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혁신처가 오는 10월부터 공무원 면접시험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적용할 복장 지침을 제시하자 수험생들이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장 자제령이 내려지면서 깔끔한 평상복 보다 정장이 낫다는 수험 준비생들도 적지 않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 더 신경써야 해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인사처는 지난 10일 '국가공무원 면접시험 복장 안내 공고'를 통해 "면접 복장은 본인의 역량 발휘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간편한 옷차림(깔끔한 평상복)을 권장하며, 남녀 모두 정장 착용을 지양하고 넥타이, 정장구두 착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넥타이·정장구두 착용시 넥타이는 풀고 정장구두에는 덧신을 씌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면접 복장도 예시했다. 권장하는 복장은 겉옷(점퍼), 셔츠, 뜨게옷(니트), 통바지(슬렉스), 면바지, 청바지, 단화, 운동화 등이다. 뾰족구두(하이힐), 민소매, 등산복 등은 권장하지 않는 복장으로 예시했다.
인사처는 면접 복장으로 참고할 수 있는 이미지까지 제시했다. 세심하게 신경을 쓴 점은 공무원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정장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도 있을 것이다. 간편한 면접 복장 권고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수험생 대부분은 정장 차림이었다고 한다. 간편한 복장을 했다가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면접 복장 안내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정장 차림을 사실상 금지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인사처는 정작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대전과 광주에서 열린 '2026 공직박람회' 홍보물에는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인물을 넣었다.
인사처는 자연스러운 면접 분위기를 조성하고 구두 발자국 소음으로 인한 시험 방해를 줄이기 위해 면접 옷차림을 안내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장 차림을 하면 면접장 분위기가 무겁고 어둡다는 얘기다.
면접 시험을 치를 때 한꺼번에 수십명이 들어가지도 않을 텐데,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구두를 신고 오면 덧신을 씌운다는 발상은 기발하긴 하다. 구두 발자국 소리 때문에 면접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면접관이나 수험생이 과연 얼마나 될 지궁금해 진다.
종전처럼 간편하고 깔끔한 복장만 하면 정장이든 아니든 수험생이 선택하게 하면 될 일을 되레 규제를 가하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아쉽다.
정장 차림이 편한 수험생도 있을 텐데 굳이 매고 온 넥타이를 풀라고 하고, 구두에 덧신을 씌우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장 차림을 하지 않아도 되고 깔끔한 복장이면 신경쓸 필요 없다고 안내하면 된다. 그렇다고 운동복이나 슬리퍼를 신고 면접시험장에 가는 수험생은 없을 것이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 수험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역효과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면접 복장까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MZ세대들에게 경직된 공직 사회의 조직 문화를 심어줄 여지도 있다.
인사혁신처는 부서의 명칭과 걸맞게 외부 전문가 영입이나 적극적인 발탁 인사, 상명하복 조직 문화 혁신을 통해 공직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적극 행정과 정부 혁신은 국가 경쟁력을 끌어 올릴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 6월 발표한 '2026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70개국 중 21위를 차지했다. 2024년(20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지만 중국(12위)보다 한참 아래다.
공직 사회의 인력 이탈 가속화로 대국민 행정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도 과제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4년에 퇴직한 국가공무원 가운데 5년 미만 '초반 이탈자'는 1만 2013명으로 전체 일반퇴직자의 59.3%를 차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재직 10년 이내 퇴직자는 2019년부터 5년 동안 6만 4000여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한때 공무원직은 철밥통이라 불리며 청년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옛말이 됐음을 실감하게 한다.
청년층의 공직 사회 이탈 원인은 민간 기업에 비해 취약한 보수 체계, 평생직장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업무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 처우 개선이 있어야 한다. 공직 문화 혁신으로 수평적인 소통 문화나 일하는 방식의 유연화가 요구된다. 계급별 승진 소요 최저 연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공직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공무원 면접 시험에서는 직무수행 능력 평가와 함께 공직에 대한 MZ세대들의 공직관을 제대로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성세대에 비해 워라벨과 자율을 중시하는 청년층은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면접 복장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면접 점수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 특혜 채용이 없도록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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