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GS 2026' 넥슨 '파레이돌리아' 시연 시작 화면. [사진=넥슨]
[지바(일본)=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캐릭터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면 다른 장소에 있던 캐릭터가 반응하며 다가온다. 나아가 화면 속 선택지를 직접 말해 고른다. 넥슨이 신작 '파레이돌리아'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캐릭터 수집을 넘어 이세계의 한 공간에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에 가까웠다.
넥슨은 17일(현지시각)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 2026(TGS 2026)'에서 파레이돌리아의 시연 빌드를 처음 공개했다. 현장에는 12석 규모의 시연 공간을 마련하고 게임 속 타소가레관을 재현한 부스와 캐릭터 상호작용 콘텐츠 등을 선보인다.
파레이돌리아는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한 넥슨게임즈 IO본부 산하 RX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이다. PC·콘솔·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며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게임의 무대는 지구와 닮은 이세계 도시 '아니마시'다. 이용자들은 도시의 유일한 인간이자 부흥센터장으로 부임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 '메이츠'들과 함께 생활한다. 이들의 거처인 타소가레관은 부흥센터 사무실이면서 동시에 공무원 기숙사 역할을 한다.

'TGS 2026' 넥슨 '파레이돌리아' 시연 중 캐릭터와 대화하는 장면. [사진=넥슨]
이번 시연 빌드는 약 15분 분량이다. 던전을 탐험하며 전투를 경험하고, 임무를 마친 뒤에는 다시 타소가레관으로 돌아온다. 일상에서 출발해 전투를 거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게임의 기본 흐름이 짧게 압축됐다.
시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투보다 돌아온 뒤였다. 임무가 끝나고 타소가레관에 복귀하면 캐릭터들은 한곳에 줄지어 서 있는 대신 저마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도를 통해 각 메이츠의 위치를 확인하고 직접 찾아가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서 음성 인식은 캐릭터와의 거리를 한층 좁힌다. 시나리오 진행 중에는 화면에 표시된 선택지를 직접 누르는 대신 해당 내용을 말하면 게임이 음성을 인식해 대화를 이어갔다. 익숙한 선택지 방식에 목소리라는 입력 수단을 하나 더 얹은 셈이다.
타소가레관에서 캐릭터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기능은 한층 인상적이다. 원하는 메이츠의 이름을 말하면 해당 캐릭터가 반응해 이용자에게 다가온다. 메뉴에서 캐릭터를 선택해 호출하는 것과 결과는 비슷할 수 있지만, 실제 이름을 불러 상대를 찾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함께 생활한다는 감각이 배가됐다.

'TGS 2026' 넥슨 '파레이돌리아' 시연 중 선택지를 음성으로 고르는 장면. [사진=넥슨]
파레이돌리아가 인공지능(AI)이나 음성 인식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결국 캐릭터와의 교감으로 수렴한다. 자유로운 대화를 무한정 만들어내는 형태라기보다는 정해진 대화와 상호작용을 보다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술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이용자가 캐릭터에게 직접 말을 건다는 경험을 만드는 도구에 가까웠다.
이는 개발진이 게임의 핵심으로 내세운 '이세계 홈스테이'와도 맞닿아 있다. 낯선 세계에 도착한 이용자가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메이츠들과 한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고,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서로 익숙해지는 경험을 담겠다는 의미다.
게임에서 타소가레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다. 이용자들은 메이츠들과 장보기, 재배, 요리 등의 일상을 함께하고 시간대에 따라 어느 캐릭터와 무엇을 할지 선택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관계를 쌓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무를 위해 밖으로 나가더라도 하루의 끝에는 타소가레관으로 돌아온다. 전투를 마친 뒤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단순한 로비가 아니라 게임을 다시 켰을 때 돌아오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TGS 2026' 넥슨 '파레이돌리아' 시연 중 전투 장면. [사진=넥슨]
전투에서도 파레이돌리아만의 변주가 엿보였다. 기본적인 틀은 턴제지만 캐릭터와 적이 제자리에서 기술을 주고받는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탐험 과정에서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고, 전투에서도 위치와 거리를 고려해야 해 전장에 공간감을 더했다.
개발진은 이를 '라이브 턴 배틀'이라고 소개했다. 이용자들이 행동을 고민하는 사이에도 적은 조금씩 움직인다. 화면에 표시되는 턴 순서와 남은 행동 시간을 살피면서 공격 대상과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전투 시작 위치와 공격 대상에 따라서도 전투 양상이 달라진다.
턴의 흐름도 완전히 고정돼 있지 않다. 공격을 통해 부스트 게이지를 채우면 특정 메이츠의 행동 순서를 앞당길 수 있다. 정해진 순서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원하는 캐릭터를 먼저 움직이며 전황을 바꿀 여지를 마련했다.
이번 빌드는 게임 초반부를 짧게 경험하는 형태라 전투의 전략적인 깊이까지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캐릭터 조합이 늘어나고 적의 패턴이 복잡해졌을 때 이동과 턴 조작이 어느 정도 변수로 작동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익숙한 턴제에 이동과 실시간 요소를 섞어 기존 문법에 변화를 주려는 의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TGS 2026' 넥슨 '파레이돌리아' 시연 중 일상 생활 장면. [사진=넥슨]
언리얼 엔진5 기반의 3D 그래픽도 게임이 강조하는 일상과 잘 맞물렸다. 타소가레관은 가구, 소품, 채광 등을 세밀하게 배치해 실제 누군가 생활하는 공간처럼 구성됐다. 반대로 침식이 발생하면 익숙한 공간이 비정형적으로 뒤틀리면서 평온했던 일상과 대비되는 분위기를 만든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시연 시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약 10분 안에 세계관·캐릭터 교류·음성 인식·탐험·전투까지 한꺼번에 보여주는 구성이다 보니 각각의 요소를 깊게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여러 캐릭터와 오랜 시간 생활했을 때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달라지는지는 테스트 혹은 정식 출시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파레이돌리아가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은 비교적 명확했다. 이름을 부르면 캐릭터가 찾아오고 직접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누며, 함께 생활하던 집에서 출발해 전투를 마친 뒤 다시 같은 곳으로 돌아온다.

'TGS 2026' 넥슨 '파레이돌리아' 시연 종료 장면. [사진=넥슨]
여기에 이동이 더해진 턴제 전투로 게임으로서의 변주도 꾀했다. 짧은 시연이었지만 이른바 '최애'를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같은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만들겠다는 파레이돌리아의 지향점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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