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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화재 1년④·完] 2030년 대전본원 폐쇄 확정…새 센터는 '공주 50㎞ 안' 연말 윤곽

이전 공간·예산 확보 '난항'…가동률 95%·전환 대상 5개

지난해 9월 26일 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전산실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 시스템 709개가 한꺼번에 멈췄고, 모두 되살리는 데 95일이 걸렸다. 그로부터 1년, 감사원은 이 불을 인재로 결론 냈고 정부는 대전본원을 2030년까지 닫기로 했다. 대체 센터 입지는 연말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날 밤의 경위부터 복구 현장, 재해복구 체계의 실상, 대전본원 이후의 과제까지 네 차례에 걸쳐 1년의 기록을 정리한다.

지난해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감식 담당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박재현기자] 국정자원 대전본원은 2030년 문을 닫는다. 새 센터는 공주 재해복구센터에서 50㎞ 안쪽에서 찾는다. 그러나 대전에서 돌아가는 693개 시스템을 옮길 공간과 예산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폐쇄는 지난 2월 25일 결정됐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재해 대응 능력과 수용 용량이 한계에 이른 대전센터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닫기로 했다. 대전본원은 KT 연구소 건물을 빌려 쓰는 시설로, 임대 계약도 2030년에 끝난다. 정부는 화재로 드러난 문제를 세 가지로 봤다. 공공 데이터센터의 허술한 안전 기준, 갖추지 못한 재해복구 체계, 흩어진 관리 체계다.

목표는 크게 잡았다. 2030년까지 공공 시스템 1만5000여개에 A1~A4 등급 체계에 맞춰 재해복구 체계를 갖춘다. 과학기술부총리 아래엔 관계부처 합동 'AI 정부 인프라 거버넌스·혁신 추진단'을 새로 만들었다.

◆ 대체 센터 입지 연말 윤곽…'공주 50㎞' 안쪽

대전본원을 무엇으로 대체할지는 정보화전략계획(ISP)에서 결정된다. 행안부는 6월 KT 컨소시엄을 수행사로 뽑았고 7월 31일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693개 시스템의 자원 현황과 업무 특성, 국가망 보안체계(N2SF)에 따른 데이터 등급, 중요도, 재해복구 구성, 시스템 간 연계를 따진다. 장비 노후도까지 본 뒤 시스템마다 옮길 곳과 방식을 정한다.

선택지는 둘이다. 민간 데이터센터를 빌리거나 공공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는 것이다. 운영 안정성과 보안, 구축·이전 기간, 초기 투자비와 장기 운영비, 재해복구 체계와의 연계를 놓고 비교한다. 민간 시설을 쓰면 국가정보통신망 연계와 기밀 데이터 보호 방안도 따져야 한다.

어떤 시스템을 어디에 둘지 원칙은 나왔다. 국가 안보나 행정 핵심 기밀을 담은 C등급 이상 시스템은 국정자원에 남기고, 나머지는 민간 클라우드로 보낸다. 대전·광주·대구 세 센터의 역할도 다시 나눠 각 거점을 민간 클라우드와 잇는다. 시스템이 공공과 민간으로 흩어지는 만큼 국정자원의 역할 자체도 ISP에서 다시 설계한다.

새 센터 규모는 이전이 끝나야 정해진다. 행안부는 대전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와 다른 국정자원 센터로 먼저 보내고, 남은 것을 새 센터로 옮길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단 옮겨봐야 알 수 있다"며 "옮기고 남은 시스템을 새 센터로 이전해야 하기에 후보지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입지는 재해복구 체계가 좌우한다. 국정자원은 공주센터에 재해복구시스템을 짓고 있다. 두 센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액티브-액티브 방식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지연이 커진다. 행안부가 공주에서 50㎞ 안쪽을 후보지 조건으로 보는 이유다. 아마존웹서비스(AWS)처럼 100㎞ 떨어져도 된다는 사례가 있지만, 실무에선 일부 업무에 그치고 핵심 업무는 50㎞가 한계라는 게 행안부 판단이다.

업계에선 후보지 이름이 벌써 오르내린다. 대전에 다시 짓는다는 말이 돌고 세종과 천안도 거론된다. 모두 공주에서 멀지 않은 충청권이다. 대전 재입지설엔 근거도 있다. 정부는 2월 발표 때 대전에 새 데이터센터 두 곳을 지어 동시에 돌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 구상은 ISP에서 원점부터 다시 검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해복구 ISP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곽은 연말께 나온다. 행안부는 9월까지 현황을 분석하고 10월부터 센터 요건을 뽑는다. 11월께 후보지와 해당 지자체에 요건을 전달하고, 11월 말 공식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배치 로드맵과 대체 방안은 연말까지, 연차별 예산 등 세부 이행계획은 내년 3월까지 마련한다.

최종 결정권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입지를 행안부가 자체 결정할 수 있는지, 더 윗선 보고가 필요한지도 분명하지 않다. 대형 국가 인프라인 만큼 지자체 유치전이 붙을 수도 있다.

◆ 가동률 95%…옮길 자리도, 살 장비도 없다

당장 걸리는 건 기존 인프라의 여력이다. 국정자원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입주기관 협의회에선 대전·광주센터 가동률이 95% 수준에 이르렀다는 설명이 나왔다. 대전에서 빼낸 시스템을 광주로 돌릴 자리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전력도 발목을 잡는다. AI 인프라를 들이려 해도 전력 용량 때문에 랙 단위로 상한이 걸려, 한 기관은 랙 8개 이상 늘리기 어려운 상태다.

운영 중인 소프트웨어(SW)도 손봐야 한다. 대전센터 노후 SW의 절반가량은 기술지원이 끝난(EOS) 상태다. 복구 때 급히 최신 구독형 버전으로 올린 VM웨어는 유지보수 비용이 연 7억원대에서 내년 100억원 안팎으로 불어날 처지다. 국정자원은 8월부터 12월까지 18개 기관 67개 업무를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새 장비를 사기도 어렵다. 협의회에선 서버 견적 유효기간이 사실상 무제한에서 1~2주로 줄었고, x86 서버 한 대 값이 3000만원대에서 1억원까지 뛴 사례가 공유됐다. 예산은 수량을 정해 편성하는데 단가가 그보다 빨리 올랐다. 934억원 규모 대전본원 스토리지 재해복구 통합구축 사업은 6월 첫 공고에서 응찰자가 없었다. 8월 재공고에서 기간을 3개월 늘리고 용량을 25% 줄였는데도 1개사만 들어왔다.

민간 클라우드는 대안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화재 뒤 대구센터 민관협력형(PPP) 클라우드로 옮겨 복구한 시스템은 물리 장비 조달에 묶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빨리 살아났다. 정부가 민간 클라우드 활용 확대로 방향을 튼 배경이다.

그러나 예산은 반대로 움직였다. 행안부 클라우드 전환 예산은 3년 연속 줄었고, 전환 대상 시스템은 51개에서 올해 5개로 쪼그라들었다. 이미 옮긴 곳의 관리도 과제다. 민간 클라우드 표준운영절차 준수율은 6.2%에 그쳤다. 새 센터 규모가 이전 물량에 달린 만큼 이 속도가 입지 결정 일정까지 좌우한다.

◆ 액티브-액티브 첫발…운영·지휘 체계는 숙제

재해복구는 목표부터 새로 잡았다. 국가 핵심 시스템은 실시간에서 1시간 이내, 대국민 필수 시스템은 3~12시간, 행정 중요 시스템은 1~5일 안에 되살려야 한다. 화재 당시 1등급 시스템 복구에 평균 10.8일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문턱이 크게 높아졌다.

올해 구축 물량은 134개다. 이 중 액티브-액티브는 13개로 민간 3개, 공공 10개다. 나머지는 스토리지 방식이다. 행안부는 5월 디브레인·안전디딤돌·우편정보시스템 3개를 민간 클라우드 기반 이중운영체계로 설계하기 시작했다. 6월부터는 주민등록시스템, 119구급스마트시스템 등 10개를 대전과 공주를 잇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있다. 화재 당시 한 곳도 없던 액티브-액티브 시스템이 처음 생긴다.

설계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상반기 발주한 공공 재해복구시스템 ISP 1~5차는 20억원 안팎 규모로 이노그리드, 브이티더블유(VTW), 넥스트아이앤아이 등이 맡았다. 7월엔 110억원 규모 6~8차 사업이 추가로 나왔다. 행안부는 연말까지 A1·A2 등급 97개 시스템 설계를 끝내고 2027년 이후 구축 대상을 더 정한다.

안전 기준도 높였다. 행안부는 공공 데이터센터 운영시설 안전성 기준을 69개 항목에서 80개 항목으로 늘렸다. 화재 원인이 된 전산실 안 리튬전지 설비는 차례로 들어낸다. 노후 리튬전지 시설에 물린 시스템 100여개가 내년 이전 대상이다.

운영관리 체계는 아직 정비 중이다. 국정자원은 정보시스템 운영 안정성 고시 제정에 맞춰 기존 서비스수준협약(SLA) 등급 체계를 없애고 A1~A4 등급으로 통일하고 있다. 두 등급 체계가 맞물리지 않아 화재 당시 복구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혼선이 있었다. 백업 데이터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입주기관 회신이 빠져 어떤 데이터를 먼저 꺼내야 할지 파악이 늦어진 사례도 협의회에서 공개됐다.

기관과의 소통에도 구멍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국립병원정보시스템은 올해 3월 SLA를 맺고 대구센터에 입주했지만 대구 대응센터 운영현황 자료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대전센터에 있을 땐 매달 받던 자료다. 국정자원 측은 협의회 현장에서 기관별로 통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해당 부처 담당자는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다시 반박했다. 화재 뒤 시스템이 대구·공주로 흩어지면서 운영관리 체계가 기관 단위까지 정비되지 않은 것이다.

지휘 체계도 숙제로 남았다. 화재 직후 열린 중대본 회의엔 각 부처 장·차관이 모였지만, 논의 대상은 전산 시스템이었다. 화재로 핵심 시스템이 멈췄던 한 부처의 전산 담당 공무원은 회의 참석자들이 각 부처 업무엔 밝지만 IT 시스템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시스템이 어떻게 얽혀 있고 무엇부터 살려야 하는지 판단할 실무 국장·과장급이 들어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에선 다뤄지지 않은 대목이다.

전문 인력이 쌓이지 않는 구조도 걸림돌이다. 국정자원은 행안부 산하라 인사가 본부와 이어진다. 2~3년이면 본부로 돌아가는 구조에선 장비와 운영을 아는 사람이 남지 않는다. 각 부처 전산직이 한자리에서 오래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과 대비된다. 재난 때 누가 판단하고 누가 보고할지를 정하는 일은 화재가 남긴 과제다.

대전본원 폐쇄까지 남은 시간은 4년 남짓이다. 그 안에 693개 시스템을 옮기고 새 센터를 마련해야 한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장비값과 예산, 전문 인력 어느 하나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개선방안 이행 여부를 점검해 부실 관리엔 책임을 엄하게 묻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26일 대전본원의 불은 22시간 만에 꺼졌다. 멈춘 시스템을 모두 되살리는 데는 95일이 걸렸다. 불이 드러낸 문제를 정리하는 데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2030년 폐쇄 시한까지 남은 4년이 그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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