또 모바일 매출로 전이되는 부분에서도 인식 차이가 존재했다”라며 “특히, 현재 (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은) 취급고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검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출수수료 뿐 아니라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에서도 거래 데이터에 대한 불만들이 있다.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통해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라며 “가이드라인이 복잡한 만큼 관리하고 이를 검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상설 부서 설립도 필요하겠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도 "자율 규제가 성립되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상호에 대한 신뢰고, 신뢰는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서부터 나온다"라며 "데이터에 대한 검증 체계를 갖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동완 과기정통부 방송진흥기획과 OTT활성화지원팀장은 "(대가 산정에서)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산출하는 부분들을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라며 "사업자의 운영 자율성 면에서도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편성 규제 등을 어떻게 효율화할지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열심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충권 의원은 “TV홈쇼핑의 매출감소는 중소기업의 판로 축소로 이어지고, 유료방송의 재정적 어려움은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품질 저하로 연결된다. 이는 산업 전체의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비자와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상생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 또한 오늘 여러분들께서 주신 의견들을 바탕으로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통법 폐지에도 냉랭한 현장…"고가요금제 유도 구조 정비돼야"
2025-01-21 17:57:34최상목 권한대행, TV 수신료 통합징수 거부권…KBS·EBS "유감"
2025-01-21 17:15:11[DD퇴근길] '트럼프 2기' 공식 출범, 韓 산업 미칠 영향은?
2025-01-21 17:11:41최상목 권한대행 "R&D 30조원 시대 열 것"…과기 투자 늘린다
2025-01-21 15:50:54“규제화된 자율규제”…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해답 제시됐다
2025-01-21 15:18:20허공에 뜬 28㎓, 실증부터?…수요 찾기 미지수 [IT클로즈업]
2025-01-21 12:43:11[DD퇴근길] '트럼프 2기' 공식 출범, 韓 산업 미칠 영향은?
2025-01-21 17:11:41라인망가 잘 나가네…작년 전 세계 만화·소설 앱 매출 1위
2025-01-21 17:00:54“규제 대신 이것”…전문가가 제시한 K-플랫폼 키우기 전략은
2025-01-21 15:41:33美 퇴출 위기 틱톡, 트럼프 덕분에 ‘75일’ 시간 벌어
2025-01-21 15:19:13넥슨 ‘블루아카이브’, 4주년 업데이트로 일본 매출 1위 탈환
2025-01-21 15:01:34아이템 확률 표시 위반시 3배 배상… 게임법 개정안 8월1일 시행
2025-01-21 14:4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