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반도체 크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우리나라가 '부자나라 클럽' 또는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것은 1996년으로, 회원국이 된 지 올해로 30년째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인구 5000만명이 넘는 국가 가운데 6번째로 '4만 달러 클럽'에 입성하게 된다.
관세청은 수출도 현재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오는 12월 초에는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수출 4강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지표 상으로는 고소득 경제 선진국 진입이라 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지표는 의미가 약해진다.
역대급 반도체 수출 호조로 올해 경제 성장률도 3%대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겉으로 보여주는 지표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 민생경제와 지역경제에 승부수를 거는 정책을 추진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올들어 지난 5일 현재 누적 수출액은 7094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7093억달러)을 돌파했다.
1~8월 반도체 수출은 169.6% 늘어나면서 전체 수출의 40.6%를 차지했다. 9월에는 1~10일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7.1%로 반도체 쏠림 현상이 두드러 지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경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 확대 등의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과거에는 수출이 늘어나면 공장 가동, 고용 증가, 임금 상승, 소비 증가 효과가 연쇄적으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반도체와 특정 대기업의 호황일 뿐. 서비스업 등 비(非)반도체 업종과 중소기업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자형 성장으로 자산 격차,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데다 대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으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증시 흐름과 부동산 정책은 청년층과 대표적으로 직결된 사안으로, 2030세대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겨냥한 부동산 핀셋 규제 여파로 강남권은 주춤하는 반면 강북권의 중저가 주택 가격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강북 14개구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은 10억 167만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1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으로 비강남권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과거에는 강남지역 주택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강북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뚜렷했다. 하지만 지금은 강남권 가격 하락이 강북권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계 대출 규제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8월 20대 취업자는 월 평균 327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 3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고용률(59.1%)은 5년 만에 60% 아래로 떨어졌다. 청년 고용률은 45개월 연속 감소세다.
청년 세대의 고용 기회를 빼앗으면서까지 정년 연장을 밀어붙이는 것은 고용 안정을 해치는 것이다.
지난 8일 국가원로회의와 한국공회계사회 주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격차 사회 대책: 청년 세대의 희망을' 주제로 열린 국가발전 심포지엄에서는 청년 고용 관련 조언들이 나왔다.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은 정년 연장과 관련해 "어느 한 세대의 기회를 다른 세대의 희생 위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고령층의 고용 안정과 청년층의 새로운 진입 기회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층과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 호황과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1인당 국민 소득 4만달러를 돌파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12년 만에 3만달러 박스권에서 벗어나게 된다. 영국, 독일, 일본이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올라서는데 2~5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오래 걸린 셈이다.
일본은 성장 정체와 엔화 약세로 2024년 다시 3만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저출산·고령화와 노동 생산성 확대 등의 과제를 해소해 일본 전철을 밟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
소상공인과 서민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경기도에서 폐업한 사업자는 2만 7947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304명이 폐업한 셈이다. 인천도 같은 기간 6320명이 폐업했다고 한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여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폐업한 사업자는 97만 6000개로, 이들 가운데 소상공인들이 떠안은 부채는 평균 8531만원이라고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금리도 상단이 연 8%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낮추면서 차주의 금리 부담을 높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소득 4만달러와 수출 4강 진입이 달성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 물가 안정,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비반도체 시장의 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지배력 확장 등의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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