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세계 최대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 장비 업체인 비코(Veeco)가 지난해 점유율을 소폭 끌어올리며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했다. MOCVD는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GaN)을 증착하는 장비로 발광다이오드(LED) 생산 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제프리 피나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즈 총괄 이사는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작년 매출액 기준 63%의 점유율로 MOCVD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했다”라며 “연내 사용성, 성능 및 생산성을 보다 끌어올린 차세대 MOCVD 장비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MOCVD 장비 시장은 미국 비코와 독일 엑시트론이 양분하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탑엔지니어링 등이 MOCVD를 개발, 공급하고 있으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비코는 2009년 2·4·6인치 등 웨이퍼 구경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K465i’로 엑시트론과 경쟁하다 2장, 4장의 웨이퍼를 동시에 가공, 생산성을 극대화한 ‘맥스브라이트’ 장비군을 출시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1년 51% 점유율로 시장 과반을 넘어섰고, 2012년에는 점유율 62%를 달성했다.
MOCVD 장비 업계는 전방산업(LED칩)계로 몰아닥친 공급과잉 영향에 따른 투자축소로 2011년부터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 비코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억5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8% 줄었고 순이익 역시 손실(2000만달러)로 돌아섰다. 아직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 감소 및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미국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피나 이사는 “지난해 업계 총 MOCVD 출하량은 220~225대인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IMS리서치에 따르면 LED 업계가 시설투자를 한창 진행하던 2010년 MOCVD 출하 대수는 800대에 육박했다.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약 4분의 1로 시장이 축소된 것이다. 그는 그러나 “LED 조명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지금의 공급과잉 상황도 해소될 것”이라며 “추후 MOCVD의 수요도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코는 LED용 MOCVD 외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박막봉지(Thin Film Encapsulation) 장비인 원자층증착(ALD, Atomic Layer Deposition) 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OLED의 주 원료인 유기EL은 산소나 수분에 노출되면 제 기능을 잃어버린다.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생산하려면 유리를 대체하는 봉지 기술이 필수적이다. 원자층을 쌓아 유기물을 보호하는 ALD는 유망한 플렉시블 OLED용 박막 봉지 기술 가운데 하나다. 비코는 작년 10월 ALD 업체인 시노스(Synos)를 인수(비코 ALD로 사명 변경)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한 바 있다. 비코 ALD의 패스트-ALD는 경쟁사 제품 대비 10배 빠른 속도를 갖추면서도 100도씨 아래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증착이 가능한 장점을 가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수드하카르 라만 비코코리아 사장은 “한국 OLED 패널 생산 업체와 ALD 장비 도입과 관련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한 소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본격 양산,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시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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