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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대면 진료 약 배송' 전면 확대, 환자 편의성과 안전성 간 균형점 찾아야

비대면 진료 안착 위해 의약품 접근성 확대 필요하지만 안전 장치 담보 돼야

지난 9월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 <사진제공> 대한약사회

의료법 개정에 따라 코로나 19 팬데믹 때인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오는 12월 24일부터 본격적으로 제도화된다. 병원을 찾지 않고 앱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진료받은 다음 약을 받게 된다.

문제는 비대면으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수령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현재 특별한 경우에 한해 재택 수령을 허용하고 있지만,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약사단체와 충돌을 빚고 있다. 법 시행을 불과 4개월도 남겨두지 않고 '약 배송'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절차적인 문제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20일 비대면 진료의 성공적 안착과 국민 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앞두고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藥) 배송 확대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약사단체 및 비대면진료 중개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대한약사회는 협의체 참여 거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약학대학생 등 주최측 추산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궐기대회를 가진데 이어 29일부터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릴레이 시위 등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대한약사회 간 약 배송 충돌이 '강대 강' 대치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정치권도 비대면 진료의 중요성을 고려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길 바란다. 팔짱 끼고 있다가 사태가 악화되고 난 이후 뒷북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재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약국에 가지 않고 배송받을 수 있는 경우는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1·2급 감염병 환자, 희귀 질환자 등 5개 환자군으로 제한되고 있다. 나머지 일반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약 수령은 약국에서 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는 올해 연말 이후에도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지금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약 배송 문제는 이용자 편의성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의약품 변질이나 오남용 등이 생길 경우 국민 건강을 헤칠 수도 있는 사안이라 비대면 진료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진료는 병·의원을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휴일이나 야밤에 배탈이나 오열이 생기는 경우에 이용하기도 한다. 다만 동네 약국이 없는 지역이나 혼자 사는 1인 가구 등은 약국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의약품 배송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은 약 수령 편의를 높여 비대면 진료의 완결판을 만들려는 일환일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앱이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들 즉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가 환자와 의료기관(의사), 약국을 연결해 이뤄진다. 의사는 전자처방전을 약국으로 전송하면 약사는 이를 토대로 조제하는 방식이다. 진료비도 앱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 2022년 5월 기준 국내 주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18개나 된다. 의견 수렴을 위한 민관협의체에 중소벤처기업부가 포함돼 있는 것은 이런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체 등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한정된 범위에서 약 재택 수령을 하용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

관건은 의약품 배송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이다.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처방약 배송을 제도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자처방전 시스템과 비대면 복약지도를 제도화한 뒤 배송을 허용했다.

이런 인프라를 갖추고 난 뒤 의약품 재택 수령을 해도 다양한 부작용들이 생겼다고 한다. 유효 기간이 지난 의약품이 배송되기도 하고, 약을 투여할 예정일보다 훨씬 늦게 배송되는 바람에 환자 상태가 더 악화된 사례도 소개되고 있다.

의약품은 온도나 습도에 따라 변질될 가능성도 있기에 배달에 사용할 특수 용기 제작도 필요하다. 동명이인이나 주소가 두 군데여서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배달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약사들은 처방전도 중요하지만 조제한 약을 제대로 배송하는 것이 중요하고 강조한다. 환자 대면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약을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을 알려줄 수 있기에 배송 확대를 '약사 패싱'으로 여기며 반발하고 있는 것 같다. 복약 지도 공백을 우려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듯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은 시간 문제일 뿐, 가야할 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안전 장치를 완벽하게 갖추기 이전 전면 확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전국 읍면동의 29%는 약국이 없는 '무약촌'이다.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거노인은 220만명이나 된다.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약품 접근권을 단계적으로 확대한 다음 배송 추적 시스템 등 인프라가 다 갖춰졌을 때 배송 전면 확대를 시행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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