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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기] 아이언맨 슈트가 현실로… 근육신호 읽어 힘을 보탠 '입는 로봇'

(25) 100kg 쌀가루도 가볍게 들어 올리는 외골격의 비밀

위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로봇 윔 에스. [사진=위로보틱스]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SF 영화나 히어로물 만화영화를 보면 평범한 주인공이 단단한 기계 슈트를 입고 거대한 바위를 번쩍 들어 올리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나도 저런 기계 옷을 입고 엄청난 힘을 내보고 싶다"라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영화 속 상상으로만 여겨졌던 이 기계 슈트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착용형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일상 속에 성큼 들어왔다. 병원에서 사고로 다리를 다쳐 걷기 힘든 환자가 로봇 다리를 착용하고 다시 발걸음을 떼거나, 무거운 부품을 매일 나르는 공장 작업자가 허리와 어깨에 로봇을 차고 가볍게 짐을 들어 올린다.

모터와 쇠 파이프로 만들어진 무거운 로봇을 입었는데도 몸이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힘을 몇 배로 키워주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의 피부와 기계 관절이 하나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외골격 공학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 근육이 움직이기 0.01초 전에 신호를 잡는 근전도 센서

내가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팔을 굽히려 할 때, 로봇이 굼뜨게 한 박자 늦게 따라오면 어떻게 될까. 무거운 쇳덩어리가 내 몸의 움직임을 방해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지기 십상이다. 로봇 옷이 제 역할을 하려면 사람이 "움직여야지"라고 생각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이 속도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감각 기관이 바로 피부에 붙이는 '근전도(EMG) 센서'다.

사람이 뇌에서 "오른발을 앞으로 뻗어라"라고 결심하면, 뇌는 척수 신경을 거쳐 허벅지 근육으로 미세한 전기 신호를 전송한다. 이 전기 명령을 받은 근육 세포들이 실제로 수축하며 다리 뼈를 당겨 올리는 데는 약 0.05초에서 0.1초 안팎의 물리적 시간이 걸린다.

웨어러블 로봇의 허벅지와 팔 안쪽에 닿아 있는 초정밀 센서는 근육이 실제로 부풀어 오르기도 전, 뇌가 근육으로 쏘아 보낸 수 마이크로볼트(㎶) 단위의 극미세 전기 신호를 피부 표면에서 감지해 낸다.

사람의 다리가 미처 들리기도 전에 컴퓨터는 "사용자가 오른발을 시속 3km 속도로 30도 들어 올리려 하는구나!"라고 의도를 파악한다. 그 즉시 다리 관절의 모터에 전력을 공급해 사람의 뼈와 똑같은 궤적으로 관절을 회전시킨다. 사람이 힘을 주려는 순간 기계가 한발 앞서 길을 터주기 때문에, 사용자는 기계의 무게감을 느끼지 않고 내 몸의 일부처럼 편안하게 발을 내딛게 된다.

LG 클로이드는 내달 6일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 'CES 2026'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사진=LG전자]

◆ 몸 밖의 뼈대, 내 척추 대신 무게를 땅으로 흘려보내는 외골격 설계

50kg이 넘는 쇳덩어리 로봇을 옷처럼 몸에 걸치고 무거운 물건까지 들면 사람의 허리와 무릎 연골이 망가지지 않을까? 이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가 바로 곤충의 몸통 구조에서 힌트를 얻은 '외골격(Exoskeleton)' 구조다.

사람은 살 속에 뼈가 들어있는 '내골격' 동물이지만, 게나 가재, 딱정벌레 같은 곤충은 몸 바깥에 단단한 껍질 뼈대를 두르고 있는 '외골격' 동물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의 뼈대 바깥에 금속과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제2의 기계 뼈대'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핵심은 '하중 분산 경로(Load Path)'에 있다. 사람이 30kg짜리 무거운 상자를 손으로 들어 올릴 때, 로봇 슈트의 손잡이에 실린 무게는 사람의 팔과 어깨, 척추로 가지 않는다. 상자의 무게는 로봇의 어깨 프레임을 지나, 허리 뒤편의 기계 등뼈를 타고 내려간 뒤, 허벅지와 종아리를 감싼 외골격 금속 다리를 통해 지면(땅바닥)으로 흘러 들어간다.

사람의 몸은 로봇 내부에서 손잡이를 잡고 방향만 안내할 뿐, 실제 물건의 육중한 무게와 로봇 슈트 자체의 무게는 땅바닥에 닿아 있는 로봇의 발판 지지대가 지탱하는 셈이다. 덕분에 작업자는 30kg짜리 쇳덩이를 들면서도 손에는 3kg 정도의 가벼운 느낌만 받게 되며, 장시간 허리를 굽히고 일해도 디스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현대로템의 H-Frame은 무거운 물건을 보다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진=현대로템]

◆ 유연함과 강인함의 조화 "직물 기반 소프트 로봇과 토크 제어 모터"

초기 웨어러블 로봇은 강철 파이프로 온몸을 감싼 갑옷 형태여서 동작이 뻣뻣하고 계단이나 좁은 통로를 지날 때 불편함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단한 금속 프레임을 줄이고 부드러운 특수 직물을 활용하는 '소프트 착용형 로봇(엑소슈트)' 기술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두꺼운 쇠 대신 질긴 방탄 섬유 재질의 멜빵과 무릎 밴드를 몸에 두르고, 등 뒤에 낚싯줄처럼 질기고 얇은 특수 케이블(와이어)을 연결한다.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등 뒤의 모터가 와이어를 감아올려 근육의 힘줄 역할을 대신해 주는 방식이다. 일상복 위에 가볍게 덧입을 수 있을 정도로 무게를 수 킬로그램 수준으로 줄였다.

여기에 모터의 힘을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가변 임피던스(유연 제어)' 기술이 뒷받침된다. 평지를 걸을 때는 관절 모터의 힘을 부드럽게 풀어주어 사용자가 자유롭게 발을 뻗도록 돕고, 발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려 하거나 계단을 딛는 위급 상황에서는 관절을 지탱해 무릎이 꺾이지 않도록 지탱해 준다.

상황에 맞춰 강철처럼 단단해졌다가 실크처럼 부드러워지는 제어 기술 덕분에, 사용자는 불필요한 저항 없이 자연스러운 보행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 '알쓸신기' 토크 어바웃 - 인간의 한계를 넓히는 동반자, 기계와 몸의 융합

웨어러블 로봇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나 생산 보조 도구를 넘어, 재활 의학과 인간의 신체 능력 확장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들이 로봇 다리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서서 스스로 걷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감동을 전달해준다. 다리 근육이 퇴화해 걷기 힘든 노년층에게는 다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자유를 돌려주고, 재난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에게는 무거운 산소통과 잔해물을 가뿐히 들고 생명을 구하도록 돕는 방패가 돼준다.

인간의 지능과 판단력에 로봇의 지치지 않는 기계적 힘을 결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외골격 로봇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능력을 지켜주고 회복시켜 주는 기술인 셈이다.

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사진=생성형 AI 활용]

▶ 알쓸신기 키워드 번역기

·웨어러블 로봇 (Wearable Robot): 사람이 옷처럼 몸에 착용하여 신체 운동 능력을 보조하거나 근력을 키워주는 외골격 로봇 장치다.

·근전도 (EMG, Electromyography) : 근육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착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파악하는 핵심 감지 지표다.

·외골격 (Exoskeleton) : 신체 바깥을 둘러싸 지탱하는 골격 구조로, 신체에 가해지는 하중을 프레임을 통해 분산시켜 관절과 척추를 보호한다.

·하중 분산 (Load Distribution) : 신체에 집중되는 무게 압력을 외골격 뼈대와 지면으로 분산시켜 체감 무게와 피로를 줄여주는 기구 설계 기술이다.

·소프트 엑소슈트 (Soft Exosuit) : 단단한 금속 뼈대 대신 가볍고 유연한 직물 밴드와 와이어 구동 방식을 적용해 일상복처럼 착용감을 개선한 형태의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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