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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S 2026] 기다리는 턴제는 가라…엔씨 '아스오라'가 만든 전투의 변주

'TGS 2026' 엔씨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시연 시작 장면. [사진=엔씨]

[지바(일본)=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엔씨가 서브컬처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이하 아스오라)'에 턴제의 전략성과 실시간 전투의 긴장감을 함께 담았다. 행동 순서를 정하고 자원을 관리하는 턴제의 기본 문법은 유지하면서도 적의 행동 예고, 제한시간, 카운터 등을 더해 이용자가 전투 내내 화면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17일(현지시각)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 2026(TGS 2026)'에서 엔씨는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첫 시연 빌드를 선보인다. 지난 11일 열린 미디어 사전 시연회에서 해당 빌드를 먼저 체험했다. 프롤로그와 미나토구 스토리를 통해 세계관과 연출을 살펴보고, '트레이닝' 콘텐츠를 통해 게임의 핵심인 실시간 턴제 전투를 직접 경험했다.

디나미스 원이 개발 중인 이 게임은 현실과 마법이 공존하는 가상의 89년 도쿄를 무대로 한 신전기 마법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이번 TGS를 통해 처음으로 일반 이용자에게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버전이 공개된다.

이용자들은 마법사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 '특구청'에 발령받은 공무원 '주임'이 된다. 도쿄 곳곳에서 활동하는 마법사들과 만나 사건을 해결하며 이야기를 따라간다. 현실의 도시 풍경과 초자연적인 사건을 한 공간에 겹쳐 놓은 '신전기' 장르에 행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더했다.

'TGS 2026' 엔씨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시연 장면. [사진=엔씨]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프롤로그를 거쳐 미나토구의 이야기를 감상하거나 '트레이닝'에서 전투 방식을 익힐 수 있었다. 미나토구·츄오구·신주쿠구·분쿄구 등 도쿄 각지에서 활동하는 4개 클랜 소속 마법사 12명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연출이다. 비주얼 노벨을 기본으로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 화면 전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일부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연출을 더해 이야기에 힘을 줬다. 미나토구 스토리 역시 캐릭터의 독백과 일상을 쌓아간 뒤 일러스트와 텍스트, 보컬곡을 결합해 감정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구성됐다.

89년 도쿄라는 무대를 보여주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거리와 생활 소품에서 시대 분위기를 살렸고 미마와리구미, 신센구미처럼 일본 이용자에게 친숙한 소재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일본을 주요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시각적인 요소와 설정 곳곳에서 드러났다.

다만 이번 시연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부분은 전투였다. 기본적으로는 턴제다. 한 라운드는 아군의 행동을 정하는 액션 단계와 선택한 행동의 성공 여부를 가리는 판정 단계로 구성된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감각은 전통적인 턴제와 적잖이 달랐다.

'TGS 2026' 엔씨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시연 전투 장면. [사진=엔씨]

행동에는 AP라는 자원이 필요하다. AP가 남아 있다면 한 번의 행동으로 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연달아 사용할 수 있다. 강력한 기술을 이어 쓰거나 일반 공격과 방어를 섞어 남은 자원을 관리하는 식이다. 여기에 기술별 재사용 대기시간도 있어 AP가 충분하다고 같은 기술만 반복할 수는 없다.

덕분에 가장 강한 기술을 누르는 식으로만 전투가 흘러가지는 않았다. 지금 AP를 더 써서 공격을 이어갈지, 다음 상황을 위해 자원을 남길지 선택해야 했다. 재사용 대기시간에 들어간 기술 대신 일반 공격이나 방어를 섞는 판단도 필요했다. 같은 기술을 연속으로 사용하더라도 공격 동작을 조금씩 달리해 반복되는 전투가 단조롭게 보이지 않도록 한 점도 눈에 띄었다.

판정 단계에서는 적이 준비한 행동과 이용자가 고른 대응이 맞물린다.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면 판정에서 승리해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대응에 실패하면 선택한 행동이 수행되지 않고 적의 공격이 이어진다. 적의 다음 행동을 미리 보여주기 때문에 상대가 무엇을 할지 읽고 이에 맞춰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실시간 요소가 개입한다. 적이 갑작스럽게 선제공격을 시도하면 정해진 타이밍에 카운터 기술을 사용해 반격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기술을 사용해도 막을 수 없는 '저지 불능 행동'이 예고되기도 한다. 이때는 공격을 저지하려 하기보다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후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TGS 2026' 엔씨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시연 캐릭터 편성 장면. [사진=엔씨]

무엇보다 행동 선택에 제한시간이 있다는 점이 전투의 리듬을 바꿨다. 일정 시간 동안 행동하지 않으면 AP가 소모되며 적의 공격으로 넘어간다. 적의 행동을 보고 최적의 대응을 찾는 전략성은 유지하면서도 한참 동안 메뉴를 들여다보며 계산할 수는 없도록 한 셈이다.

실제 전투에서는 액션과 판정 단계가 빠르게 이어졌다. 복잡한 계산을 반복하기보다는 적의 행동을 확인하고 그 순간 가장 적절한 대응을 고르는 데 가까웠다. 턴제 게임임에도 긴장이 쉽게 끊기지 않았던 이유다.

여러 캐릭터를 이어서 활용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태그를 사용하면 현재 캐릭터의 공격 이후 다른 캐릭터로 전환해 행동을 이어갈 수 있다. 판정에서 승리하며 게이지를 채우면 캐릭터별 고유 효과를 발휘하는 '영지 선언'도 사용할 수 있다. 적의 행동과 공격 순서를 보면서 어떤 캐릭터를 언제 꺼낼지까지 고려하도록 전투 선택지를 넓혔다.

이번 빌드에서는 정해진 조합으로 트레이닝을 진행해 자유로운 캐릭터 편성까지 살펴보지는 못했다. 초반 전투 규칙을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진 만큼 12명의 캐릭터를 자유롭게 조합했을 때 전략이 얼마나 다양해지는지도 향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TGS 2026' 엔씨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시연 장면. [사진=엔씨]

그럼에도 아스트라에 오라티오가 기존 턴제 전투에 어떤 변주를 주려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AP와 재사용 대기시간을 관리하는 수싸움에 적 행동 예고와 제한시간, 카운터, 저지 불능 공격 등을 겹쳐 놓았다. 기다렸다가 차례대로 기술을 주고받는 대신 매 순간 전황을 확인하고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가상의 89년 도쿄라는 뚜렷한 배경과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연출도 힘을 보탰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감상하는 서브컬처 RPG의 매력에 전투에서도 손을 놓기 어렵게 만드는 속도감을 더했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오는 2027년 안드로이드와 iOS로 출시될 예정이다. 첫 시연은 게임 전체의 일부에 불과했지만 방향성은 선명했다. 익숙한 턴제의 틀 안에서 얼마나 긴장감 있는 전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번 TGS 빌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첫 시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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