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13일 명동 거리를 채운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사진=장주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여행 중 겪는 불편 4건 중 1건은 ‘결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발급 카드로는 이용할 수 없는 대중교통, 비접촉식 결제 제한, 카드 인증 과정 중 문제 발생 등이다.
방한 외국인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관광객 유치에는 속도를 내지만, 입국 이후 이들이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는 여전히 불편 사례가 발생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관광 경쟁력의 범주에서 결제 인프라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제기한 관광불편신고 1744건 가운데 결제 관련 신고는 440건으로 전체의 25.2%를 차지했다.
결제 불편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쇼핑으로 56.6%를 차지했으며, 택시가 147건(33.4%)으로 뒤를 이었다. 식음료는 24건(5.5%), 지하철은 20건(4.5%)이었다. 쇼핑과 택시에서 발생한 불편만 전체의 90%에 달한다.
이러한 불편은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과 외국인 관광객이 평소 사용하는 결제수단 사이의 간극에서 주로 발생한다. 비접촉식 카드 사용 제한이나 카드 인증 문제, 청구 오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 과정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겪는 불편이 적지 않다.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를 바로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일부 노선에서는 ‘현금 없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어 별도의 국내 교통카드를 구매해 충전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국내 교통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용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고령층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에게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리적인 시설 접근성을 갖추는 것뿐 아니라 실제 관광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약까지 접근성의 범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제 경험은 관광 경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루오위안 왕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 경영 교수의 ‘숙박 및 관광결제 수단 검토’ 연구에 따르면 결제 관련 서비스 경험은 관광객의 인지적 평가와 정서적 반응에 영향을 주며 관광경험의 전반적인 품질 판단을 형성한다.
여행은 항공권과 숙박 예약부터 교통, 식음료, 쇼핑, 관광지 입장까지 끊임없이 결제를 거친다. 특정 단계에서 결제가 막히면 소비 자체를 포기하거나 다른 이동·구매 수단을 찾아야 한다.
왕 교수는 모바일 결제에 실패하면 단순한 불편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혹감이나 불안감이 남아 여행 전반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자동 환전과 즉시 승인이 이뤄지는 결제 환경은 관광객에게 여행이 막힘없이 이어진다는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지난 9월13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백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전문가들은 관광객 유치를 늘리는 것만큼 한국의 관광 결제 인프라를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남호 경희대 스마트관광원 교수는 “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배제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관광경험의 질과 의미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결제는 관광객 집단별 접근성과 공정성을 구조화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제 수단이 관광 경쟁력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경계로 관광객과 현지인을 구분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새로운 결제 수단을 도입하되, 기존의 것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일본처럼 현금, 동전, 카드, QR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키오스크나 여러 결제수단을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러 통화를 담을 수 있는 전자지갑이나 디지털 결제수단 또한 외국인 관광객이 겪는 환전과 결제 실패에 대한 불안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만으로 관광 소비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교통을 타고, 음식을 먹고, 상품을 사는 순간마다 결제가 막히지 않아야 실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인바운드 관광객 3000만명을 바라보는 현 단계에서는 관광객이 한국에 도착한 뒤 얼마나 불편함 없이 돈을 쓸 수 있느냐까지 관광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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