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주요 M&A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조직 신설 뿐 아니라 ASML 지분 매각, 삼성디스플레이(SDC)로부터 대규모 배당을 받는 등 현금 자산 또한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로 대규모 M&A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당시 인수 가격은 주당 112달러, 인수 총액 80억 달러(약 9조원)로, 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의 딜이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장부품' 사업을 지목, 이 같은 M&A를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이후로 삼성전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만 지속해서 할 뿐, 대규모 M&A는 단행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시장, 내부 상황 변화를 비롯해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사법 리스크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올해는 오랜 기간 이 회장의 발목을 붙잡았던 불법 승계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데다, 반도체 업황 개선까지 맞물리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현금 확보에 나선 행보는 이러한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보유했던 ASML 지분 158만407주(지분율 0.4%)를 4분기 중에 모두 매각했다. 앞서 공시한 ASML 지분 가치를 토대로 추산하면 남은 지분을 매각해 1조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손에 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2년 차세대 노광기 개발 협력을 위해 ASML 지분 3.0%를 약 70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2016년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해 6000억원가량을 확보했으며, 나머지 지분도 지난해 2분기부터 매각하기 시작했다. 2분기에는 약 3조원을, 3분기에는 1조3000억원의 매각 대금을 손에 쥔 것으로 추정된다. 7000억원을 투자해 8배가량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이에 이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대규모 배당도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6조6504억원의 배당을 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출범 이후 첫 배당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최대 주주는 삼성전자로 지난해 말 기준 총 8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삼성 SDI로 15.2%를 비율이다. 보유 지분에 따라 삼성전자는 5조6395억원의 배당을, 삼성SDI는 1조109억원을 받게 된다.
미래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을 연이어 신설하고 있는 점도 또 하나의 기대 요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미래기술사무국, 12월 미래사업기획단에 이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신사업 개발 컨트롤타워를 추가 신설하는 등 미래 기술과 사업 관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 중 미래사업 기획단은 대표이사 직속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지휘봉 잡고 있다. 이외 맥킨지 출신의 정성택 부사장과 반도체 전문가 이원용 상무 등이 합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본은 6조614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 배당금 등이 더해지면 10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M&A는 이어오지 않고 있는데, 최근 현금 자본을 쌓고 있는 데다 연초 이뤄진 CES, 주주총회 등에서 M&A 가능성 거듭 시사했던 만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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