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챗GPT 생성]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방한 외국인의 여행상품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항공권과 숙박은 직접 예약하되 고궁 해설이나 미식 체험 등 필요한 일정만 별도로 구매하는 개별여행객(FIT)이 늘면서다. 숙박과 교통, 관광지를 한데 묶은 패키지 대신 반나절 또는 하루 단위로 이용하는 ‘단품 투어’가 여행상품의 새로운 소비 형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8월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에 접수된 관광가이드 관련 문의는 전년 동월 대비 55.6% 증가했다. 가이드 관련 문의 증가가 실제 상품 구매로 모두 이어졌다고 볼 수는 없으나, 개별여행객 사이에서도 현지 안내와 해설을 원하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서도 단기투어상품 이용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가운데 여행 중 단기투어상품을 경험한 비율은 평균 9.3%로 지난해 상반기 8.6%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단기투어상품 이용률은 11.6%로 전년 동월 7%에 비해 65.7% 증가했다.

지난 9월13일 서울 명동 거리가 관광객 및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단품 투어의 특징은 여행의 주도권을 개별 관광객이 쥔다는 점이다. 여행자는 정해진 패키지 일정에 며칠씩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가이드의 전문성과 이동 편의를 이용할 수 있다. 고궁 해설 투어에 참여하거나 야간 투어를 신청하고, 서울에 머물면서 하루만 근교 투어를 다녀오는 식이다.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체 여행객의 40%가 가이드와 함께 아침 일찍 경복궁을 둘러보는 투어 상품을 일정표에 추가했으며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 시청의 야외도서관을 둘러보는 야간 투어는 136명이 예약을 이미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여행 플랫폼을 통해 출발 직전에도 짧은 투어나 체험을 예약할 수 있게 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여행 전체를 출국 전에 확정하지 않고 현지에서 날씨와 동선, 관심사에 따라 일정을 추가하는 소비도 가능해졌다.
이에 관광 현장에서는 방한 관광객의 국적과 여행 방식에 따라 가이드 수요도 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남아시아와 중국, 일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대규모 단체관광은 줄어드는 반면, 개별여행객의 소규모 가이드 투어 이용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이드가 대형버스 앞에서 깃발을 들고 수십명의 관광객을 인솔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부부나 가족, 친구 단위의 외국인이 특정 일정에만 가이드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개별여행객에게 가이드는 여행 전체를 통제하는 인솔자가 아니라 필요한 시간에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조력자에 가깝다. 검색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언어 장벽을 낮추거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불편한 지역의 이동을 돕는 역할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소규모 단기투어 상품으로 방문하는 장소 중 하나인 강촌레일바이크 [사진=강촌레일바이크]
가이드 이용 방식이 달라지면서 상품의 규모도 작아지고 있다. 수십명 단위의 단체를 대상으로 한 정형화된 일정에서 벗어나 관심사가 비슷한 여행객 10명 이내의 소규모 그룹 투어나 프라이빗 투어가 늘어나는 식이다.
놀 월드의 서울 출발 남이섬 및 강촌 레일바이크 투어 상품은 6~8인으로 정원을 설정하고, 서울에서 출발하는 전주 한옥 마을 원데이 투어는 최소 인원을 2명으로 안내하고 있다. 크리에이트립의 서울 출발 남이섬 일일 투어 역시 최소 4명부터 출발하고 있으며 1명만 예약하더라도 출발하는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단품 투어의 증가는 FIT가 반드시 ‘가이드 없는 여행’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별 관광객도 언어와 이동, 정보의 한계를 느끼는 일정에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안내를 받는다. 다만 여행 전부가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선택한다는 점이 과거 패키지 관광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여행사와 가이드에게는 기존 패키지를 잘게 나누고 전문화하는 대응이 요구된다고 바라본다. 윤혜진 경기대 관광개발경영학과 교수는 “인문학이나 문화예술, 웰니스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단기 투어가 늘어날수록 가이드 한 사람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된다”며 “전문지식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과 해설 역량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여러 관광지를 나열한 상품보다 특정 주제와 경험을 분명히 제시하고, 짧은 시간에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일정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외국어 해설 역량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미식,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도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역할로는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윤 교수는 “단순한 온라인 교육만으로는 가이드의 실제 역량과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협회와 민간은 자격·인증과 교육 체계를 정비하고, 정부는 무자격 가이드나 바가지요금 등으로 관광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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