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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농협금융]③구멍 뚫린 내부통제…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

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권으로부터 암흑기를 겪고 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5대 금융 중 여전히 실적(순이익 기준)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상위 조직인 농협중앙회와 소위 '집안싸움'까지 일으키며 농협금융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빗발치는 각종 금융사고로 구멍 뚫린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자질 논란 등 관련 '관치' 꼬리표를 떼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편집자주>

농협은행 서대문 본사 전경. ⓒ농협은행
농협은행 서대문 본사 전경. ⓒ농협은행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드러나고 있다.

특히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에서 배임, 횡령 등 금융문제가 지속 발생하고 있어, 기이한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부실한 내부통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최근 적발된 농협은행의 대규모 금융사고는 배임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5일 109억4700만원의 대규모 배임사고를 공시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배임일뿐더러 배임추정 기간이 무려 4년이 넘어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금융사고를 저지른 농협은행의 직원은 여신업무 담당으로,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부동산 담보 대출을 취급하며 대출 평가금액을 부풀려 대출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은행에선 이 같은 사건을 "자체 감사로 밝혔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의 내부통제 수준을 자화자찬했지만, 바꿔말하면 약 4년간 해당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배임에 횡령 사고까지… 내부통제 문제, 지속적으로 돌출

잇다른 금융 사고에 농협금융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실제 지난해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농축협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는 총 264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횡령 규모는 약 549억원이다.

최근에는 수억원의 고객 돈을 빼돌린 한 지역 농협 직원이 징역을 선고 받은 사례까지 밝혀졌다. 지방의 모 농협 직원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18차례에 걸쳐 자신이 담당한 고객의 예금과 보험금 등 4억7800만원을 가로챘다.

출금 전표에 임의로 금액을 적고 성명란에 고객의 이름을 적는 수법으로 예금을 빼돌렸다는 혐의인데, 한 번에 많게는 9000만원 이상의 고객의 자산을 가로챘다는 점에서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지역 농협'은 농협은행과 달리 농협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는 아니지만, 농협중앙회라는 상위 조직의 뿌리가 같다는 점에서 농협금융 전체에 대한 불신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런데다 최근에는 그동안 잠잠했던 전산장애까지 발생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 9일 농협은행을 포함한 농협금융에서 1시간 가량의 전산장애가 일어났다. 인터넷뱅킹과 카드결제, ATM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예기치 못한 전산장애로 고객들은 금융 관련 다양한 불편함과 피해를 입은 가운데, 농협은행은 해당 사고 전후 관련 알림이나 공지를 전혀 하지 않아 미숙한 대응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미 농협은 지난 2011년 4월, '농협 전산사태'로 인해 전산망이 마비되는 큰 혼돈을 초래한 바 있고, 이 때문에 이후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전산인력과 IT투자, 보안투자를 크게 늘려왔다. 이런 흑역사를 고려하면 최근 모습에서 또 다시 내부 기강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2024.4.16 농협상호금융이 여영현 대표이사의 주재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개최한 제1회 ‘비상경영대책위원회’. 이날 농협상호금융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농협상호금융 도약'과 '본격적인 추가정산 1조원 시대의 동력확보'를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농협상호금융은 농협중앙회 소속이며 농협금융지주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농협 조직이다. ⓒ농협상호금융
2024.4.16 농협상호금융이 여영현 대표이사의 주재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개최한 제1회 ‘비상경영대책위원회’. 이날 농협상호금융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농협상호금융 도약'과 '본격적인 추가정산 1조원 시대의 동력확보'를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농협상호금융은 농협중앙회 소속이며 농협금융지주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농협 조직이다. ⓒ농협상호금융

◆지속되는 금융사고, 비전문가 때문일까 … 결국 지배구조 탓?

이처럼 농협의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것은 농협 특유의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농협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 소속 인사(임원)가 농협금융 계열사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낙하산식으로 이동하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면서 일반 금융회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지배구조를 들여다 보겠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엄포가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책임감이나 조직 기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농축협 238건의 횡령사고에 대해 '해직' 등의 중징계는 10%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농협중앙회의 솜방망이 처벌로 제식구를 감싸주는 행위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에 여전히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상임감사를 둬야하는 지역 농협의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또 다시 비난 여론이 커지기도 했다.

지역 농협의 건전성 관리도 농협의 입장에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작년 말 기준 국내 1117개 농협 조합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10조7754억원으로 지난 2022년말 대비 95.1%나 급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금액이다. 고정이하여신은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의미하는데,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여신 규모가 10조원을 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제2차 준법감시협의회를 열고 내부통제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석준 회장은 "소비자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감독당국에 의한 비자발적·수동적 내부통제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자발적·능동적 내부통제 강화"라며 "특히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금융혁신의 시대에는 개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수준이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회장의 단도리에도 불구하고 각종 금융사고는 지속적으로 돌출되고 있다. 농협금융이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된 조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직인지는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과연 그 시험대에 스스로 올라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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