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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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호연 기자] 미국이 3년여 만에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국내 대출금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금리가 이미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금리 변동이 빠르게 반영되는 기업대출이 취약 고리로 꼽힌다.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 접근이 어려워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금리 상승과 대출 문턱 강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연준은 경제 활동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연준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국내 시장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에도 3.00%로 0.25%p 인상했다. 두 달 연속 금리를 끌어올린 만큼 인상 효과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미국이 다시 긴축에 나서면서 마냥 속도 조절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기존 0.75%p에서 1.00%p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연준의 인상 전 미국 금리가 3.50~3.7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0.50%p에서 1.00%p로 확대됐다.
여기에 물가와 환율, 수도권 집값 등 금융불균형 문제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들이 제시한 6개월 후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의 중간값은 연 3.25%였다. 현재보다 0.25%p 높은 수준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당시 “두 번 연거푸 올림으로써 상당히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였다”며 인상 효과를 점검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회의는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주들은 이미 금리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 7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64%로 1년 전보다 0.44%p 상승했다. 시장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면 은행채 금리에 연동되는 고정·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먼저 움직이고,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를 경우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뒤따라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금리 상승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주담대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지난 1월 24.4%에서 불과 반년 만에 43.7%p 뛰었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전체 신규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도 79%에 달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금리 재산정 주기가 짧은 차주부터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계보다 더 민감한 곳은 기업대출이다. 지난 7월 기업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68.3%로 연초보다 13.7%p 높아졌다. 기업대출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상품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상승이 대출금리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된다.
건전성 지표도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말 국내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가계대출 연체율 0.40%,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0.28%를 웃돌았다.
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면 문제는 단순히 이자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들이 차주의 신용위험 상승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심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달리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기존 대출의 이자는 오르는데 신규 자금 조달 문턱까지 높아지는 상황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서다.
미국의 긴축 재개가 곧바로 국내 대출금리의 일률적인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금리는 경기와 물가, 환율, 채권시장 수급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 방향으로 기울면서 적어도 차주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을 전제로 자금 계획을 짜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 카드를 꺼낼지, 시장금리가 이를 얼마나 선반영할지가 향후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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