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I 생성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회가 여러 법에 흩어진 디지털 재난·장애 안전관리 규정을 하나로 묶는 작업에 나선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 게임·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까지 규율 대상이 넓어질 수 있어 규제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예상된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플랫폼·OTT 정책에서 각각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규율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부처 간 정책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흩어진 ‘디지털 안전 3법’ 하나로…공청회 추진
1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5일 예정된 하반기 국회 첫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에서 ‘디지털 재난안전 관리 법안 제정 관련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논의한다.
현재 과방위에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안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계류돼 있다. 두 법안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디지털 안전 3법’에 흩어진 안전관리 규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주요 디지털 서비스 장애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법을 손봤지만, 기간통신·부가통신·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안전관리 규정이 여러 법에 나뉘면서 중복규제와 행정 비효율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 역시 제정 필요성에 적극적이다. 기존 3법에서 각각 운영되던 체계를 하나로 묶어 법 집행 과정의 혼선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 3월10일 열린 법안2소위에서 “관련 규정이 세 법에 분산돼 있고 조문의 제정 시점과 규율하는 용어도 달라 사업자들이 법을 준수하는 데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디지털 안전 관련 3법을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제정안을 마련하는 것은 굉장히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 ‘위험성’이냐 ‘규모’냐…적용 기준 두고 이견
공청회가 열릴 경우 가장 큰 쟁점은 ‘규율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형두안은 국민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규모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등 서비스의 ‘위험성’에, 김현안은 이용자 수와 트래픽 등 서비스 ‘규모’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김현안을 두고는 규율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모를 기준으로 할 경우 게임·OTT·웹툰 등 대형 콘텐츠 사업자까지 재난관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의 사회적 영향이 서로 다른 서비스를 같은 기준으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이견이 제기된다.
실제 앞선 2소위에서도 이 같은 규율 범위를 두고 적지 않은 이견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게임이나 OTT, 웹툰은 장애가 발생하면 이용자 편익이 감소하고 영업에 타격을 받지만 긴급구조나 금융거래, 교통통제처럼 국민 안전이나 생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영역은 아니다”며 “사회적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과잉규제 금지 원칙에 맞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자 적용도 관건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까지 의무 대상에 포함될 경우 국내대리인 지정과 관리계획 제출 의무의 실효성은 물론 역외적용과 통상 문제까지 쟁점이 될 수 있다.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해당 법안에 우려를 제기했던 만큼, 이 역시 공청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 경미한 장애도 국가 관리?…“재난 범위 넓어지면 부담도 확대”
‘디지털 재난’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도 쟁점이다. 제정안에는 트래픽이 급격히 늘거나 전송속도가 떨어지는 경우 등이 포함돼 있는데, 과기정통부는 기존 장애 보고 기준을 법률로 옮긴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피해가 크지 않은 장애까지 국가 관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애의 정도에 비해 사업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이 과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사업자는 관리계획 수립에 더해 정부가 마련한 시행계획까지 이행해야 하며, 관리계획 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도 부과될 수 있다.
이에 플랫폼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관리계획 미제출에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수석전문위원실 역시 연간 부과 횟수와 상한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복우 수석전문위원은 “일시적이거나 피해가 경미한 사항들에 있어서 국가적 개입까지 이르지 않을 정도의 재난까지 적용 범위에 포함시켜야 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피해가 일정하게 지속된다거나 규모가 크다거나 지역 범위 등을 고려사항에 넣을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플랫폼까지 규율하면…부처 주도권 경쟁도 수면 위로
규율 대상이 게임·OTT 등 플랫폼 영역까지 넓어질 경우 부처 간 관할 문제도 법안 추진의 변수다. 플랫폼·콘텐츠 정책은 과기정통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문체부 등 여러 기관의 업무와 맞물려 있어 법 적용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정책 주도권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문체부가 뤼미에르 관련 후속 논의와 영상콘텐츠 입법 등을 통해 OTT 정책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방미통위 쪽에서도 미디어발전위원회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별도 입법을 통한 OTT 규율체계 마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과기정통부까지 이번 법안을 통해 플랫폼 규율 범위를 넓힐 경우 부처 간 관할 경쟁이 한층 선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과기정통부 입장에선 플랫폼 정책의 주도권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 법안을 통해 플랫폼까지 규율 범위를 확보하려는 데에는 이런 부처 간 관할 경쟁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부처 간 관할권 경쟁이 사업자 지원이나 진흥보다 규제 강화로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적용 대상을 넓힌 뒤 동일한 의무를 일률적으로 부과할 경우 중복규제나 과잉규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체크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며 “서비스가 이어지는 엔드단까지 놓고 봤을 때 어느 지점에 규제가 들어가는 게 맞는지, 어느 사업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규율하는 게 가장 적절하고 유효한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통신사 네트워크와 서비스 사업자 모두에 관리조치를 요구하는 식으로 규제를 설계하면 과할 소지가 있다”며 “사업자 규모와 의무의 종류를 각각 나눈 뒤 서비스 특성에 따라 적용하는 맞춤형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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