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2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 진단 및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유진기자]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가 실제 계통비용보다 전력자급률과 지방우대지수 등 정책적 기준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조8000억원 규모의 재원과 부담 주체가 불분명한 데다 기업별 실제 요금 인하 효과도 확인되지 않은 만큼 가격 산정 기준을 정비하고 정책 목적별 지원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 진단 및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정부안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라는 형식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계통비용을 반영한 가격제보다 여러 정책 목적이 결합된 할인제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전력자급률·지방우대지수·산업위기지역 등을 요금 산식에 반영하면서 계통비용에 따른 가격 신호와 균형발전·산업지원 정책이 혼재했다는 것이다.
지역별 전기요금은 전력 구입비뿐 아니라 송전 혼잡·손실 비용과 망 증설 비용 등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안은 전력자급률과 지방우대지수 등을 기준으로 지역별 할인 폭을 정하고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따른 비용 차이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특히 전력자급률은 지역의 발전량과 수요량에 따라 달라지는 지표다. 지방에 대규모 사업장이 들어서 전력 수요가 늘면 자급률이 낮아져 오히려 할인 폭이 줄어들 수 있다. 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을 설계하지 않으면 기업의 입지 결정에 일관된 신호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매와 소매의 권역 기준이 어긋나면 교차보조와 입지 신호 왜곡이 발생하고 같은 업종에서도 사업장 위치에 따라 경쟁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원 조달과 정책 효과의 불투명성도 문제로 꼽았다. 정부안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h당 최대 18원 인하하고 약 2조8000억원의 요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조지만 재원의 목적과 최종 부담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전력공사가 부담할 경우 전력 구입비 절감보다 할인액이 크면 부채나 미래 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부 부담해 조세로 충당한다면 별도의 산업지원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교수는 개선 방안으로 도매·소매 권역을 실제 계통비용에 맞춰 정렬하고 시간대별 요금 체계와 지역별 비용 신호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규 투자와 증설 사업장에 우선 적용해 지방 이전 효과를 확인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아울러 할인 재원을 계통비용 절감·지방 투자 유도·기존 산업 지원 등 목적별로 구분하고 각각의 효과에 따라 지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 전에는 한전이 보유한 자료를 활용해 현행 요금과 개편 요금을 비교하고 기업별 실제 청구액 변화와 재원 배분을 시뮬레이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책 목표가 여러 개라면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각각 마련해야 한다"며 "계통비용과 지방 투자 유인, 기존 산업 지원을 하나의 요금에 뭉뚱그려 놓으면 각각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 요금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청구서 항목과 권역별 배분 기준을 공개하고 기업별 실제 영향을 계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적으로는 도매·소매 권역을 비용 기준에 맞춰 정렬하고 망요금에 지역별 용량 신호를 반영하며 장기적으로는 정책 지원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원가 기반 지역가격제로 수렴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지역요금은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며 "가격의 근거를 실제 계통비용에 맞추고 2조8000억원을 목적별로 나눠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하며 시행 전에 기업별 실제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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