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의 경제 미디어 '딜라이트닷넷'이 올해로 창간 17주년을 맞이했다. 17주년 창간 특집 기획으로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대한민국 AX(인공지능 전환)'의 조건을 집중 조망한다. 특히 헬스케이(의료)·금융·제조 등 버티컬 AI 현장과 핵심 인프라 경쟁을 짚어보고, 규제·보안·거버넌스·ROI 등 산업 현장의 지속 가능한 생존 해법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아울러 업무 동반자로 진화한 2026년 AI 생태계 속에서 기업의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AI로 제작된 '김부장' 속 장면들. [사진=모피어스 스튜디오]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인공지능(AI)이 문화·콘텐츠 산업의 제작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영상·음악·영화 등 대중문화 제작현장에서 AI가 단순한 편집이나 제작 보조 도구를 넘어 실제 창작 과정에 참여하며 업계 혁신이 일고 있다. 제작비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임과 동시에 기존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과 사운드를 만드는 창작파트너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11월 방송 예정인 KBS 대하드라마 ‘문무’의 한 장면.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제작됐다. [사진=KBS]
◆‘김부장’·‘문무’ 등 실사 촬영 대체하는 AI...예능은 콘텐츠 소재로 활용
방송가에서는 AI가 실사 촬영을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이 대표적이다. ‘김부장은 극 중 특수요원이 차량 추격과 총격전을 벌이는 약 3분 분량의 과거 회상 장면을 실제 촬영 없이 AI를 활용해 완성하면서 제작비와 촬영 여건 제약을 AI기술로 보완했다.
KBS도 11월 방송 예정인 대하사극 '문무'의 대규모 전투 장면에 AI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신라가 당나라를 물리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매소성·기벌포 전투 연출에 AI가 투입될 전망이다. KBS는 앞서 단막극 '러브 : 트랙-늑대가 사라진 밤에'에서는 실제 야생 늑대를 촬영하는 대신 개의 영상을 AI로 변환해 늑대를 구현했다. EBS는 지상파 방송사 중 가장 AI에 적극적이다.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AI 인물 한국사', 'AI 드라마-부활수업' 등 AI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PD가 사라졌다' [사진=MBC]
예능에서는 AI를 콘텐츠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MBC는 지난 2024년 AI PD가 입봉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PD가 사라졌다!'(연출 최민근)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섭외와 기획 진행 등 작가들의 주요 업무는 물론 촬영과 음향도 AI로 대체했다. MBC 글로벌 IP제작팀(최민근, 김혜림, 이예나, 김소연 PD)은 지난해 세계 최초 AI 연출 아이돌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 'A-IDOL'을 선보여 'K-AI AWARDs'에서 K-AI 산업한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방송 중인 SBS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는 AI로 구현한 가상 연인과 출연자의 교류를 주요 소재로 삼는다. 디즈니+ '머더클럽'에서는 AI를 이용해 사건 현장과 알리바이 등을 구현한다. 이외에도 기존 재연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던 프로그램들은 AI가 재연배우나 CG삽화를 대체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재연배우들이나 스턴트맨들이 일자리를 잃는 부작용도 벌어지고 있다.
◆음원제작 직접 관여하는 AI…저작권 문제 쟁점
K팝 분야는 AI가 음원 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AI를 활용한 음악이 국내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정식 음원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AI 음악 크리에이터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은 멜론 톱100 차트에 진입했고, 해외 음원차트에서도 생성형 음악 AI를 활용해 제작한 곡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신탁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지난 달 음악 제작 과정 중 AI를 활용했다고 해도 인간 창작자가 작사, 작곡, 편곡 과정에 실질적, 주도적으로 참여했을 경우 인간이 창작한 부분에 신탁 등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공문을 통해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이 방침은 전면 철회됐다.
현재 음원 저작권 프로세스에서는 창작자가 직접 AI 사용 여부를 밝히지 않는 이상 해당 곡에 AI가 활용됐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게 요원하다. 이에 음저협을 비롯,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등 6개 가요계 주요 단체와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난 7월 AI 디텍션(탐지) 프로그램 도입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 제안서 제출 공고를 내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AI 활용 음악의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포함된 AI 활용 음악의 등록을 인정하는 반면,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만들어진 전적인 AI 생성물은 별도로 취급한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도 인간의 창작 기여가 있는 경우 해당 부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AI가 개입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법령 및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100% AI로 제작한 영화 '스틸레이'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100% AI 영화 속속 등장…‘불쾌한 골짜기’ 넘는게 관건
영화계는 일부 장면에 AI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100% AI로 제작한 영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아이엠포포’ ‘한복입은 남자’에 이어 최근에는 제작비 약 10억원이 투입된 SF액션 영화 ‘스틸레이’가 개봉했다. 약 6개월에 걸쳐 제작한 이 영화는 러닝타임 90분의 영상을 생성 AI로 제작했으며, 목소리 연기와 스토리 구성, 음악은 인간 제작진이 담당했다.
AI 영화는 기존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고, 전문적인 촬영 장비나 대규모 인력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일명 ‘불쾌한 골짜기’라고 불리는 AI 특유의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과제로 남아있다.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과 배우의 초상권, AI 사용 여부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가 창작 과정에 들어오면서 창작자의 역할도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선택·수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창작의 기준도 'AI를 사용했는가'에서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I를 배제한 영화 '오디세이'의 한장면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그러나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기술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AI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창작물에 대한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는 사 촬영과 세계 각지를 오가는 로케이션을 통해 광활한 풍경과 전투 장면, 압도적인 규모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콘텐츠 제작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사람이 직접 만들고 실제 공간에서 촬영한 결과물의 가치가 부각되는 것이다.
영화계는 AI가 개입된 작품의 수상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이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을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내년에 개최되는 제99회 시상식에 AI 캐릭터나 챗봇이 쓴 시나리오는 수상 후보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새 규정을 지난 5월 공개했다. 각본 부문은 반드시 인간이 저술한 시나리오만 심사 대상으로 삼으며 AI로 만든 등장인물이나 다른 배우의 모습을 본떠 만든 출연자는 상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아카데미는 "영화 제작에 사용된 생성 AI와 기타 디지털 도구는 후보 지명 여부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난해 규정을 유지하며 영화 제작에 AI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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