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록밴드 엑스재팬(X JAPAN)의 리더이자 작곡가·피아니스트인 요시키(왼쪽)와 폴라 골드먼 세일즈포스 최고 윤리·인도적 활용 책임자가 9월15일(현지시간) 드림포스 2026 행사에서 대담 중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AI는 멜로디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상실감은 알지 못한다.”
일본 록밴드 엑스재팬(X JAPAN)의 리더이자 작곡가·피아니스트인 요시키가 인공지능(AI) 시대 예술의 본질을 이같이 짚었다. AI가 인간과 유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더라도, 그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창작자가 겪은 삶과 감정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세일즈포스 연례 행사 ‘드림포스2026’에서 폴라 골드먼 세일즈포스 최고 윤리·인도적 활용 책임자와 대담한 요시키는 AI를 거부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자신을 대신해 팬들과 소통하는 ‘AI 요시키’를 직접 개발하고 실험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활용하되 창작의 방향과 최종 판단은 인간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멜로디에는 삶이 담긴다”…결과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창작
요시키는 자신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가족과 동료를 잃은 경험에 연결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멜로디를 썼다. 멤버의 죽음을 겪으며 멜로디를 썼다”며 “AI는 같은 멜로디를 만들 수 있지만 내가 잃은 것을 잃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음악을 구성하는 음과 반복되는 패턴은 AI가 학습할 수 있다. 그러나 요시키가 강조한 차이는 소리 자체가 아니라 그 소리가 만들어진 이유였다. 인간의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경험과 시간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하루에 수백 곡을 만들 수 없다. 오히려 곡 하나를 만드는 데 1년이나 그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며 “때로는 음악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행복한 순간도 있다. 그 창작 과정 역시 예술이다.”라며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기쁨 역시 예술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요시키는 이 문제를 창작을 넘어 삶의 의미로 확장했다. 목표 지점에 버튼 한 번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더 큰 만족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A에서 B로 가는 것이 목표인데 버튼을 눌러 곧바로 B에 도착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느냐”며 “무언가가 편리해진다고 해서 행복해지는가. 그것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가”라고 되물었다.
◆ “피아노도 기술이었다”…AI는 도구, 인간은 지휘자
요시키는 피아노와 녹음 기술을 예로 들며 예술이 오랫동안 기술과 함께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아노도 기술이다. 피아노가 등장하기 전에는 하프시코드가 있었고, 피아노는 하나의 발명품이었다”며 “녹음 역시 기술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CD나 스트리밍, 다운로드로 음악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바라보되, 이전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관적이지도,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도 않다”며 “AI를 도구에 가깝게 바라본다”고 밝혔다.
인간과 AI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꺼낸 비유는 오케스트라였다. 바이올린과 첼로, 콘트라베이스, 트럼펫, 플루트 등 수많은 악기가 모여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키울 수 있지만, 그 전체를 이끄는 역할까지 도구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시키는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지만 지휘자와 작곡가는 여전히 인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AI와 기술이 창작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용은 인정했다. 건염으로 손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악보 작성 등 작업을 기술이 도와준다면, 창의적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AI가 사용자를 기쁘게 하려는 방향으로 답변하는 경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멜로디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을 때 듣기 좋은 말만 돌아온다면, 창작물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긴장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시키는 “훌륭한 프로듀서에게 ‘이 멜로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어떤 사람은 ‘형편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며 “인간과 AI가 서로 친절하게 대하려고만 한다면 지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강렬함이 필요하다”며 협업 과정의 치열한 대화와 창의적 충돌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AI 사용이 창작물의 유사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여러 요소를 평균화하는 방식에 빗대며, 더 많은 예술가가 AI를 활용할수록 음악이 서로 비슷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AI 활용을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반대로 AI 생성물이 늘어날수록 인간이 직접 만든 음악의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다고도 봤다. 요시키는 이를 ‘유기농 오렌지와 AI 오렌지’에 비유하며, 청중이 음악의 결과물뿐 아니라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흐름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 팬과 소통하는 ‘AI 요시키’…“동의하지 않으면 정보 수집 안 해”
요시키는 기술에 대한 판단을 외부의 관찰에만 맡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약 2년 전 AI 개발에 직접 참여한 것도 예술계가 느끼는 두려움을 실제 경험을 통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예술계는 기술, 특히 AI를 매우 두려워해왔다”며 “밖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대신 직접 실행하고 만들어보는 것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팬과 대화하도록 설계한 ‘AI 요시키’다. 요시키는 팬들이 실제 자신에게 직접 전달하기 어려운 생각도 AI와는 편안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을 흥미로운 변화로 꼽았다.
다만 개인화된 소통의 전제로 데이터 수집에 대한 동의를 강조했다. 그는 “‘당신의 정보를 받아도 되는가’라고 묻는다”며 “거절하면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디지털 버전을 마주한 경험도 일방적으로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설명이다. 요시키는 AI 요시키의 어떤 부분은 마음에 들고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다면서도, 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수개월 안에 ‘AI 요시키 3.0’과 같은 다음 버전을 선보이고 싶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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