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일대 변혁을 준비한다. 골목상권 논란 사업은 접고, 업계와의 상생을 도모한다. 내수 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플랫폼 갑질 비판에 대한 카카오 나름의 해답이다. 과연 카카오의 실험은 성공할까? 시험대에 오른 카카오의 남겨진 숙제와 가야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골목상권 침탈과 플랫폼 갑질 논란이 불거진 카카오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지난 10년간 추구해온 성장 방식은 과감히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4일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골목상권 논란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카카오모빌리티가 꽃·간식 배달 등 서비스를 종료한다.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을 지원하기 위한 3000억원 규모 기금도 5년간 조성키로 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로서 자녀 승계 의혹이 일었던 케이큐브홀딩스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하곤 구체적인 상생 이행방안이 나오지 않은 데다, 상생안의 내용마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카카오는 최근 갖은 논란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타깃이 됐고, 특히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의 개인 회사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황이라, 카카오가 긴급하게 ‘여론 무마’용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이란 의심도 들린다.
◆ ‘검색 공룡’ 네이버는 어떻게 상생 기업이 됐나
플랫폼 업계는 카카오가 단발성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상생 플랜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카카오는 ‘갑질’과 ‘독점’ 등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는 ‘플랫폼 공룡’이 된 상황. 일부 이용자들의 따가운 시선은 물론, 진출한 시장에서도 갈등의 골이 깊다. 택시와 대리운전 등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이번에 내놓은 상생안마저 업계와의 사전 교감 없이 나온 것이라며 벌써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카카오에 앞서 ‘플랫폼 공룡’으로 견제를 받았던 네이버의 경우 수년간 진출 업종의 소상공인을 적극 지원하는 전략으로 플랫폼 독점 논란을 씻은 사례다. 지난 2012년 네이버가 오픈마켓 형태의 ‘샵N’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만 해도 온라인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가 있었지만,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에게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을 새로 선보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주도한 소상공인 온라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은 시행 5년이 지난 현재 45만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도왔다는 평을 받으며 네이버의 대표 상생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프로젝트 꽃의 기반이 된 네이버의 소상공인 대상 ‘분수 펀드’는 만 4년만에 3200억원이 집행됐고, 중소상공인(SME)과 창작자들의 성장 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낳았다.
◆ 카카오, ‘골목대장’ 감투 벗고 글로벌 성과 내야
네이버가 플랫폼 공룡 이미지를 벗은 데는 글로벌 사업의 성과도 한몫했다. 네이버는 설립 2년차인 2000년부터 일본에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2011년 6월 출시한 메신저 서비스 ‘라인’은 약 5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시켰다.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직함으로 해외 사업에 전념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 밖에도 네이버는 라인의 성공 이후 웹툰, 밴드, 브이라이브, 스노우, 제페토 등 새로운 서비스들을 해외 시장에 선보였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등 굵직한 성과를 만들며 글로벌 시장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네이버가 내수기업 꼬리표를 떼고 해외 사업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네이버를 향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빠르게 가라앉았다.
현재 카카오는 실적 발표에서 국내와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따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올 상반기 감사보고서에서 “매출은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된 바 있다. 카카오가 해외 진출을 아예 외면해온 것은 아니지만, 2011년 카카오톡의 일본 시장 진출과 2015년 미국 소셜미디어(SNS) ‘패스모바일’ 인수를 통한 동남아 시장 진출이 모두 실패한 것은 쓰라린 경험이 됐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국내 사업을 넘어 해외 사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카카오 또한 “콘텐츠와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 강화해갈 것”이라고 밝힌 상태. IT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도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카카오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해외 진출은 핵심 과업”이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