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KF-21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대형화'와 '수직계열화'.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논리다. 항공엔진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레이더·전자장비를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에 전투기와 헬기 등 체계종합 역량을 가진 KAI까지 더하면 글로벌 방산기업과 경쟁해볼 만한 규모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산 시장이 커지고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기업의 몸집을 키우는 것이 곧바로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는지는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방산업계가 대규모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 냉전 종식에 따른 군축의 여파로, 지난 1990년 8곳이던 미국 고정익 항공기 분야 주요 경쟁업체는 1998년 2곳으로 줄었다. 당시 재편은 방산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이뤄진 산업 구조조정이었기때문에 현재 방산 산업이 호황인 국내 상황과는 결이 다르다.
또한 글로벌 사례에서도 항공우주산업은 거대한 한 기업이 모든 기술을 갖추는 방식으로 발전해 온 산업은 아니라는 지적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전투기 제작사와 엔진 업체가 분리돼 있다. GE에어로스페이스·프랫앤휘트니·롤스로이스plc 등은 항공엔진 개발에 집중하고 보잉·록히드마틴·노스럽그러먼 등 완제기 업체는 전문 엔진업체와 협력해 항공기를 개발한다. 엔진 하나를 독자 개발하는 데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각 기업이 전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온 것이다.
전투기 체계종합 역량과 엔진·레이더 등 주요 구성품 기술을 한 그룹 안에 묶는 수직계열화가 반드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까. 이는 사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물론 수직 계열사 간 협업은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계열사의 제품이 우선적으로 채택되거나 경쟁업체의 참여 공간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에도 지혜로운 답변이 필요하다.
앞서 KAI와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 노동조합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한화의 KAI 영향력 확대가 한화 계열사 제품의 우선 채택이나 경쟁업체의 사업 참여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방산 생태계의 경쟁 약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KAI는 수많은 부품·장비 업체와 함께 하나의 무기체계를 완성하는 체계종합업체다. 따라서 수직계열화의 효과를 단순히 계열사 간 시너지로만 한정해 볼 수는 없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기술 경쟁과 공급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KF-21은 향후 성능개량과 후속 전투기 개발 등 장기적인 항공전력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장의 효율성뿐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판 록히드마틴'. 웅장하고 멋진 표현이다. 다만 몸집을 키우고 계열사 간 사업을 묶는 것이 아닌 보다 한차원 높은 질적 고민의 결과에서 나온 과정이기를 바란다. 단순히 '대형화=경쟁력'이라는 논리로 시장이 이해하는 것은 뭔가 부족하고 아쉽다는 느낌이다. 우리 나라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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