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지난 7월 청와대 업무보고 때까지만 해도 "하후상박(下厚上薄) 원칙 아래 지급 기준을 변경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일단 '없던 일'이 되고 말았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복지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일정 소득이 있어도 하위 70% 조건만 충족하면 정액 지급받는 점을 지적하면서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한데 하후상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을 계기로 개편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김태완 선임연구원· 한수진 연구원)이 보건복지포럼(2026년 9월호)을 통해 기초연금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여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 8월 26일 기초연금 개편안 사업설명회를 하려다 갑자기 취소했고, 27일 일정을 잡았다가 또 다시 돌연 취소했다. 복지부는 설명회를 취소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먹고 살만한 노인들 중에서도 빈곤층 노인들과 똑같이 기초연금을 받는 일이 생기고 있다. 기초연금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월 34만여원이 꼬박꼬박 지급된다.
저출산·고령화로 기초연금 수급 인원은 매년 늘어나기에 한정된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하려면 지급 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수급자들이 내는 돈은 없고 100%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 개편하지 않을 경우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가 없다.
복지부는 그동안 기초연금 지급 대상 선정 기준을 내년에는 중위소득의 90%로 한 뒤 단계적으로 낮춰 오는 2030년에는 8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지금은 소득하위 70%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중위소득의 96.3%에 해당하는 노인들도 연금을 받고 있다. 중위소득은 국민을 소득 수준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을 말하는 것이어서 먹고 살만한 노인들도 국민 세금으로 연금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한정된 재원을 빈곤 정도가 심한 노인에게 더 집중하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노인은 14.1%, 30~40% 미만은 22.9%, 중위소득의 40~50% 미만은 9.8%였다고 한다. 지금처럼 소득 차이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월 35만원선을 정액으로 지급하지 말고 극빈층이라 할 수 있는 중위소득 30% 이하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두텁게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복지부는 결국 하위 30%의 저소득 노인(약 348만명)에게 월 3만원을 더 주는 방안을 마련해 이에 필요한 재원을 2027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상박'은 아예 없고, '하후'라고 하기엔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올해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은 730여만명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국민 세금은 23조원이 넘는다. 베이비 부머가 대거 노인 인구로 진입함에 따라 2050년에는 133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년에는 국비 25조 6000억원에 지방비 4조 1000억원을 더한 29조 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3518만명으로 전망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기초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1인당 84만 4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032년에는 1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627만 7000여명인 65세 이상 인구는 내년에는 1159만 7000여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자는 급증하는데 비해 이들을 부양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있기에 세금 부담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게 된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2014년 7월 도입된 기초연금을 하후상박 식으로 개편하는 것과 관련해 반대 의견도 있긴 하다. 노인들 간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던 것을 빼앗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고령자까지 국민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줄 정도로 국가 재정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한정된 재원을 많은 사람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것 보다는 진짜 먹고 살기 힘든 노인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 줄 때 기초연금의 효과는 클 것이다.
기초연금의 노인 빈곤 탈출 효과와 미래 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해 어떻게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냉철히 판단해야 할 때다.
기초연금 지급 기준이 소득 하위 70%인 것과 관련해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소득 하위 50%로 지급 대상을 줄이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초연금 개편 만으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노후 소득 보장 제도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2027년 기초연금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빠른 시일 안에 재가동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정쩡한 개편안이 아닌,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노인층의 표심을 의식해 기초연금 개편이 공염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기초연금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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